[2020 AI노믹스 산업지도] AI 반도체 '르네상스'가 온다

반도체 웨이퍼. <사진=SEMI 코리아>
반도체 웨이퍼. <사진=SEMI 코리아>

#인공지능(AI) 반도체 르네상스가 도래했다.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인간 두뇌를 모방한 지능형 반도체로 기술 선점에 나섰다. 떠오르는 시장에서 기회를 노리는 토종 AI 반도체 스타트업도 수요를 찾아 분전하고 있다. 구글, 아마존 등 내로라하는 정보기술(IT) 업체는 자체 개발 칩으로 AI 시대에 대응한다. AI 반도체 시장은 미국과 중국이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이 AI 반도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인력 양성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업계에서 회자되는 AI 반도체는 인간 두뇌를 모방한 칩이라는 게 특징이다. AI 반도체를 일컬을 때 뉴로모픽 반도체, 뉴럴 프로세싱 유닛(NPU), 지능형 반도체 등 두뇌와 관련된 용어가 활용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반도체는 두뇌 속에서 셀 수 없는 신경세포와 시냅스가 신호를 주고받는 것처럼, 칩 안에서 수 만개 연산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물론 IT 기기 속에 두뇌 역할을 하는 칩도 있다. 중앙처리장치(CPU)다.

하지만 AI 시대에서 CPU 한계는 분명하다. CPU는 입력 순서에 따라 연산을 처리하는 '직렬' 컴퓨팅 구조로 만들어졌다. 컴퓨팅 시스템 전체를 통제하거나 어려운 연산을 할 때에는 유리하지만, 일정한 규칙 없는 수많은 데이터를 한꺼번에 처리해야 하는 AI 환경에서는 비효율적이다.

반면에 AI 반도체는 '병렬' 컴퓨팅 구조로 돼 있다. 사물에 대한 정보를 기억하고 인식하면서, 한꺼번에 데이터를 쌓는 영역에서 최적 성능을 발휘한다.

특히 영상 속에서 사물을 구분하거나 사람을 인식하는 분야에서 많이 활용된다. 업계 전문가는 “AI 반도체와 CPU는 앞으로 공존하면서 각자 영역에서 발전할 것”이라고 전했다.

AI 기술이 본격화하면서 AI 칩 반도체 또한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현재 AI 기술이 탑재된 시스템 온칩(SoC) 시장 규모가 2018년 43억달러에서 2023년 343억달러(약 40조원)로 연평균 52%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본다.

이에 글로벌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저마다 AI 기술을 뽐내면서 새로운 시대에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LSI사업부와 삼성종합기술원에서 NPU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자체 NPU 기술을 개발해 '엑시노스9820'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에 탑재했다.

반도체 웨이퍼. <사진=SEMI 코리아>
반도체 웨이퍼. <사진=SEMI 코리아>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NPU 인력을 2000명 규모로 10배 이상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지난해 6월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2030 시스템반도체 1위' 목표를 위한 주요 제품으로 AI 반도체를 점찍은 것이다.

엔비디아는 자사 그래픽처리장치(GPU)로 AI 시장에서 가장 활발히 움직인다. 인텔은 지난 11월 에지 컴퓨팅용 AI 반도체인 '모비디우스 미리어드' 신제품, '너바나 뉴럴 네트워크 프로세서(NNP)' 칩 출시를 알렸다. 최근 AI 칩 업체 하바나랩스도 인수했다. 퀄컴은 새로운 플래그십 AP 스냅드래곤865를 출시하면서 동시통역과 언어 변환을 동시에 할 수 있는 AI 기능을 강조했다. 사용자 용도에 따라 칩 형태를 바꿀 수 있는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 칩 회사 자일링스도 AI 가속기를 발표하면서 시장 공략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AI 반도체 출현으로 사업 간 영역도 모호해지고 있다. 이 칩을 개발하는 회사는 반도체 소자업체뿐만이 아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바이두 등 IT 공룡들이 데이터센터, 자율주행 기술 등에 활용할 AI 칩을 독자 개발하고 있다. 최근 바이두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14나노 공정 기반 AI 칩을 생산하기로 해 주목을 끌었다.

또 메모리 반도체 속에 AI 연산 기능을 탑재하는 연구도 학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프로세스 인 메모리(PIM)' '컴퓨팅 인 메모리(CIM)' 등으로 불린다. 메모리 공정을 그대로 이용하면서 회로와 아키텍처를 바꾸면 메모리 반도체로도 AI 연산이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은 “AI 시장 출현으로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 영역이 겹치는 독특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토종 AI 반도체 스타트업들도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퓨리오사AI는 데이터센터에 활용할 AI 반도체 개발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폐쇄회로TV(CCTV) 카메라, 키오스크에서 영상처리를 하는 칩을 만드는 UX팩토리는 새해 양산 칩을 생산하기 위해 제품 테스트에 한창이다. 박준영 UX팩토리 대표는 “세계 주요 반도체 업체에 비해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모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전했다.

현재 AI 반도체 시장은 미국과 중국이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해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양강에 비해 투자는 물론 AI 반도체 인력 양성 인프라가 상당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향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AI 반도체 연구를 위해 최고급 인력 양성은 물론 폭넓은 인력 시장이 갖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종호 소장은 “초격차도 중요하지만, 신(新)격차에 대비해야 한다”며 “초고도화한 기술을 요하는 AI 반도체 주도권을 잡으려면 상당히 뛰어난 실력을 가진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 필수”라고 전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