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평가위원에 의존하던 中企 R&D 평가, '빅데이터-AI-RPA'로 대전환

중기부, 스마트R&D평가체계 방안 마련
기존 평가위원 중심 '전문성 부족' 지적
2018년 사업화 성공률 50.5% 그쳐
내년 시범사업 거쳐 2022년 도입 목표

중소기업 연구개발(R&D) 평가체계 대개편이 이뤄진다. 평가위원 중심의 기존 R&D 평가체계가 빅데이터·인공지능(AI)·로봇처리자동화(RPA) 기반으로 바뀌는 게 핵심이다. 현행 중소기업 R&D 평가의 고질병으로 지적받고 있는 평가위원의 전문성 부족과 부진한 사업화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내년 시범 사업을 거쳐 2022년까지 중소기업 R&D 전체 사업에 확산하는 것이 목표다.

20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기정원)은 스마트R&D평가체계 시범과제 구축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한 '차세대 스마트R&D평가체계 프로토타입 추진' 방안을 최근 중기부 장관에게 보고했다.

기정원이 추진하는 스마트R&D평가체계는 기존 평가위원이 수작업으로 실시하던 R&D 평가를 빅데이터, AI, RPA 등에 기반을 둔 평가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이를 위해 우선 내년 2월까지 지능형 평가 모델을 구축해 중소기업 R&D 사업계획의 비즈니스 영역별 사업화 모델과 기술분류별 기술 수준, 기업 역량 등을 자동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중소기업 R&D의 가장 큰 문제는 평가위원의 전문성 부족과 혁신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기존 R&D 사업과는 다른 관점에서 중소기업 R&D 평가 방식을 수립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의 중소기업 R&D 지원 사업은 줄곧 투자에 비해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실제 중기부의 R&D 예산은 1997년도 381억원에서 올해 1조원 이상으로 30배 가까이 늘었지만 뾰족한 성과물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중소기업 R&D 기술개발 성공률은 90.7%에 이르는 반면에 사업화 성공률은 50.5%에 그쳤다. 주로 평가위원 판단에 의존하고 있는 평가 방식에 대한 신뢰성과 타당성 문제도 중소기업 R&D 지원의 단골 지적 사항으로 꼽힌다.

중기부에서는 이번 빅데이터 중심 평가체계 개편으로 중소기업 R&D 전반에 대한 지원 효과 역시 전략 성격을 띠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과거 소액다수 방식으로 많은 중소기업을 지원한 결과가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기초자료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사업계획서에 대한 텍스트 분석을 통해 타깃이 더 명확한 지원 전략을 마련하기로 했다.

차정훈 중기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초연구, 산업통상자원부는 큰 산업 고도화를 위한 R&D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중소기업 R&D는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면서 “기술보증기금의 AI를 활용한 특허가치평가시스템(KPAS)은 물론 스마트제조혁신센터의 데이터와도 연계, 중소기업 R&D의 효율성을 더 높여 가겠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내년 중으로 지능형 평가모델 등을 우선 구축한 후에는 빅데이터 기반 포트폴리오, 과제 이상관리 시스템 구축 등으로 범위를 넓혀 나갈 방침이다. 기정원의 대표 R&D 지원 사업에 새로운 평가체계를 우선 시범 도입하고 추가 예산을 확보, 전 사업으로 적용을 확산하는 것이 목표다.

[단독]평가위원에 의존하던 中企 R&D 평가, '빅데이터-AI-RPA'로 대전환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