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종전선언 불발 “2~3주간 대대적 공격”

백악관서 대국민 연설
“이란 석기시대로 돌려놓겠다”
“韓 도움 안돼” 콕집어 지적도

2일 오전 서울시 용산구 전자랜드에서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전쟁 상황 관련 대국민 연설 TV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2일 오전 서울시 용산구 전자랜드에서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전쟁 상황 관련 대국민 연설 TV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에서 압도적 승리를 선언하면서도 '종전' 구상은 내놓지 않았다. 진행 중인 협상이 불발되면 이란을 '석기시대'로 돌려놓겠다며 오히려 경고 수위만 높였다.

파병 요청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한국을 직접 거론하며 불만을 표출하고,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 대해서는 각 국이 해결할 일이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실망스러운 메시지에 국내 금융시장은 또한차례 요동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대국민 긴급연설을 갖고 지난 4주간의 대이란 군사작전 '에픽 퓨리(Epic Fury·장대한 분노)' 성과를 발표했다. 이란 지도부가 사망하고 군사력이 전멸했다며 새로운 지도부와 협상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했다. 다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2~3주 내에 국가 필수 인프라와 석유 시설을 타격해 그들을 석기시대로 되돌려 놓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란에 대한 선제공격이 세계 안보와 자유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하고 '정당한 전쟁'이었다는 점도 부각했다. 그는 “사악한 이란 정권이 시위를 벌이던 자국민 4만5000명을 무참히 학살했다. 대규모 학살을 자행하는 테러리스트들이 핵무기까지 보유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란의 핵 위협과 잔혹한 인권 유린을 명분으로 내세워 일방적 무력 행사에 쏟아지는 국제사회 비판을 정면 돌파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쟁 승리를 기정사실화한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타깃은 동맹국이었다. 그는 미국이 세계 1위 원유 생산국으로 중동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와 관련,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날 필요가 없다. 석유 수입이 급한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이 직접 자국 상선을 지키고 해협을 관리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중동발 에너지 위기가 미국 책임이 아님을 분명히 하면서, 방위 부담을 지지 않으려면 미국산 원유라도 사다 쓰라는 일방주의적 압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혈맹'인 한국도 직접 겨냥했다. 대국민 연설에 앞서 열린 백악관 부활절 오찬 행사에서 “유럽 국가나 한국, 일본이 (호르무즈 해협 방위를) 하게 두자. 한국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서운함을 드러냈다. 특히 “우리가 핵 무력(북한) 바로 옆 험지에 4만5000명의 군인을 두고 있는데도 말이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 2만8500명 안팎인 주한미군 규모를 크게 부풀리고 북핵 리스크까지 거론했다. 우리나라에 대한 안보·통상 압박 강화로 이어질지 우려된다.

자국 의회는 물론 동맹국과의 사전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란 공격을 감행하고, 후폭풍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방위와 수습 비용은 동맹에 전가하는 트럼프 특유의 '패권주의적 몽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과 전쟁을 치르는 와중에도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한국과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등을 상대로 '과잉 생산' 등을 문제 삼아 대대적인 무역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 긴급 연설 내용이 전해지자 이날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4.47%), 코스닥(-5.36%) 모두 급락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