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온상 '사설서버' 모바일 게임으로 번졌다

대형 모바일 게임 '리니지M' 첫 개설
아이템·경험치 획득률 등 임의 변경
저작권 침해·도박·환전 행위 빈번
"처벌 확대·특사경 등 법 강화 필요"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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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게임 위주로 운영되던 불법 사설서버가 모바일 게임으로 번졌다. 저작권 침해, 도박, 환금, 사기로 이어지는 범죄 행위를 넘어 적발 시 추징금을 적게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전문 법무법인도 등장하는 등 불법 생태계가 커지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모바일게임 '리니지M' 불법 사설서버가 구축·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형 모바일 게임 사설서버 개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PC 온라인게임 '리니지'의 불법 사설서버 운영자와 동일인이 개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니지M 정식 버전과 같은 콘텐츠가 제공되고, 불법 사설서버 운영자가 아이템이나 경험치 획득률 등을 임의로 변경하는 형태다. 이를 정식 게임보다 낮은 가격으로 제공, 이용자가 방문하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그동안 모바일 게임은 PC게임에 비해 불법 사설서버가 드물었다. 모바일게임은 상대적으로 소스코드를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서버 구축이 쉽지 않다. 대부분 모바일게임은 월정액 등 요금이 필요하지 않아 이용자도 사설서버에 관심이 적었다. 최근 들어 모바일게임이 PC게임 수요를 뛰어넘으면서 시장이 커졌고, 게임 내에서 원하는 아이템을 얻기 위한 허들도 높아짐에 따라 사설서버가 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불법 사설서버는 정식 버전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서비스를 무단 제공하며, 법으로 허용되지 않는 환전 행위 등도 빈번하다. 개인정보 관리 수단이 없어 이용자가 범죄에 노출되기 쉬우며, 게임 소스코드를 비공식 경로로 획득해서 구축하거나 리버스 엔지니어링으로 구현한다.

불법 사설서버는 지식재산권(IP) 도용에 그치지 않고 자체 수익을 창출하며, 게임머니 환전이나 도박 콘텐츠 등으로 건전한 게임 산업 기반을 해친다.

금전 이익을 노리고 사설서버를 공격하거나 투자하면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며 돈을 받고 돌려주지 않는 사기도 발생한다. 최근에는 사설서버 운영자가 고발당했을 때 추징금을 적게 받을 수 있도록 돕는 법률서비스도 등장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경찰과 공조해 불법 사설서버를 지속 단속하고 있다. 2015~2019년 2만개 넘는 사이트를 차단했지만 전체 단속은 어려운 상황이다. 수사 인력이 제한된 데다 서버 운영자가 수월하게 또 다른 서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사설서버 근절을 위해 처벌 수위 및 범위 확대, 특별사법경찰관제도(특사경) 등 법 개정 필요성이 제기된다. 김진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현행 게임법에 부족한 것이 많다”면서 “사설서버를 업으로 삼는 이들의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소스코드 탈취, 사행성 콘텐츠 등에 대한 처벌 규정 강화, 게임물관리위 특사경 권한 부여 등 명시적 단속 권한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