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숭실대, AI 중심으로 재편…국내 첫 'AI 네이티브 대학' 선언”

(사진=에듀플러스가 챗GPT를 활용해 생성한 이미지)
(사진=에듀플러스가 챗GPT를 활용해 생성한 이미지)

숭실대학교가 국내 대학 최초로 AI 단과대학을 신설하고, 교내 전 영역에 AI 전환(AX)을 추진하며 'AI 네이티브 대학'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새로 출범하는 AI 대학은 기존 소프트웨어학부와 AI융합학부가 통합돼 AI소프트웨어학부로 구성되며 내년 신입생 160명을 모집한다. 계약학과인 정보보호학과도 AI 대학에 포함돼 단과대 구조를 갖춘다. 이후 IT 대학 소속의 미디어학부가 단계적으로 AI 대학으로 편입될 예정이며 약 250명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구조 개편은 학과 통합을 넘어, 대학 운영 전반을 AI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AI로 작동하는 대학'이라는 새로운 고등교육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상준 숭실대 AI 대학 학부장은 “십수 년 전 숭실대에서 최초로 IT 대학을 설립했을 때도 대학 이름에 영어를 쓴다고 생소해하는 반응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시대를 앞섰다”며 “이번 AI 대학 역시 융합이나 미래와 같은 포괄적 명칭 대신 AI 자체를 직관적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AI 대학은 대학 전체의 엔진 역할을 하는 단과대가 될 것”이라며 “AI소프트웨어학부가 중심이 돼 모든 학문이 AI를 기반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향후 목표”라고 설명했다.

[에듀플러스]“숭실대, AI 중심으로 재편…국내 첫 'AI 네이티브 대학' 선언”

단과대 설립 절차나 구조는 여타의 단과대학 신설 방식과 동일하다. 타 대학의 AI융합대학은 여러 학과를 묶은 '융합형 교육 조직'으로, 주로 연구 중심의 대학원이나 공과대 내부 단위로 운영된다. 반면 숭실대의 AI 대학은 교원·행정을 모두 분리한 독립 단과대학으로, 전 학문과 대학 운영 전반에 AI를 적용하는 AX 체계를 함께 추진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둔다.

또한 숭실대는 9개 첨단분야 학과가 교육부 지정 학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들은 AI·반도체·양자 등 분야별 특성에 따라 AI대학과 연계하면서도 각 단과대의 독립 체제를 유지한다. AI 대학이 관련 첨단학과 전체를 흡수하는 구조는 아니며, AI를 학문 간 공동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방향이다.

AI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전 학문 AI 전환, 즉 대학 전체의 AX 도입도 병행된다. 숭실대는 대통령 사이버안보특보를 지낸 임종인 고려대 명예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AI위원회를 신설하고, 교육·행정·윤리·데이터 관리 등 대학 운영 전반의 AI화를 총괄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AX의 핵심은 AI를 대학의 공통 문법으로 만드는 것으로 AI 위원회를 중심으로 △AI 거버넌스 확립 △AI 윤리·정책 연구 선도 △AI 기반 행정 혁신 △국내외 산학협력 확대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러한 AX 비전은 곧 교육과정 전반으로 확산된다. 인문·사회·예체능 계열에도 AI 교과를 도입해, 모든 학생이 전공과 관계없이 AI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다.

이상준 AI 대학 학부장은 “AI 대학이 AI 중심 대학의 엔진이라면, AI위원회는 두뇌 역할을 한다”며 “AI 윤리와 데이터 관리 체계를 마련해 대학 운영의 AI 표준 모델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웹툰, 창작, 미디어 등 이미 AI가 깊숙이 들어온 영역뿐 아니라 생활스포츠 등 비이공계 전공에서도 AI를 접목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학문 간 융합이 아니라, 모든 학문을 AI 언어로 다시 쓰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에듀플러스]“숭실대, AI 중심으로 재편…국내 첫 'AI 네이티브 대학' 선언”

이 같은 숭실대의 시도는 대학 내부를 넘어 대학 경쟁 구도와 입시 시장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대학 관계자는 “앞으로 대학 경쟁력의 기준은 'AI 중심 대학이냐 아니냐'로 갈리는 만큼, 숭실대의 시도는 분명 긍정적이고 AI위원회를 병행한 점이 의미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대학 관계자는 “AI 대학이라는 정체성이 경쟁력을 강화할 수도 있지만, 다른 대학들도 AI에 주력하는 만큼 방향을 탐색하는 단계로 본다”고 말했다.

숭실대 관계자는 “학부모와 학생을 비롯해 전 세계가 AI를 주목하는 시대에, 전 과에서 AI역량을 기를 수 있는 대학으로 강화되기 때문에 입시에서 이 부분이 새로운 선택 기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숭실대는 AI 중심 대학으로의 대전환을 공식화하기 위해 17일 주요 언론 및 산업계 관계자, 교수, 학생 등 150여 명이 참석하는 '숭실 AX 비전선포식'을 개최한다. 숭실대의 시도가 한국 고등교육이 'AI를 가르치는 학교'에서 'AI로 사고하는 대학'으로 진화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권미현 기자 m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