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이 지난해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GE)사로부터 불량 전자식 전력량계를대량구매 전량 반품조치한 뒤 재구매를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올 7월부터는 전력량계를 일괄구매해 공급키로 했다고 발표, 유통업체들이 진정서를 내는등 파문이 일고 있다.
한국전역(사장이종훈)은 수용가의 부담경감과 시설관리 일원화를 위해 금년1월1일부로 전기공급규정을 개정공포하고 오는 7월 1일부터는 한전이 수용가 의 고압전기계기를 일괄구매,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이에대해 한국전기용품판매조합연합회(회장 이천석)산하 1백70여개 업체들 은 최근 "전국 전기계기관련업 긴급비상대책연합회"(이하 전비련) 를 구성하고 한전의 이같은 일괄구매제도는 지난 30년간 이 업종에 종사 해온 제조 및유통.공사.수리업자들의 생존권을 빼앗는 불합리한 조치라며 정부와 국회 등에 진정서를 내는등 집단반발하고 있다.
전비련은이 진정서에서 "지난해 타결된 UR로 말미암아 국내시장개방을 앞둔시점에서 그동안 자유시장경쟁체제에서 공급되던 전기계기를 한전이 독점,공 급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일 뿐 아니라 오히려 경쟁력을 상실하는행위 라고 주장했다.
또전비련측은 지난해 1월 한국전력이 설날연휴를 포함, 불과 10일간의 입찰 시한을 주고 국제입찰에 부쳐 미국의 GE사로부터 전자식계량기를 대량구매한 사실을 들어 한전의 이같은 조치는 미GE사가 개발한 원격검침기능을 포함한 70여가지의 다기능 전자식 계량기를 대량구매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라고 주장 했다. 한편 한전은 지난해 2월 미GE사로부터 계량용량이 5천㎞급 이상 수용가에 해당되는 사용시간대별 측정이 가능한 최대수요전기계기인 다기능 전자식 계량 기 1천1백대를 대량 구매한뒤 8백여대의 계량기를 수용가에 달아줬다가 정전 이 발생된 지역의 4백여대에서 사용전력의 적산을 나타내는 계기판이 모조리지워지는등 기초적인 하자가 발생하자 전량반품하는 소동을 빚었다.
그러나미GE사는 지난해 공진청으로부터 조건부 형식검정을 받았다가 전량 취소된 이 전자식계량기를 하자보수한 뒤 공진청으로부터 또다시 형식검정을 받기 위해 시험운용중인데 빠르면 이달 중순경에 형식검정이 나올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전측은5천㎞이상의 계량기뿐 아니라 3천㎞, 1천㎞, 1백㎞급 계량기에 이르기까지 단계적으로 교체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국제 입찰을 통해 오는 7월 1일부터 일괄구매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의유통업자들이 집단반발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한전이 이렇게 급박하게 전자식계량기로 교체하려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가장큰 이유는 현재 사용중인 기계식 계량기가 수요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직 대부분의 수용가에서 사용중인 기계식계량기는 단순히 사용한 전력량을 나타내주는 적산전력 측정만 가능하기 때문에 수요 및 부하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난90년 이후 매년 여름이면 냉방기의 사용증가등으로 전력수요가 폭증,전 력예비율이 해마다 떨어졌고 정부와 한전측은 전력수요가 초과됨으로써 국가 전체의 전력이 동시에 마비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을까 노심 초사한 끝에적절한 전력수급 조절을 할 필요성이 대두된 것.
이에따라 한전측은 1차적으로 5천㎞이상 대용량수용가에 대한 최대전력조절 및 원격 제어가 가능한 전자식계량기를 공급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를 긴급 추진한 것이다.
국내제조 및 유통업체들도 한전이나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그 시행방법과 시기에 대해서 불평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즉한전이 진작 이같은 계획을 세웠으면 국내업체들로 하여금 전자식 계량기 를 국산화할 시간을 주고 개발이 끝나는 시점에서 국제입찰에 부쳤어야 한다는 점과 현재 국내에서도 대한전선이 비록 다기능은 아닐지언정 전자식 계량 기를 개발, 형식승인까지 받아놓은 터에 굳이 외국업체로부터 대량, 일괄구매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이다.
또이들은 지금까지 전기공사업체들이 유통시장을 통해 구입, 설치.수리해온 계량기를 굳이 한전이 일괄구입, 설치.유지.보수등을 독점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도 펴고 있다.
이에대해 한전은 "고압 전기계기는 저압과 마찬가지로 전기를 판매 하는 전력회사가 설치.관리하는 것이 원칙이고 일괄구매를 함으로써 값싸게 대량구매 공급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전비련측은 "한전이 국내 3백여 유통업자들을 고사시키려는 의도" 라 고 전제하고 "이 제도가 국민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라면 계량기뿐 아니라 전선.변압기를 비롯 모든 수배전설비를 한전이 공급해야 한다는 억지주장일 뿐 이라고 반박했다.
아무튼이번 한전의 전자식계량기 일괄구매.독점공급발표가 지난해부터 지속 추진해오던 개혁과는 상당히 거리감이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어 앞으로 한전 이 어떻게 대처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