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기술시장에서는 적과 동지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내가필요로 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나에게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은 동지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적이 되는 단순한 이분법이 범람하고 있다.
그렇지만 적과 동지의 개념은 수시로 바뀐다. 어느 한 분야에서는 적이 될수 있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동지가 될 수 있고 또 그 관계는 기업의 이해득실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윤리는이제 기업의 생존을 위해 언제든지 저버릴 수 있는 하나의 전략 적인 도구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컴퓨터업계의영원한 라이벌이었던 IBM과 애플컴퓨터가 차세대 컴퓨터 운용 체계의 개발을 위해 손을 잡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세계 반도체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일본의 NEC가 2백56MD램이상의 차세대반도체개발을 위해 전략적인 협력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전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또향후 세계 컴퓨터 및 가전시장의 판도를 뒤바꿀 것으로 예상되는 멀티 미디어분야에서는 이미 전 세계업체들간 이합집산이 이루어져 앞으로의 시장주도권을 둘러싼 치열한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세계시장의이같은 추세는 앞으로의 경쟁이 기술확보여부에 달려있다는 것을반증해주는 좋은 사례이며, 국내 전자산업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암시해주 고 있기도 하다.
사실국내 전자 산업은 세계 제4위라는 화려한 외양에 걸맞지 않게 속으로는빈사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원천기술을비싼 로열티를 지불하면서 사와서 또 제품을 만드는데 들어 가는핵심부품도 외국산을 사용할 수밖에 없으며 판매 또한 외국 업체의 브랜드로 외국업체의 유통망을 이용해 판매하는 지극히 비생산적인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우리나라 전자산업의 현주소는 아직까지 지난 60~70년대와 마찬 가지로인건비확보차원에서의 조립생산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일부몇몇업체에서 거둔 성공사례는 바로 이같은 국내 전자산업의 행태 와는적어도 여러 분야에서 차이가 있으며 이것은 곧 우리의 기술을 확보 하고 있는가의 여부로 귀착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의전자산업이 세계적인 명성에 걸맞는 위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기술을 갖는것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우선적으로 기술개발을 위한 대대적인 투자가 선행돼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우리나라전체의 연간 R&D 투자비가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이나 IBM 등 한 개 기업의 R&D와 비슷한 현재의 상황에서 이들보다 뛰어난 기술을 확보한다 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더구나최근 기술개발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외국 선진기업들의 R&D에 대한 투자가 매출액의 10%에 육박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아직까지 국내 기업들의 R&D 투자수준이 매출액의 2~3%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국내기업들의 각성을 요구하고 있다.
외형도초라하고 여기에 투자 비율도 적은 국내기업이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개발비에 비해 돈이 훨씬 적게 드는 기술 수입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것을 뜻한다.
따라서우리의 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투자비를 대대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것은 기본상식이다.
또적은 자금이나마 효율적인 배분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도 기술개발 을 저해하는 하나의 요소로 꼽히고 있다.
이것은앞으로의 시장동향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는 데서비롯된다. 국내 굴지의 전자업체들이 단순히 현재의 상황을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치 못해 엄청난 투자에도 불구하고 개발된 기술을 적용치 못하는 사례가 비일비재 한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때문이다.
정확한미래 예측과 이에 따른 투자가 병행되는 것이 한정된 자원을 갖고 있는 국내 전자업체들이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인 셈이다.
최근기술개발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산업계는 물론 학계 및 연구계, 여기에 정부까지 앞장서 공동으로 산업계의 애로기술을 극복키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는 것도 우리의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산.학.연 협동이 당초 목적한바대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확한 예측을 토대로한 개발목표를 정확히 설정하고 각 개발 주체별 역량을 파악해 역할을 부여하는 제도적인 메커니즘이 우선적으로 확보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같은 기술개발 노력과 함께 우리의 기술을 우리가 이용하려는 노력도 병행 돼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외국에서는비싼 돈을 들여 기술을 수입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경쟁 업체에서 기술을 사오는 것은 용납되지 않은 우물안 개구리식의 단견을 이제는 국내 업체 모두 버려야 할 시점이다.
갈수록치열해지고 있는 전세계적인 기술개발경쟁속에서 국내 전자업체의 적은 국내 기업이 아닌 바로 세계의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국내중소업체에서 개발된 기술을 단지 신뢰성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방기 하고 경쟁업체이기 때문에 안된다는 과거의 행태가 지속될 경우 국내 전자산업 은 앞으로도 외국의 기술에 지배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완전한 식민지로 전락 하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같은상황에서 국내 전자산업의경쟁력을 살릴 수 있는 또하나의 과제는 대부분이 중소전문업체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전자부품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첨단 제품의 경우 부품을 확보하고 있는 것 자체가 하나의 전략적인 무기가 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부품산업없는 전자산업의 발전은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국산전자 제품이 호황을 누릴 때는 일본으로부터 들여오는 핵심 부품의 수입이 제한되거나 막히는 사례들은 손으로 꼽지 못할 정도로 많은게 사실이다. 또 이같은 일본 부품업체들의 횡포에 대해 반발 한번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이 국내 전자업체들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일본이전자강국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세계적으로 유일 하게 특정 부품만을 생산하고 있는 부품전문업체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며 재벌기업이 없으면 서도 세계적인 전자강국으로 올라선 대만의 경우도 바로 수천의 중소 전자 부품업체들이 대만의 전자산업의 뒤를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은두말할 나위도 없다.
세계시장을주름잡고 있는 일본의 전자업체들이 동남아등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면서도 부품산업만큼은 해외생산을 자제하고 있는 것도 앞으로의 경쟁이 기술이 집약된 첨단부품의 확보에 달려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연구개발비의확충, 효율적인 기술개발투자, 기술집약적인 부품 산업의 육성 등과 같은 대내적인 문제와 함께 국내 전자산업이 풀어가야 할 또 하나의 과제는 UR타결 등 대외적인 환경변화에 어떻게 능동적으로 대처해 가느냐 하는것이다. 하이어트등 몇몇 외국인이 내민 메모쪽지에 의해 수천만달러의 로열티를 지불할 수밖에 없는 국내 전자업체들로서는 기술개발과 함께 이를 보호하기 위한 지적소유권보호에 대한 세계적인 흐름을 간과해서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 해 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과거와 같이 오히려 외국에 로열티를 지불하는 우를 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과일본이 특허를 인정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수년간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배경에서 출발한다.
즉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등록해야지만 소유권을 인정하는 일본의 선출 원주 의와 특허등록과는 상관없이 발명을 했다는 근거를 갖고 있다면 기술 개발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미국의 선발명주의가 한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 하고 있는게 현재의 상황이다.
어느쪽으로 결론이 이루어질 것인지는 미지수지만 만일 미국의 선 발명주의로 결론이 날 경우에는 우리의 기술개발 노력은 이전에 하이어트나 레멜슨과 같은 미국의 특허거래자들에 의해 얼마든지 농락당할 공산이 큰 셈이다.
특히 UR협상이 타결된 이후 선진국들의 지적소유권에 관련된 공세가 갈수록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개발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바로 우리의 기술을 보호하려는 노력도 개발에 투입되는 노력만큼이나 쏟아부어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는 것이다.
기술개발을둘러싼 세계기업들의 경쟁은 말 그대로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어제의 거대기업이 지금은 멸종해 버린 공룡의 신세로 전락하고 있는가 하면 과거에는 이름 조차 생소하던 기업이 세계시장에 군림하고 있는 것은 이제는드문사례가 아니다.
그주기는 시간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으며 세계적인 흐름을 타지 못한 기업 은 이름조차 사라져버리고 있다.
세계적인전자 대국이라는 허명에 가려 국내 전자산업이 현재의 상황에 몸을내맡길 경우에는 국내 전자관련 기업들의 이름은 몇십년 후 아니면 몇년후에는 그이름조차 세계시장에서 찾을 수 없게 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기술개발을위한 노력은 우리의 전자산업이 허명에서 탈피, 실제 세계전자산업을 주도하는 실세로 등장하는 핵심적인 열쇠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