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업계가 와이드(광폭) 컬러브라운관을 공동개발키로 한 것은 모처럼만에업계가 시장변화추세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또한 최종개발목표물은 물론 개발과정에서 얻게될 내용들 또한 주목할 만 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97년 시제품생산을 목표로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우선 외형면에서 1천억원이 넘는 연구비가 투입되는 대형과제다. 단순히 첨단기술력의 확보에만 그치지않고 차제에 국내브라운관업계가 안고 있던 문제점들을 동시에 해결하자는 의욕을 읽을 수 있다.
생산.설계기술력의 향상은 물론 그동안 업계의 현안이 돼왔던 핵심부품의 국 산화와 규격표준화라는 "두마리 토끼" 를 한꺼번에 쫓고 있는 것이다.
과제설정의 배경은 세트시장의 변화가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컬러TV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HD(고화질)TV다. 그러나 HDTV실용화의 길은 아직 멀다. 또한4 3형의 기존 제품을 고급화하는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 틈새를 비집고들어선 와이드TV가 최근들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최적가시조건을 만족시키는 16:9형 와이드 TV화면은 마치 극장에서 관람하는 것과 같은 박진감과 생동감을 준다. 일본의 경우 지난 아시안게임을 거치면서 와이드형제품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업계관계자들을 더욱 초조하게 하는 것은 이에따른 경쟁심화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세트는 물론 브라운관의 기술추세나 시장변동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각종전시회의 경우도 올해에는 거의 와이드제품일색이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적어도 HDTV가 상용화되기 이전까지는 와이드제품이 기존시장을 급속하게 잠식, 대체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우리가 세계최대브라운관생산국으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지만 이 시장을 놓칠 경우는 곧바로 "추락 "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업계공통의 위기의식이 공동개발프로젝트로 연결됐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주관기관인 디스플레이연구조합은 겨냥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일본등 선진 국의 기술기피가 일반화되어 있기 때문에 핵심부품도 자체개발하고 규격마저 도 통일하겠다는 것이다. 우리업계의 취약점인 부품기술과 가격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규격표준화는 어떤 측면에서는 완성품탄생보다 오히려 의미있는 성과가 될 지 모른다.
업계전문가들은 일본의 브라운관관련기술지수를 1백으로 할 때 국내업계의 기술수준은 대부분 60~70수준 정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업계의 국내기술상대평가서를 보면 전자총및 음극부 설계 제조기술은 일본 대비 60, 형광체 도포 재가공기술은 절반수준인 50으로 가장 뒤떨어져 있다. 글라스부문.DY설계 조립기술은 70수준이다. 그나마 자체기술력이 가장 앞서 있다는 인바(Invar) 마스크설계 성형기술과 측정평가기술도 80에 불과하다. 물론 이런 부품류를 모조리 국산화하기란 쉽지 않다. 당장 일본의 특허공세 가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걸림돌이 가로막고 있다고 해서 포기할 수도 없다. 일본을 뛰어넘기 위해서라도 업계공동노력으로 해결해야만 한다. 이것이성공할 경우 비로소 일본과 진정한 의미의 경쟁이 가능해질 것이다.
규격표준화문제는 브라운관업계의 숙제였다. 국내 브라운관 3사가 간단한 문제이면서도 가장 "속을 끓였던" 문제다. 금성.삼성.대우등 세트업체들은 기술이나 성능은 거의 동일한 제품을 사용하면서도 규격은 조금씩 다른 것을원했다. 세트업체의 요구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부품업체로서는 이에따른 금형비용, 라인변경등에 따른 추가비용부담이 적지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같은 수요업체마다 다른 규격은 브라운관업체의 입장에서 달갑지 않을 뿐아니라 결국은 부품.세트 모두의 경쟁력상실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해결돼야 할 사안으로 누누히 지적돼왔다.
다행히 업계에서는 이번에 28인치와 32인치의 글라스벌브 표준화를 완료했다 . 이번에는 개발전 모델에 대한 표준화까지 이룬 상태에서 신제품을 내놓을계획이다. "원초적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브라운관은 수출규모가 19억달러로 전자부품분야에서는 반도체 다음가는 수출 "효자품목" 이다. 세계시장점유율도 이미 25%를 넘어섰고 올해에는 30% 까지 점유, 최대생산국지위를 넘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외형적인 성장과 그간 쌓아온 이름에 걸맞지 않게 아직도 고 부가가치 제품은 거의 엄두도 못내는 형편이다.
때문에 브라운관관련 6개사가 총력을 기울여 개발에 나서는 와이드브라운관 에 대한 관심은 한층 높을 수밖에 없다. (해설기사) <이 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