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고로 국내 부품업체들이 홍역을 앓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일부 업체들에게는 일본 유수의 세트업체들로부터 주요 부품 생산의뢰가 늘고 있어 조용하지만의미있는 변화가 일고 있다.
일본 업체들의 생산의뢰는 두가지 형태로 대별되는데 하나는 기존 거래선이 생산량을 크게 늘려 달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발주처가 나서 신규 거래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일본업체들의 발주규모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신규 거래선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과 거래하는 국내업체들이 일본 업체들이 자신들의 회사명이나 물량 규모가 대외적으로 공개되는 것을 극력 꺼려한다며 밝히기를 "결사적"으로 거부하기 때문이다.
일본 세트메이커들은 그동안 세계시장에서 한국 제품보다는 고기능 고급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왔다. 한국과 똑같은 핵심부품을 채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은 마케팅 전략상 마이너스가 된다고 판단하는 것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는 이미 일부 업체들의 대일 수주량이 최근 40% 이상 늘어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발주업체도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수 있는 세계적인 기업체들이 망라돼 있다.
물론 여기에는 엔고가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내 조달이 원가 상승 압박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데 일본 수준의 생산 기술력을 갖춘 나라나 기업은 한국뿐이라는 결론이 내려졌기때문이다. 주목할만한 것은 의뢰제품의 "급"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브라운관의 부품인 DY(편향 코일)나 FBT(고압 변성기)의 경우 그동안 일본으로 부 터의 주문은 소형이나 중저급 제품에 한정돼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대형이나 첨단 고급기종의 부품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이같은 추세는 국내업체들에게 최고 기종에 사용되는 부품을 만드는 기회를제공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생산 과정에서 일본 세트업체들의 기술지도가 수반될 가능성도크다. 브라운관은 회사마다 규격이 다르고 미묘한 특성을 갖추고 있어 이에맞는 부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국내업체에 자신들의기술 내용을 전달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럴경우 국내업체에는 새로운 노하우가 축적되는 것이다.
엔고로일본은 "울며 겨자먹기식"의 생산의뢰가 불가피한 데 반해 국내 부품 업체들에게는 활용하기에 따라 세계수준의 도약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