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단일안의 전망과 방향 한글정보처리분야 남북단일안 마련 논의는 그 자체가 강제성이나 규범의 성격을 갖고 진행돼온 것은 아니다. 일종의 권고안인 셈이다. 단일안이 폭넓게권장됨으로써 국토통일 이후 제기될 본격적인 통일규범 작업에 징검다리를 놓자는 것이다.
남북통일과 관련해 한글정보처리 남북단일안이 중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것은 2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민족 공통언어인 한글이라는 측면이다. 한글은 분단된 지 50년이 지났지만 남북이 단일민족이라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는 유일한 민족유산이자 발전시켜야 나가야 할 대명제인 것이다.
또 하나는 정보처리산업이라는 측면이다. 즉 정보처리기술은 21세기 민족 의잠재적 역량을 국력 또는 국가자산으로 구체화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인 셈이다.
따라서 최근의 한글정보처리 남북단일안 마련은 통일이 되면 본격 진행될 통일규범 작업을 최소화시켜 민족역량의 발휘시기를 최대한 앞당기자는 의도에서 비롯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남북단일안 마련에 대한 논의는 컴퓨터용어.키보드자판배열.한글자모순배열.한글코드시스템 등 4개 분야이다. 이 밖에 글꼴.전자 출판.한글기계번역한글화면처리.문자인식 등 분야의 분야가 학술차원에서 정보교류되는 단계에 있다. 이 가운데 핵심 4개 분야는 지난 9월 중국 연길에서열린 "95코리아 컴퓨터처리 국제학술대회"를 중심으로 본격 논의가 진행되고있고 상당부분 합의에 접근하고 있다.
구체적 내용을 보면 컴퓨터용어 분야에서는 남북단일안 마련을 위한 대상 용어의 선정.통일기준.통일원칙.협의절차 등이 이미 합의된 상태이다. 대상 용어 선정의 경우 세계표준화기구의 용어규범 ISO 2382를 기본으로 남북이 더보충하려는 상용어를 포함시키기로 했다. 통일기준은 현행 용어 가운데 표기가 같은 것、 또는 복수용어 가운데 어느 하나가 같을 경우 통일된 것으로하기로 했다. 또 통일원칙은 ISO 2382의 정의를 기본으로 하되, 고유어를 적극 찾아 쓰며 당장 다듬기 힘든 영어 어휘나 외래어는 최대한 줄여 나가기로했다. 키보드자판배열 분야에서는 자판에 올리는 자소수를 30개 이내로 하고 시프트 Shift 키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과 자소빈도 수(엔트로피)를 공동으로 조사、 그 결과를 단일안 설계에 이용하자는 데 합의하고 있다. 또 자판배치 의 합리성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수학적 모형을 공동으로 확장시켜 나간다는 데도 합의했다.
한글자모순 분야에서는 단일안의 적용범위를 컴퓨터코드에 사용되는 자모 배열순서에 국한하되、 민족언어생활에 필요한 글자와 옛 문헌에 쓰였던 우리글자 모두를 포함시키기로 합의했다. 또 한글의 음절자 구성 기본원리에 따라 자모를 초성.중성.종성 단위로 묶어 남북의 현행 맞춤법과 서사규범에 맞게 입출력할 수 있는 변환 프로그램을 개발、 그 밖의 차이점을 극복해 나가기로 했다.
한글코드시스템 분야의 단일안 마련 논의는 그 중요성에 비해 아직은 남북 의의견차이가 큰 편에 속한다. 그러나 현재 남북이 사용하고 있는 2바이트 완성형과 2바이트 조합형 코드은 그대로 두되、 한글을 좀더 폭넓게 지원할 수있는 코드를 공동 연구하자는 데 합의했다. 또 국제표준화기구가 규정하고 있는 ISO 10646-1(일명 유니코드)상의 한글코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검토 연구 작업에도 나서기로 했다.
이같은 성과를 토대로 보다 구체적인 안을 마련해가는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 모든 작업들은 한결같이 정치적.지리적 분단이라 는남북의 기본틀 속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예컨대논의 당사자들이 한국측은 학자 등 민간인인 반면 북측은 사회주의체제의 특성에 따라 대부분 정부조직이나 산하기관원이라는 차이도 한계점 중의 하나이다. 정치상황에 따라서는 논의내용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으며 논의 자체가 중단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지리적 여건 때문에 논의횟수나 관계자들의 만남이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최근 남북학자들 사이에 있었던 대화의 핵심도 바로 여기에 모아지고 있다. 단일안 마련을 위해서는 당사자들이 "민족애를 기반으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만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산업적 차원에서 북한의 소프트웨어기술과 남한의 하드웨어기술이 결합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단 일안 마련의 필요성을 보다 강조할수 있는 요소가 된다. 이와 관련해 한국측 단일안 논의 주체인 국어정보학회가 중국에 민간차원의 남북정보통신교류센 터를 설치하자고 제안한 것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서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