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새무역장벽 인간공학 국제표준화 (하)

지난해 미국의 한 전자업체는 디지털 영상 컨버터인 세트톱 박스(STB)를 외국업체로부터 구입하면서 전례없는 입찰조건을 내걸었다. "세트톱박스 개발에 인간공학적 전문가가 관여했는가、 인간공학 전담부서와실험장비가 있는가 나아가 인간공학관련 인력과 장비를 활용해서 제품을 개발해본 경험 이 있는가"를 입증하라는 것이었다.

이 회사에 세트톱박스를 수출하려고 했던 한 한국업체는 이러한 입찰조건 을접수하고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지 몰라 크게 당황했다고 한다. 또한 세계 최대의 컴퓨터회사인 IBM도 컴퓨터를 유럽지역에 수출하는 과정에서 키보드 가 유럽국가들의 인간공학적 기준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수출이 좌절된 적이있었다. 이같은 사례는 인간공학적 요소가 국제표준화 작업을 떠나 선진국에서는 이미 기업단위에까지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현재 인간공학 표준화와 관련해 한국 등 개발도상국가의 가장 큰 취약점은 이 분야와 관련한 전문가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인간공학은 국내에선 지금까지 산업공학의 일부로 인식돼 왔으며 학계에서는 대한산업공학회에서 분리된 대한인간공학회가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정도이다.

과기처가 올 7월 선정한 "선도기술개발"(G7프로젝트)에 감성공학을 포함시키고 2001년까지 6백20억을 투입키로 한 것은 그다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어쨌든 인간공학관련 전문인력 부재는 선진국의 수준에 비해 양과 질에서 크게뒤떨어진 것이어서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93년부터 미인간공학회 주도로 "인간공학전문가 자격증 제"를 도입하고 학위소지자의 경우 개발 및 생산현장 경력 5년 이상인 사람에한해서 필기시험 자격을 주어 합격하면 자격증을 부여하고 있다. 현재 미국 내에서 인간공학 전문가 자격증을 획득한 사람은 수백명선에 이르고 있는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미국에 이어 유럽과 일본도 조만간 인간공학 전문가 자격증제를 도입 할계획이다. 인간공학 전문가 자격증제는 논란의 소지가 많은 여타부문 작업과는 달리 비교적 수월하게 검증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표준화가 가장 먼저 이루어질 수 있는 부분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간공학 표준화와 관련해 14개의 실무작업반(WG)이 진행하고 있는 연구는 대단히 광범위하면서도 미시적인 부분까지 포함하고 있다.

공장의 작업환경、 기계설비 디자인、 각종 안전보호장치 등은 물론 인체 에해롭지 않는 컴퓨터 모니터의 깜박거림 횟수、 작업피로도의 영향까지 연구.분석하고 있으며 최근들어선 멀티미디어 등 차세대 제품에까지 표준화 범주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광범위한 작업은 국가간.지역간 기후.문화 등 전반적인 환경차이로 인해 구체적인 부분까지 타협점을 찾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것으로 보인다.

이번 10차 총회에서도 각국 대표들이 제품 각각에 대한 인간공학적 기준설정에 난색을 표시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간공학 표준화 작업은 전문가 인증제와 함께 생산시스템 등 거시적인 영역의 표준화를 시도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인간공학 표준화 작업은 현재 독일.네덜란드.영국 등 유럽국가가 주도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미국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구조는 일본.한국.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발언권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분과위원회의 하나인 SC.3 의회장국을 맡고 있으며 "ISO 마피아"라고 불리는 거물급 인사들이 적극 나 서영향력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향후 ISO의 인간공학 표준화와 관련해 국제적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하고 한국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에서 인간공학 전문가 및인간공학과 관련한 각종 데이터를 독자적으로 확보하고 분과위원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유형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