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장악해온 PC용 CPU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그동안 호환칩 수요에 만족해온 사이릭스와 AMD 등 후발 경쟁업체들이 인텔의 아성을 위협하는 대대적인 「펜티엄 따라잡기」에 나서면서 CPU 시장판도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올들어 인텔의 아성을 흔들고 있는 변화의 핵은 최근 전세계적으로 일고있는 「사이릭스 돌풍」이다. 사이릭스가 올초 발표한 「6X86(암호명 M1)」은 인텔의 펜티엄을 겨냥해 출시한 제품. 6X86은 가격과 성능면에서 인텔의동급 제품에 비해 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사익릭스가 간판 제품으로 앞세우고 있는 「6X86-P1백20+」제품을 보면 펜티엄 1백20MHz와 비교해 가격은 20%정도 싸면서도 처리속도는오히려 더 빠르며 「윈스턴 96」·「코어테스트 4.0」 등 각종 벤치마크 프로그램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2·4분기말 본격 출시가 예상되는 「P1백66+」제품의 경우 아키텍처 구조상 인텔의 펜티엄프로의 특징을 상당부분 탑재하고 있는 등 사이릭스측은 『펜티엄이 아닌 펜티엄프로와 비교해 달라』는 주문을 할 정도로 제품력에서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사이릭스의 6X86 제품의 등장과 함께 『펜티엄의 독주시대는 갔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다윗이 이겼다』는 표현이 심심찮게 외신을 장식하고 있는 것도 거세지고 있는 사이릭스 돌풍의 한 단면을 읽게하는 대목이다.
또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社로부터 윈도95와의 호환인증을 획득함으로써사이릭스의 인기는 상종가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말 넥스젠을 인수한 AMD의 행보도 종전과는 달리 상당한 힘이 실려있어 보인다. 당초 계획보다 늦어졌지만 펜티엄 75 및 90MHz 제품에 필적하는 「5K86(암호명 K5)」을 출시하고 하반기에는 펜티엄프로와 견줄 수 있는K6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어 CPU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마더보드에 탑재할 수 있도록 넥스젠의 코어기술을 변경시키느라생산스케줄이 다소 지연되기는 했으나 이제 모든 문제가 해결돼 하반기에는686급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고 자신하고 있다.
AMD의 발표대로라면 올 하반기 이후 CPU시장은 각 사들의 잇따른 참여로 686급의 본격 경쟁체제에 돌입하게 된다. 이같은 경쟁체제는 그간 인텔이 주도해온 CPU시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상황이다.
업계가 최근의 CPU시장을 주목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변화때문이다.
인텔이 지나간 뒤 「이삭줍기」에 만족했던 호한업체들이 대등한 수준의 제품을 내놓고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는 인텔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상치 못했다. 여기에는 그간 시장독주에 견인차 역할을 해온 인텔의 마케팅정책의 차질도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즉 인텔의 최대 강점으로 꼽혀온 「치고 빠지기」전략이 펜티엄프로에서 막혀 제구실을 못하고있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인텔은 빠른 신제품 출시로 시스템 업체들을 끌고 가면서 높은 수익성을확보하는 것은 물론 후발 업체들에게는 경쟁제품을 개발할 여유를 주지 않는식으로 「두마리 토끼」를 잡아왔다. 그러나 이 전략은 시기를 잘못 잡은(시장상황보다 너무 빠른) 「펜티엄프로」의 출시로 발목이 잡혀있는 형국이다.
32비트 환경에서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펜티엄프로는 아직 16비트 환경이대부분인 PC시장에서는 별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 기회를 틈타 사이릭스가 586시장을 뛰어넘어 686급 제품을 내놓음으로써 CPU시장의 판도가 일시에 흔들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물론 이 돌풍은 아직 시장점유를 의미하기 보다는 대등한 기술을 확보한「진정한 경쟁자」로서의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데 머물고 있다.
하지만 이미 MS社로부터의 호환인증을 획득함에 따라 상당수의 대형 PC업체들이 사이릭스 칩 채용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시장점유 상황변화도 섣불리 점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현대·대우 등 그동안 상대적으로 인텔로부터 소외당해온 대형 PC OEM업체들이 사이릭스의 손을 들어줄 경우 국내 CPU시장 판도의 지각변동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편 경쟁업체들의 약진이 이처럼 거세지자 인텔의 대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텔은 일단 펜티엄프로 1백66MHz에 이어 연내까지 2백MHz까지 계속 고성능 제품을 출시, 제품우위를 지켜나가고 칩에 인터네트 지원기능을강화한 「MMX」제품을 연말부터 내놓을 계획이다. 하지만 펜티엄프로 칩의 PC채용 확대는 아직 미지수다.
따라서 종전처럼 도망갈 제품군이 마땅치 않은 형편에서 인텔이 구상할 수있는 한정돼 보인다. 선발업체로 유리한 가격경쟁을 쉽게 생각할 수 있으나기술우위를 통한 고부가가치를 제일의 모토로 삼는 인텔의 기업성격상 이 전략은 거의 가능성이 없다는 게 업계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보다는 현재 나타난 현상만으로 볼때 오히려 무관심 전략이 유력하다.최근 인텔 내부에서는 「경쟁업체」인 이들 후발업체들을 「모방업체」로 부르고 있는 것도 애써 맞대응을 피하려는 전략 하나로 풀이된다. 인텔과 경쟁업체들간 치열해지고 있는 고성능 CPU시장 경쟁의 결과를 서불리 점치기는어렵지만 그만큼 PC업체와 소비자의 선택의 여지가 많아진다는 점에서 국내수요업체들은 내심 반기고 있는 눈치다.
<김경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