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네트 가전" 차세대 "휘몰이"

떠오르는 시장 「인터네트 가전」을 주목하라-. 인터네트의 대중화가 전세계 컴퓨팅 환경을 바꾸어놓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PC는 물론 TV나 게임기에 이르는 다양한 인터네트 단말기 시장 형성까지 예고하고 있다. 집안의 가전제품과 인테네트의 결합을 겨냥한 새로운 「네트워크 하드웨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인터네트 가전」은 개인이 활용하는 기존의 모든 전자 정보기기를 네트워크에 접속해 사용케하는 단말기로 바꾼다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예컨데 PC의 경우 사용자는 하나의 기기에서 모든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스탠드 얼론」 형식을 유지해 왔다. 이 때문에 좀 더 좋은 성능과 사용 효율 극대화를겨냥해 CPU는 486, 펜티엄등으로 계속 업그레이드돼 왔고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등 기억장치의 용량은 커져만 갔다.

당연히 소비자가 지불해야할 제품의 가격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었다. 펜티엄급PC의 소비자 공급가는 이미 2천달러를 훨씬 넘어섰다.

인터네트 가전은 이것을 부정한다. 인터네트라는 네트워크가 전 세계의 PC를 연결하고 모든 정보가 이속에서 떠 다니는 장점을 극대화, 작업은 모두네트워크를 통해 필요한 정보와 프로그램을 불러내 수행하고 PC는 단말기 역할만 하면 충분하다는 가설인 것이다. 여기에는 선마이크로시스템즈가 발표한 자바(JAVA)의 역할이 기폭제가 되고 있다. 월드와이드웹(WWW) 표준에만따르면 세계의 어떤 정보도 접속이 가능하게 된 데 이어 자바는 프로그램까지 네트워크안을 자유롭게 떠다니고 이를 접속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것이 현실화한다면 PC의 가격은 엄청나게 싸진다. 고성능 CPU나 윈도우, 기가급 HDD등이 모두 필요없게 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저가 네트워크 단말기」가 정보시스템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인터네트 가전의 대표는 오러클의 네트워크컴퓨터(NC) 이다. 오라클은인터네트 단말기로 활용되는 시스템을 겨냥, 5백달러 이하로 PC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지난해말 발표, 전세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NC는 그 개념의 현실화 가능성을 싸고 PC전문가들 사이에 입씨름이 한창 이지만 현재의 추세로봐서 제품의 대량 공급은 시간 문제고 국내 PC업체들도 여기에 가세해야 할지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분석가들은 인터네트 가전의 주역으로 TV룰 주축으로 하는 인터네트 셋톱, NC와 같은 웹 클라이언트, 그리고 개인휴대정보통신단말기(PDA)를꼽고 있다. TV로 인터네트에 접속하고 게임을 즐기는 인터네트 셋톱은 TV 및게임기 시장의 판도를 뒤엎을만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웹 클라이언트 역시 PC업계의 새로운 질서를 구축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에따라 내로라하는 업계의 거인들이 치열한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필립스는 「인터네트 킷」을 1백50달러에 공급하고 있다. 필립스의 CD-I에이 킷을 장착하면 가정에서 보유하고 있는 보통 TV로도 인터네트에 접속, 정보 단발기로 활용할 수 있다.

게임기업계도 적극적이다. 인터네트를 통해 온라인으로 게임을 즐기거나구입하고 외국의 친구와 대전도 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최대업체인 세가는 키보드와 모뎀을 패키지로하는 1백달러짜리 제품의개발을 추진, 주력기인 「세가 새턴」을 통신 툴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소니 역시 「플레이 스테이션」을 똑같은 개념의 게임기로 만들 예정이다.

최근에는 일본 반다이가 TV와 인터네트를 연결하는 가정용 게임 단말기 「피핀 아트마크」를 선보여 화제를 모으고 있다. 또 일반 TV업체중에서는 유럽의 톰슨이 여기에 가세할 것으로 알려졌다.

PDA부문은 저가격뿐 아니라 이동통신을 이용해 인터네트에 접속할 수 있다는 장점을 살리기 위해 애플컴퓨터는 물론 선, 도시바등이 개발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선 마이크로시스템즈의 「자바」 발표로 커다란 「원군」을 얻은웹 크라이언트부문은 오러클을 필두로 소니 LG전자등이 개발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웹 클라이언트는 특히 PC업계의 세력 재편 및 전통적인 마케팅 방식의 변화 가능성 때문에 주목의 초점이 되고 있다. 끊임없는 기능 증가에 따른 PC가격 상승에 대한 앤티 테제로 제기된 저가격 단말기는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장악하고 있는 기존 컴퓨터업계의 지배주주를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보여주고 있다.

인텔의 CPU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는 PC업체들에게는 일종의 「세금」과 같다. PC를 제조하는 업체라면 누구나 이들회사의 제품을 탑재해야만 하고 인텔과 MS는 이같은 「세금 징수자」로서의 지배력을 바탕으로 컴퓨터업계에 군림하고 있다.

그러나 저가격 인터네트 단말기는 이런 세금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네트워크 접속과 프로그램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저가격 CPU로도 충분하다.

오히려 열쇠는 초고속 정보보통신망과 회선 사용료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인텔과 MS의 시장 지배력을 흔들 수 있는 것이다. 인터네트 단말기를 강조하는 회사가 선· 오라클· IBM이라는 사실은 기존의 「윈텔(윈도우와 인텔칩)아키텍쳐 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일부 분석가들은 인터네트 가전, 그 중에서도 저가 PC단말기인 웹 클라이언트 시장이 성숙단계에 접어든다면 PC 마케팅에도 일대 전환이 이루어질 공산이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들은 그 예를 정보통신 시장에서 찾고 있다. 미국의 일부 전자 양판점에서는 이동통신 가입자들에게 휴대폰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통신서비스업자들이 휴대폰을 팔아서 얻는 이익보다는 단말기를 자신들의 비용으로 구입,무료로 공급하고 이를 통해 이용자 수를 늘려 사용료를 챙기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욱 큰 수익원이 된다는데 착안한 것이다.

미국보다 통신시장 성숙도가 뒤진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직 휴대폰 단계까지는 이르지 않았지만 삐삐(페이저)의 경우거의 무료에 가까운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모델이 극단적으로 발전하면 인터네트 단말기 역시 5백 달러 이하에서 언젠가는 무료로 제공되는 마케팅 기법이 선보일 지도 모른다는 분석이가능하다. 인터네트 가전시대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인 「단말기는 무료,네트워크는 유료」라는 마케팅 기법이다. 일반 유저용 브라우저는 무료로 배포하고 서버 소프트웨어는 유료로 해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네트스케이프는이런 개념을 이미 실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여기에는 반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인터네트 단말기로 모든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고 해도 소비자는 책상이나 무릎위에 자신만이 필요한 정보를 저장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기존 PC시장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 때에는 인터네트 단말기와 스탠드 얼론 PC가 양립하는 구조가된다는 설명이다. 어떤 경우이든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인터네트가 활성화될수록 하드웨어의 선택폭은 넓어지게 된다.

인터네트가 컴퓨터 환경을 바꾸고 경제 관행을 뒤흔들고 있는데 이어 하드웨어 시장에서도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변혁의 바람을 몰고오고 있다.

<이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