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반도체산업협회(회장 김광호)가 지난 10일 「반도체산업현황 및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배포하며 이례적으로 내년 반도체경기 회복을 강조한 것은 최근 반도체경기에 대한 일반인들의 우려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간 통계관리에 주력해왔던 협회가 기자간담회를 청해 경기전망을 언급한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다급했다는 얘기다. 『최근 반도체경기에 대한 인식이 너무 편향돼 있는 것 같다』는 김치락 부회장의 간담회 개최배경발언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는 짙게 배여있다. 협회의 이같은 입장은 바로 반도체업계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의 불만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그동안 국내 수출산업의 견인차 역할을해온 반도체가 최근 가격급락의 영향으로 수출부진의 주범으로 찍혀 있다는점이다. 수출 효자상품으로 침이 마르도록 칭송받던 지난해 상황과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공급가격이 종전의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는사실은 분명 충격적인 일이며 이에 따른 반도체수출 침체는 작년에 이어 효자노릇을 해주길 바라던 많은 이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업계의인식은 좀 다르다. 어떤 제품이든지 경기사이클은 있고 반도체의 경우 전례를 볼 때 어떤 제품보다도 분명한 실리콘 사이클을 갖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97년 이후에는 회복세로 접어들 것이 분명한 데도 불구하고 마치회복불능 상태에 빠진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게 주된 얘기다.
이날 강조된 또 하나의 초점은 경쟁력부분. 반도체는 기본적으로 경기탄력성이 높고 가격경쟁 요소의 비중이 높은 상품이다. 지난해 효자상품 대접을받았던 반도체가 올 들어 서자대접조차 못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시장변동으로 인한 타격은 그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물론 D램가격 폭락이주된 요인인 만큼 우리나라의 타격이 가장 크겠지만 경쟁국인 일본의 타격또한 만만치 않다.
일례로 비메모리 생산비중이 60%에 가까워 이상적인 반도체 생산구조라는평가를 받는 일본의 반도체산업도 일부를 제외하면 비메모리제품이 별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마디로 일본의 반도체산업도 D램이 나머지 산업을 먹여살리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럴듯한 매출구조나 생산구조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제품 내지 산업이 대외경쟁력을 갖추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의 간판제품 가운데 가격 및 품질면에서 국제경쟁력을 갖고 있는 제품은 반도체를 제외하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현재 국내 반도체수출이 침체된 것은 공급과잉에 따른 수요부진 때문이지 경쟁력을 잃은 때문은 분명 아니다. 김 부회장도 『전체적인 수출부진의 영향도 크겠지만 여하튼 반도체는 7월 말 현재 여전히 국내 전체수출의14%가 넘는 효자산업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산업이 수년째 매년 50∼60% 넘게 성장한다는 것 자체가 유별난 사건인 데도 어느새 그 성장률이 기준이 되고 당국은 그 잣대로 주먹구구식 수출계획을 세웠고, 업계는 수년간의 호황분위기에 취해 가격급락의 주 요인인 공급과잉을 너무 간과하는 등 당국과 업계가모두 일정부분의 책임이 있다』고 현 상황의 원인을 진단했다.
〈김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