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5년부터 3년째 표류하고 있는 새 방송법이 올해도 예년의 전철을 답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새 방송법 제정을 맡았던 국회 제도개선특별위원회(위원장 김중위)가 지난달 28일로 방송법과 관련해 아무런 성과없이 활동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새 방송법(안)은 활동시한이 종료된 제도개선특위에서 소관 상임위원회인 문화체육공보위원회(위원장 이세기)로 다시 넘어갔다.
새 방송법안이 국회 제도개선특위가 아닌 전문성을 갖춘 문체공위에서 심의된다고 해서 이 법안이 연내에 제정될 수 있을는지도 여전히 미지수다. 공보처나 방송계의 일부 관계자들은 새 방송법안이 문체공위로 다시 이관되는 것에 대해 조기제정 가능성 제고란 전망도 제시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오히려 제정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제도개선특위도 「대기업과 언론사의 위성방송 참여 허용」이라는 민감한 정치 쟁점을 지나치게 의식해, 새 방송법 제정을 회피했는데 문체공위가 이의 제정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재벌과 신문사에 위성 채널을 허가할 경우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기존 지상파TV 노동조합의 입장과 새 방송법 통과 이후 뒤따를 위성방송사업자 선정 등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는 사안에 대해 정치권이 어느 한쪽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대통령선거라는 정치일정을 앞에 두고 있어 새 방송법은 사실상 올 상반기 내 또는 올해 내 처리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새 방송법 제정 난항이 기정사실화하면서 현안 해결을 위한 색다른 주장들도 제기되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위성방송」을 분리해서 다음에 처리하고, 1차 합의를 본 방송위원회와 종합유선방송위원회 통합이나 케이블 TV의 복수소유(MSO) 등 쟁점이 아닌 사안부터 제정하자는 주장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마저도 입법 기술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전해져 지금 단계에선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분석이다.
새 방송법 연기가 기정사실화할 경우 국내 방송산업은 또다시 중차대한 시점을 놓칠 수밖에 없다. 지난 95년부터 새 방송법 제정을 통해 방송산업 구조조정을 시도했던 공보처 및 관련 부처와 위성방송 사업 참여를 준비해온 언론사 및 대기업, 2차 종합유선방송국(SO)의 MSO를 꿈꿔온 SO사업자들은 현행법 내에서 새로운 전략을 짜야할 것으로 보인다.
무궁화호에 의한 위성방송 실현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하다. 새 방송법의 제정 연기가 불확실해지면서 위성방송문제는 부처간 대립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보통신부는 무궁화 방송위성을 이용하기 위해 기존 전파법으로 위성방송 사업자를 선정하겠다고 밝히고 있고, 공보처는 우선 교육방송, 방송대학채널, 한국영상, 아리랑채널 등 공공채널 중 일부에 한해 실용화시험국 형태로 가허가를 내줄 수 있을 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다른 일반 위성방송채널 허가는 현행법 체계상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확고한 공보처의 방침이다. 따라서 새 방송법 제정이 구체화하지 않는 한, 공보처와 정보통신부의 대립은 한층 더 심해질 가능성이 짙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