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영화진흥법 개정문제 일단락

영화 사전심의 위헌판결 이후 지난 5개월간 국내 영화계를 극한 대립으로 몰고 갔던 영화진흥법의 개정문제가 일단락됐다. 지난 17일 국회 본회의에 단독 상정된 신한국당의 개정법률안이 통과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초 영화심의 위헌판결 직후부터 불거져 나왔던 「등급회전용관 및 영화심의기구 논쟁」도 일단 종료됐다.

이번 법률안 상정과 관련, 그동안 소장파 영화인들은 「완전등급분류를 위한 범영화인 준비기구」를 통해 새정치국민회의측과 협의를 거쳐 영화진흥법 개정시안에 자신들의 요구를 반영했고, 영화인협회 및 극장 관련단체를 중심으로 결집한 영화인들은 신한국당의 개정시안에 참여함으로써 양진영은 첨예한 대립을 벌여 왔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국회로 넘어간 영화진흥법의 개정문제는 결국 국회에서도 막판 절충안을 찾는 데 실패, 지난 14일 문공위 상임위회의에서 신한국당과 국민회의측 개정안이 각각 회부, 표결에 부쳐졌다.

당시 국민회의측 개정안의 골자는 순수 민간자율기구에 의한 완전등급분류.가위질의 대명사로 지탄 받아온 공연윤리위원회를 해체함은 물론 현 영화진흥공사도 영화진흥위원회와 종합촬영소로 개편할 것을 명시했다. 반면 신한국당측은 공연윤리위원회의 심의기능은 그대로 유지하되 기구의 명칭과 성격을 바꾸어 민간자율기구로 거듭난다는 기본원칙을 제시했다

이날 신한국당에 의해 단독 상정돼 통과된 영화진흥법 개정안은 기존의 영화진흥법과 비해 크게 두 가지가 달라졌다. 첫째 공연윤리위원회의 명칭을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로 변경하고 외국영화 수입추천권을 문체부에서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로 이관했다. 두번째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등급외 전용관 문제를 「일반 관람」 「12세 미만 관람불가」 「15세 미만 관람불가」 「18세 미만 관람불가」 등 4등급으로 나누고 「하드코어 성인영화」를 비롯해 다른 법률의 저촉을 받을 수 있는 영화에 대해서는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상영등급 부여를 보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등급외 전용관을 설치할 경우 외산 저질영화가 범람하고 우리나라가 포르노영화의 공식수입국가로 전락할 것이라고 소리를 높여왔던 진영은 무조건 환영한다는 입장. 가위질이 없어진 대신 등급을 보류해 재심의 기회를 주면 제작자가 문제 장면을 스스로 자르도록 유도한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등급외 전용관이 오히려 포르노 영화의 유통을 엄격히 제한해 준다고 주장해 온 소장파 영화인들은 『등급보류가 상영금지와 사실상 다를 바가 없으며 행정기관이 사전에 표현물의 공개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전면 위배된다』면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또한 소형 단편영화 및 영화제 상영작에 대한 사전심의 면제 조항이 삭제되고 심의를 받지 않은 영화에 대해 최고 1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한 것과 관련해 독립영화 제작자들은 『 소형 단편 영화에 심의를 면제해 준 현행 영진법보다 오히려 후퇴한 것이며 1억원이란 거액의 과태료를 물게 한 것은 사실상 소형영화를 압살하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허탈해 하는 반응이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이번 개정안 통과로 『일단 1라운드가 끝난 셈이지만 앞으로 등급보류 영화와 관련해 위헌소송이 이어질 경우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선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