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삼성전관·코닝 독일공장 M&A 성공사례 (하)

『SEB가 이곳에서 조기정상화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성공할 수 있다는 확고한 자신감을 바탕으로한 본사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김 인 SEB법인장)

실제로 삼성전관 독일공장(SEB)과 삼성코닝 독일공장(SCD)의 대대적인 설비교체와 증설은 각각 본사의 전폭적인 자금지원 없이는 불가능했던 일이다. SEB는 지난 93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한화로 약 5백원을 투자했으며 SCD는 지난 94년부터 96년까지 3년동안 2천2백원을 투입했다. SEB의 투자액이 SCD보다 작은 것은 브라운관이 유리벌브보다 장치비가 적게 소요되는데다 SEB의 전신인 WF社가 지난 84년 일본으로부터 설비를 도입,생산성을 갖추는데 필요한 설비교체의 폭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양사는 설비공사에 따른 유휴인력중 중간관리자급 이상을 순차적으로 한국본사에 파견,거의 전원을 위탁교육시키는 동시에 본사에서 파견된 기술인력을 중심으로 현장에서 공정기술지도와 생산성향상 교육을 병행시켜 나갔다. 한마디로 SEB와 SCD는 기존설비의 70∼90%를 교체하고 생산인력의 질을 국내수준에 버금가는 정도로 제고시키는 탄태환골을 시도한 것이다. 양사는 또 공사가 순차적으로 완료되는데 따라 늘어나는 생산량을 본사 마케팅 및 영업팀과 공조,현지 거래선을 확보해 나가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시켰다. SEB와 SCD는 이같은 본사와의 공조체제로 주재원 수가 전체인력의 10%에 지나지 않음에도 생산과 판매의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특히 관리부문에서는 경리, 인사 등 일부분을 제외하고는 위탁교육을 이수한 현지인 간부들에 의한 관리 감독체제를 구축,주재원들과의 마찰을 예방하고 현지인들의 자신감 배양을 꾀했다.

생산성 향상과 판매망 확보 및 개척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본사위탁교육이 거듭됨에 따라 현지인들의 인식과 자세도 점차 바뀌어 나갔다. 현지인들의 긍적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변화는 양사가 조기안정화를 이루는데 기폭제가 됐다. 주재원들은 『인수 초기 사회주의체제에 뿌리박혀 있던 현지인들과의 크나 큰 「의식괴리」에 매우 당황했다』고 말한다. 주재원들은 현지인들의 철저한 개인주의와 개인간, 부서간 협의 회피,책임을 지려하지 않는 자세,명령만을 수행하는 수동적 태도,업무진행 상황의 보고가 전혀 되지않는 풍토 때문에 모든 일은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챙겨야만하는 곤욕을 치뤄야 했다고 한다.

현지인들의 의식변화는 감원을 실시하지 않은 채 막대한 투자를 계속하고 생산품의 판매가 원활히 이루어져 초기 회의적인 시각이 희석되면서부터 서서히 일어났다고 한다. SEB 생산 1부장인 베흐렌트씨는 『구동독기업을 인수한 업체들이 대부분 당장의 손해를 보지않기위해 가장 필요한 「수혈」을 꺼려하고 인원감축으로 일관한 반면 삼성전관은 WF를 회생시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꾸준히 취해왔다』며 『일자리를 잃지 않겠다는 희망을 가지면서 이곳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회사에 협조하는 자세를 가지게 됐다』고 술회한다. 구동독 시절 호마이카 생산업체 사장 출신으로 SCD인근에 사는 헤르베르트 시모노브스키(56)씨도 『SCD가 주변의 다른 업체와 달리 경쟁력을 회복하고 고용안정은 물론 고용확대 이룩하고 있기때문에 지역경제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어 주민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가지 WF와 FGT는 삼성전관,삼성코닝이 각각 경영정상화에 필요한 투자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적정규모였던 점과 영위업종에서 확고한 경쟁우위를 지니고 있었다는 점도 M&A 성공의 요인이라는게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AST, 지너스, 맥스터 등 미국업체들은 3억달러가 넘는 막대한 인수자금을 들이고도 최고 57%의 지분을 차지하는데 크칠 정도로 대상업체의 덩치가 지나치게 컸을 뿐더러 관련제품의 기술력에서도 확고한 경쟁우위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해당업체의 브랜드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서둘러 인수했기 때문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도 안정화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지적도 있기 때문이다.

<유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