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살롱]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김은영 위원장

『과학자는 본업인 연구에 정진해야 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이런 중책을 맡은 이상 지금까지의 연구, 관리경험과 주어진 환경을 적절히 조합,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힘쓰겠습니다.』

순수과학자로서는 처음으로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장(장관급)에 임명된 김은영 박사는 그동안 KIST를 30년동안 지켜온 우리나라 과학기술사의 산증인. KIST 톱매니저에서 다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장직을 맡게 돼 앞으로 기초과학분야 육성과 국책연구소 위상 재정립에 많은 노력을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독일 다름슈타트 공대에서 이학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독일 플라스틱연구소로 진출, 연구활동중 지난 67년 KIST 설립과 더불어 유치과학자로 초빙됐다. KIST를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소」로 만들고 지킨 한국 과학자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84건의 연구실적과 특허 16건, 국내외 논문 65편을 발표했고 특히 생체 재료분야에서 세계적인 석학으로 인정 받는다.

김 위원장의 기초과학기술 육성에 대한 지대한 관심은 과학기술이 국가 경쟁력의 밑바탕이 되고 있는 시대적 조류에서부터 비롯된다. 첨단 과학기술 보유국은 곧 세계를 주도하는 주인공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기반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학교나 기업, 국가 출연연구소가 혼연일체가 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이 선진국의 확고한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도 쉽게 알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응하기 위한 선행 추진 과제는 정부출연연구소의 위상을 새롭게 높이는 일에서 출발한다고 강조한다.

『국가과학기술연구소의 모태가 된 KIST가 설립될 당시는 국민소득이 1백달러대였고 금성사가 흑백 TV를 처음으로 생산하던 시기로 기초과학이나 엔지니어링 분야를 통틀어 변변한 연구 기자재나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았던 때였습니다. 당연히 기초기술 개발이나 R&D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상황이었죠. 다행히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1천만달러라는 거금을 지원, 산학계를 위한 연구소 설립을 추진했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과학기술의 연구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사회 모든 분야에서 급속한 상업화와 연구환경 자체의 변화가 거듭되면서 현재 기업의 연구환경이나 대학교의 외적 조건은 정부출연기관을 압도하기에 이르렀고 시설기자재나 인력, 연구비면에서도 정부출연기관이 갈수록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특히 연구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주체가 대학 중심으로 변했고 연구비 확보면에서도 불리해 정부 출연기관의 침체가 계속돼 왔다.

『그동안 정부출연연구소는 국가과학기술을 선도하는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이행해 왔습니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개발목적, 영향과 더불어 연구소의 위상도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어 이제는 이에 맞는 제도와 정책의 재정립이 필요합니다.』

김 위원장은 3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독일 「막스 프랑크 연구소」와 같이 첨단 기초연구소로서의 영역과 임무가 잘 정리돼 있고 높은 위상을 인정받고 있는 국가출연연구소를 국내에서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하고 앞으로 연구소의 역할분담과 위상제고에 많은 관심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끌고 있는 벤처기업도 같은 맥락에서 평가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 위원장은 『국제사회의 변화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특히 과학기술 분야에서 모방기술로는 21세기 국가간 경쟁체제에서 성공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따라서 벤처기업도 고유의 아이디어와 기반기술을 바탕으로 창업동기가 만들어져야하며 첨단기술을 벤처기업에서 처리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벤처기업은 모방기술로 성공했던 경우가 없고 시대에 맞는 과학기술을 적기에 상업화함으로써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세계를 상대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예에 비춰 국내 연구환경도 R&D를 중심으로 연구동기를 고취함은 물론 적극적인 공조체제 기틀을 마련해 기술력 위주의 벤처기업을 육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기초과학의 진흥을 위해 걸림돌로 작용하는게 인력 수급과 배출 문제이다. 김 위원장은 『사이언스와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적절한 비율로 인력양성이 이루어지는 미국과 달리 일본이나 한국은 엔지니어링 분야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창의적인 기술개발이 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이 노벨상을 휩쓸고 있으며 세계 과학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며 우리도 공학이나 수학, 물리분야에 많은 전문인력을 확보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국가 과학기술 정책 방향과 과련, 5개 원천기술을 집중 육성토록 한 KIST-2000 연구프로그램같이 치열한 기술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반기술 분야에 더욱 치중함은 물론 독창적인 연구체제를 갖추는데 많은 관심을 기울일 예정이다.

<이규태기자>

* 김은영 과기자문위원장 약력

1937년 출생

1956-1961 서울대학교 화공과졸업

1964-1966 독일 다름슈타트공대 박사

1964-1966 독일 플라스틱연구소 연구원

1967-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선임 책임연구원

1976-1977 캐나다 워터루 대학 객원교수

1993-1994 한국고분자학회 회장

1996-현재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 과총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