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새가전 뉴리더 (39);성진전자 디자인팀

국내 소형가전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젊음을 불사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필립스, 브라운, 내셔널이라는 거대 다국적기업에 맞서 국산 소형가전의 최후의 보루를 지키기 위해 당차게 출사표를 던진 이 들은 전기면도기를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성진전자(대표 오태준) 디자인실의 여성 4인방.

『연약한 여성의 힘으로 어떻게』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에게는 직접 이들이 일하는 작업장에 가보라고 권하고 싶을 만큼 중소기업이라는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신세대다운 재치로 당차게 자신의 몫을 해내고 있다.

팀장인 강혜진씨(28)를 비롯 최윤이, 안미현, 박희남씨 등 4명의 젊은 여성 디자이너들은 톡톡 튀는 감각으로 전기면도기, 자동차용 공기청정기, 헤어드라이어 등 각종 제품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모캅(Mock­up), 금형, 표면처리, 포장, 카탈로그에까지 자신들의 손길로 꼼꼼히 가다듬고 있다.

강혜진 팀장의 경우는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성진전자에 자체 디자인실을 설치하게끔 산파역할을 한 인물이기도 하다. 『소형가전을 생산하는 국내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디자인이라는 무기로 재무장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대응할 수가 없다』는 것이 입사 초년생이었던 그의 당돌한 주장. 이런 그의 밉지 않은 주장과 오 사장의 전기면도기에 대한 장인정신이 어우러져 마침내 지난 93년 성진전자에도 소형가전을 전문적으로 디자인하는 디자인실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강 팀장은 전기면도기 디자인의 기본 콘셉트를 「고정관념 탈피」 「형식 파괴」에 맞추고 있다. 검정색, 갈색, 회색 일변도의 국산 전기면도기가 외산의 독특한 색깔과 디자인에 밀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기면도기 구매층의 상당수가 남성에게 선물하고자 하는 젊은 여성들로 바뀌고 있다는 시장분석 결과 때문이다.

이를 반영해 그는 마치 여성의 화장품같이 한 손에 꼭 들어가는 깜찍한 디자인의 제품(모델명 SR-760)을 지난 95년 개발해냈다. 고급스러우면서도 심플한 디자인에 나무결 모양의 표면처리, 금색도장이 선물용으로 인기를 모아 국산 모델로서는 드물게 50만대 가량 판매되는 히트상품이 된 것이다. 정확한 시장분석과 이를 관통하는 디자이너의 감각이 잘 맞아떨어져 낳은 효자상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요즘 강 팀장을 비롯한 성진전자 사람들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국산으로는 최초로 30분 급속 충전기능의 전기면도기 신제품(SR-283)을 개발해 곧 시판에 들어갈 예정이고 LCD회로의 국산화에 성공, 충전상태가 액정화면에 나타나는 고급제품(SR-790)도 연말께는 선보일 계획이다.

외국업체들에 맞서 우수한 기능과 독특한 디자인으로 「저가」라는 국산 제품의 이미지를 벗고 세계 유수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뛰어난 제품으로 「조아스」라는 브랜드를 세계에 알릴 작정이다.

강 팀장은 오늘도 중소기업의 젊은 버팀목으로서, 또 평범한 한 가정의 안주인으로서 동분서주하고 있다.

<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