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장비 시장에 최근 들어 「전공정 장비」 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후공정 장비가 주류를 이뤘던 데서 벗어나 에처, CVD, 웨트스테이션 등과 같은 각종 전공정 장비의 국내 개발 및 생산이 최근 들어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전체 반도체장비 수요의 55% 이상을 차지하면서도 그동안 마땅한 국산 제품이 없어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해온 전공정 장비의 국산 대체도 예상보다 훨씬 앞당겨질 전망이다. 이러한 기대를 반영하듯 올들어 국내 업체들에 의해 개발된 전공정 장비가 소자 업체의 양산 라인에 본격 채택되는 등 양산돌입 및 외산대체 움직임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흔히 「FAB설비」라고 불리는 전공정 장비는 기계식이 대부분인 후공정 장비들과는 달리 시스템 디자인과 운영 소프트웨어 기술이 핵심인 완전 전자식 자동 설비들이 주종을 이룬다. 실제로 전공정 반도체 장비의 제조 비용 구성을 보면 관련 운영 소프트웨어의 비용이 75% 이상을 차지한다. 이는 전체 장비비 구성의 40% 이상을 하드웨어부문이 차지하는 후공장 장비와 비교할 때 그만큼 기술 난이도가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제품 가격이 최하 1백만달러에서 최고 7백만달러에 이르는 등 대부분이 고가 장비인 이들 전공정 장비들은 제품 개발에 필요한 요소 기술 또한 광범위하다. 스테퍼, 에처, CVD 등과 같은 주요 핵심 전공정 장비들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광학 및 플라즈마 기술과 진공 또는 미세 박막 형성 기술에 이르는 광범위한 분야의 기초 기술들이 요구된다.
전공정 장비가 지닌 또 하나의 특징은 후공정 장비들에 비해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미세회로 형성을 위한 디자인룰의 발전과 증착 및 식각 공정의 변화에 따라 전공정 장비의 주종 모델은 빠르게 변한다. 스테퍼의 경우 기존 i라인용에서 DUV용으로 바뀌면서 이 분야 업계 판도가 새로 짜여지는가 하면 과거 PVD 분야에서 1위를 달리던 한 외국 업체가 클러스터 툴 컨트롤러(CTC) 기술을 통한 멀티 체임버의 채택에 뒤처진 결과 하루 아침에 하위 업체로 전락한 사례는 너무나 잘 알려진 얘기다.
따라서 전공정 부문은 초기 시장 진입에도 막대한 투자 비용이 요구되며 성공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계속된 요소 기술의 개발과 차세대 반도체 공정에 대한 예견이 필수적이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램리서치, 동경엘렉트론, 캐넌 등 세계적인 전공정장비 업체들이 해당 분야의 관련 기술을 보유한 중소 장비업체들의 인수 및 합병을 통해 「덩치 불리기」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분야의 전문가들 대부분은 향후 전공정 장비 시장은 결국 업체간 「규모의 싸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전공정 장비 관련 각종 기반 기술이 취약하고 업체 규모도 작은 국내 상황에서 전공정 분야에 도전하는 일은 조금 심하게 말해 「계란으로 바위치기」로까지 비유되고 있는 형편이다. 실제로 한국기계연구원이 발표한 반도체장비 관련 기술평가자료에 따르면 미국 및 일본 등 선진국의 반도체장비 제조기술을 10으로 볼 때 후공정 및 유틸리티 장비 부문의 국내 기술은 각각 7과 6을 기록, 어느 정도 경쟁이 되는데 반해 전공정 부문 기반기술은 불과 4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전공정 반도체장비에 대한 국내업체들의 투자 및 개발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는데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는 전체 반도체장비 시장에서 후공정 장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인데 반해 기술적 또는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큰 전공정 부문 수요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반도체장비, 재료협회(SEMI)와 일본반도체장비협회(SEAJ)가 공동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반도체장비시장(2백63억달러) 가운데 전공정장비가 2백2억달러로 76.8%에 달했고, 그동안 국내 반도체장비 업체들이 주력해온 조립 등 후공정 장비는 14억달러로 5.3%에 불과했다. 그리고 나머지를 검사측정 및 테스트장비가 차지했다.
이러한 전공정장비의 비중 확대는 앞으로 웨이퍼의 규격이 현재 2백㎜ 위주에서 3백㎜로 옮겨가고 소자의 회로 선폭도 0.35 미크론 이하로 미세화되면서 이를 다루는 전공정 장비들이 고가화돼 감에 따라 더욱 심화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후공정장비 위주이던 국내 반도체장비 산업은 근본적인 구조 조정이 불가피하게 됐고 이는 곧 전공정 부문에 대한 장비개발과 투자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들어 CVD 및 에처 장비와 트랙, CMP장비 등과 같은 각종 전공정 장비들이 국내업체에 의해 잇따라 개발된 것도 이 때문이다.
전공장 장비에 대한 국내업체들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아펙스, 주성엔지니어링, 청송시스템, 선익, 지니텍 등과 같은 전공정장비 개발 업체들이 향후 국내 반도체장비 산업을 이끌 새로운 주역으로 급부상했고 미래산업, 케이씨텍, 한국DNS, 디아이, 한양기공, 아토, 피에스케이테크 등 기존 후공정 및 유틸리티 생산업체들도 전공정장비 개발 및 관련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 결과, 이들 국내업체들이 개발한 전공정 장비들의 일부는 이미 시험 단계를 거쳐 실제 양산라인에 채택됐고 현재 개발 완료돼 성능 시험중인 각종 장비들도 오는 하반기부터는 본격 양산될 예정이다.
이를 세부 품목별로 살펴보면 전공정용 핵심 장비인 화학적증착장비(CVD)의 경우 저압기상(LP) CVD, 유기금속(MO) CVD, 펄스드 소스 CVD, ECR CVD 등이 이미 개발완료된 상태이다. 그리고 반도체 식각장비인 에처는 64MD램 대응 건식 에처와 라운드 에칭용 장비가 국산화돼 현재 시험 가동중이다. 또한 4∼5인치 웨이퍼 겸용 및 카세트리스 웨트스테이션이 최근 국내업체에 의해 개발돼 생산중이다.
이러한 움직임과 함께 정부출연연구기관인 전자통신연구원(ETRI)도 전공정 분야중 가장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리소그래피 영역에서 기가 D램 이상 차세대 반도체 제조용 ArF 레이저 스캐너 장비의 개발에 본격 착수하는 등 전공장 장비 국산화에 발벗고 나섰다.
플라즈마 소스, RF제너레이터, 초음파세정기, 온도조절기, 진공부품 등 전공정 장비 개발에 필요한 각종 핵심 모듈 분야에서 국내 전문 업체들이 개발한 제품들도 잇따라 선보여 주목된다.
또한 에처, CVD, 스퍼터 등 첨단 전공정 장비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자 향후 멀티체임버 및 3백㎜ 웨이퍼용 장비 개발에 필요한 요소 기술인 클러스터 툴 컨트롤러(CTC) 시스템에 대한 국내 업체들의 본격적인 개발 추진도 전공정 장비 분야 성공의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주상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