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孝勳
79년 경북대학교 금속공학과 졸업
82년 한국과학기술원 재료공학 석사
85년 한국과학기술원 재료공학 박사
86년 미국 스탠퍼드대학 연구원
86년∼현재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초기술연구부 책임연구원
교통량이 많은 고속도로에 차선이 하나면 체증현상이 나타난다. 이 도로에 차선을 늘리면 많은 차량이 동시에 달릴 수 있게 되어 소통이 원활해진다. 21세기에 구축될 정보고속도로도 이 문제가 해결과제다. 정보고속도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광섬유에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법은 현재 여러 가입자가 보내는 신호를 시간으로 나눠 순차적으로 보내는 직렬처리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광섬유마다 하나의 전송채널만 갖고 있어 이 전송방식으로는 21세기 초에 직면할 초당 몇 테라비트(10¹²)의 정보처리 용량을 감당하지 못하게 된다. 광섬유 한가닥에 여러개의 정보를 동시에 보내는 병렬처리 방식이 도입돼야 한다. 여러 채널의 광신호를 병렬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여러개의 빛을 동시에 보낼 수 있는 집적 광원이 필요하고 그 광원으로 유망한 것이 바로 마이크로 레이저다.
초당 몇 테라비트의 정보를 처리하려면 몇개의 레이저 다이오드가 집적되어야 할까. 현재 상용화된 레이저 성능의 수준으로 볼 때 레이저 1개에 초당 2.5기가비트(10)의 변조속도를 갖는다면 1천개 정도가 필요하고 10기가비트의 속도를 갖는다면 몇백개 정도가 필요하다. 기존 반도체 레이저로는 몇 밀리와트의 출력을 얻는 데 몇 밀리암페어의 전류를 흘러줘야 한다. 이 레이저로는 빛이 나올 때 발생되는 열 때문에 몇백개의 레이저를 작동시킬 수 없다. 또 기존 레이저의 구조가 웨이퍼의 단면 방향으로 빛이 나가도록 설계되어 있어 여러개의 레이저를 이차원적으로 집적하기도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적합한 구조로 수직공진형 표면방출 마이크로 레이저 구조가 연구되고 있다. 이 구조는 웨이퍼의 수직방향으로 빛을 공진시켜 표면으로 보냄으로써 소자의 집적에 유리하며 빛을 내는 매질의 부피를 작게 할 수 있고 열의 발생도 줄일 수 있다.
레이저를 작게 하려면 활성층 안에 빛을 효과적으로 가둘 수 있는 거울이 필요하다. 예컨대 두께 1백A의 양자우물층에서 레이저가 발진되기 위해서는 빛이 활성층 사이를 1백회 이상 왕복하는 공진이 일어나야 한다. 이처럼 높은 반사율을 갖는 거울층을 만들어 주는 것이 마이크로 레이저 제작의 근본적인 어려움이다. 수직공진형 표면방출 레이저 구조는 지난 79년에 아이가(Iga)가 처음 제안했으나 실용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그 후 89년 벨연구소가 굴절률에서 차이가 큰 두가지 화합물 반도체 소재를 교대로 쌓은 브래그 반사층을 이용한 구조로 만들어 마이크로 레이저의 발진에 처음 성공해 본격적인 활용이 가능하게 됐다. 이 연구를 수행한 팀원 가운데 한사람이 현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로 있는 이용희 박사다.
수직공진형 표면방출 레이저의 전형적인 구조는 활성층 아래 위에 브래그 반사층이 쌓여 있다. 브래그 반사층은 굴절률이 다른 매질의 경계면에서 빛이 반사될 때 간섭이 발생하지 않도록 4분의 λ(λ=빛의 파장) 또는 그 정수배가 되는 두께로 반복해 쌓은 것이다. 이 구조에서 첫번째 반사경계면 사이의 공간을 공진기라고 한다. 이 공진기의 간격은 레이저의 특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로 원하는 파장에서 공진이 잘될 수 있도록 두께 조절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 공진기 간격은 대개 빛의 파장과 같은 λ 또는 2배인 2λ를 사용하는데 이처럼 파장에 근접하면 레이저 스펙트럼의 폭이 매우 좁은 단일모드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이 마이크로 공진구조에서 얻어지는 물리적인 장점 중 하나다.
측면방출 레이저는 레이저 빔이 타원형의 고깔 모양으로 넓게 퍼지지만 수직공진형 표면방출 레이저는 완전한 원형의 빔이 아주 좁은 각도로 퍼져 나온다. 그래서 광섬유에 연결할 때 90% 이상의 높은 연결효율을 얻을 수 있고 연결하는 데 드는 부품의 비용도 적다. 표면방출 레이저는 그 구조를 성장하기 어렵지만 성공적인 결정성장을 할 경우 한 웨이퍼에서 정상적으로 동작하는 레이저가 90%를 상회하는 높은 생산수율을 얻을 수 있고 각 레이저 소자를 잘라내지 않고도 웨이퍼 상에서 작동 여부를 검증할 수 있다. 따라서 전체 생산단가를 측면방출 레이저보다 낮출 수 있다.
마이크로 레이저의 집적 광원은 광통신뿐 아니라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광 프로세서에도 사용할 수 있다. 정밀 영상처리, 컴퓨터 간 또는 컴퓨터내 보드간 데이터 전송을 위한 광 연결, 광컴퓨터의 기능을 갖는 핵심 광연산 처리장치도 실현시킬 수 있다. 마이크로 레이저의 기하학적인 형태로 볼 때 1㎝²당 1백만개의 레이저를 집적할 수 있다. 하지만 레이저 작동에 필요한 소비전력을 고려할 때 1천개 정도 집적이 가능하다. 레이저의 성능면에서는 몇 테라급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빛이 지나가는 경로를 조절하는 부품, 논리적인 정보처리를 할 수 있는 광소자, 광메모리 같은 관련기술이 발전되지 않아 대용량 처리 시스템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컴퓨터-컴퓨터 사이, 또는 보드-보드 사이의 광배선에는 몇십개의 레이저만 집적시키면 되므로 현재의 레이저 성능으로 실용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표면방출 레이저를 이용한 광배선의 실용화를 위해 레이저 어레이와 광유도선과의 연결, 데이터의 입출력에서 광신호와 전기신호 연결 등 기술적인 해결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주변 부품기술이 성숙될 때 마이크로 레이저 시장이 본격 개화될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로 레이저는 저소비 전력에다 공간 크기가 작아 의료용 기구, 바코드 검출기, 정밀 스캐너, 휴대용 영상처리기, 소형 디스플레이 등 일상 생활용품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될 수 있다.
수직공진형 마이크로 레이저의 성능은 근래 10년 동안 상당히 진전되어 부분적으로 실용화 수준에 이르고 있다. 레이저 집적에서 가장 괄목한 발전은 문턱 전류를 몇십 마이크로 암페어 수준으로 낮춰진 것이다. 미국 USC가 AlAs계 반도체 거울층 일부를 산화시켜 활성층 바로 위에 얇은 전류 차단층을 만든 구조로 전류주입과 광고립 효율을 높여 문턱 전류가 이론적인 한계 가까이로 낮아졌다. 문턱 전압도 반도체의 밴드 갭으로 결정되는 한계에 가까운 1.5V 수준으로 내려갔다. 광섬유와 접속을 위해서는 안정된 단일 횡모드 특성이 필요하다. 그런데 수직공진 구조에서는 횡모드 특성이 불안해 고출력의 단일 횡모드를 얻기 어렵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기초기술연구부는 굴절률이 높은 비정질 갈륨비소층으로 레이저 기둥을 매몰시킨 구조로 횡모드 특성을 안정화시켜 몇 밀리와트의 고출력 단일 횡모드 특성을 기록한 바 있다.
레이저의 편광 특성 또한 주요 연구대상이다. 레이저의 변조 또는 데이터 입출력시에 잡음을 줄이기 위해 특정 방향의 안정된 편광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편광 특성에서도 기초기술연구부에서 비대칭 공진기를 갖는 구조를 고안, 직교하는 두 편광의 억압비가 3백대 1에 이르는 최고수준의 성능을 기록한 바 있다. 이 구조를 이용하여 편광방향이 다른 두가지의 레이저들을 동일 웨이퍼 위에 배열시킴으로써 편광 스위칭 레이저 어레이를 처음으로 시현했다. 편광 스위칭 레이저는 홀로그램을 이용한 연상인식에 사용할 경우 영상의 밀도를 2배 늘릴 수 있다. 또 편광 스위칭 레이저를 편광 분리기와 조합하면 간섭현상이 적은 광교환 시스템을 실현할 수 있다.
지금까지 좋은 성능을 얻은 수직공진형 레이저는 근적외선 영역인 8백50∼9백80㎚ 파장대가 대부분이다. 다양한 응용을 위해서는 적외선에서부터 가시광까지 폭넓은 파장에 걸친 레이저가 필요하다. 특히 광섬유를 이용한 광전송에는 1.3∼1.55 파장대가 필요하다. 이 파장대의 레이저는 기존 측면방출 레이저의 성능을 능가하는 레이저가 아직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장파장 레이저 구조의 결정성장이 어렵기 때문이다. 조만간 이 파장대에서도 생산단가가 낮은 레이저가 실현되어 각 가정에까지 광섬유가 공급되는 시대에 광접속 부품이 경제성 있는 가격에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파장분할다중(WDM) 전송을 위한 광원으로 여러가지 파장의 빛을 낼 수 있는 레이저도 중요한 주제로 연구되고 있다. 레이저의 발진파장이 공진기와 거울층 두께에 민감하게 변하는 특징을 이용해 이들 층의 두께를 변화시키는 방법으로 파장이 다른 레이저 어레이를 만들고 있다. 전송용량을 높이기 위해 채널의 수를 늘릴수록 집적에 유리한 표면방출 레이저 구조가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 레이저의 이상적인 구조는 수직방향뿐 아니라 수평방향에도 높은 반사율의 거울층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같은 3차원 마이크로 공진기를 만들면 양자효과가 나타나 자연방출 상태에서도 특정한 파장의 빛을 내게 된다. 이 특정 파장의 자연방출이 유도방출로 이어지므로 결국 문턱 전류가 없는 레이저가 될 수 있다. 문턱 전류가 없다는 의미는 아주 미세한 전류에서도 정합된 빛이 방출된다는 것이다.
만약 이 공진기에 전자를 하나씩 주입할 수 있다면 특정 파장의 빛을 방출하게 되어 개념상으로 레이저로 분류할 수 있으며 전자 하나를 주입할 정도의 최소량의 전류로 동작시킬 수도 있다. 소량의 전자로 조절되는 3차원 마이크로 레이저는 소비전력을 이론적인 한계까지 낮출 수 있다는 점 이외에 빛의 파장을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 레이저에서는 빛의 파장이 활성매질의 밴드갭에 의해 결정되지만 3차원 레이저는 공진기의 크기에 의해 파장이 결정된다. 그러므로 공진기의 크기를 변화시킴으로써 매질의 자연방출 스펙트럼 영역내에서 파장의 선택범위를 넓힐 수 있다.
자연방출 특성이 공진기의 공간에 의해 조절되는 현상에 대한 해석을 캐비티 양자 전자역학이라는 분야로 연구되고 있다. 캐비티는 2개의 거울 사이에 빛이 갇히게 되는 공간을 말한다. 고체매질을 이용한 3차원 마이크로 레이저는 아직 실험적으로 달성된 바 없다. 유사한 개념이 적용되는 실험으로써 최근 몇 밀리미터의 진공공간에 원자 하나를 주입하여 캐비티에서 빛의 양자 역학적인 특성을 관찰한 실험은 MIT 안경원 박사가 성공한 적이 있다.
반도체 마이크로 캐비티에서도 완전한 3차원 캐비티는 아니지만 전자광자공진기간 상호작용 효과를 관찰한 바 있다. 반도체에서 미세결정 구조를 만들어 입체 반사효과를 갖는 구조를 만들고 있으므로 3차원 마이크로 레이저도 머지 않아 등장할 것으로 본다. 그리고 단전자로 작동되는 전자소자는 만들어지고 있으므로 이러한 관련기술이 접합되어 몇개의 전자로 조절되는 마이크로 레이저도 실현될 것이다. 전자 하나, 광자 하나까지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이 현재의 슈퍼 컴퓨터 성능을 갖은 컴퓨터를 머지 않아 우리의 손바닥 위에 올려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