林佐相
84년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91년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학교 경영정보학 석사학위
94년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학교 경영정보학 박사학위
94∼97년 삼성SDS 컨설팅사업부, 금융서비스사업부
97년∼ 상명대학교 정보통신학과 교수
97년∼ 한국 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공상과학에서나 보던 꿈의 정보통신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사람의 생각대로 기계를 움직이는 꿈같은 일이 머지않은 듯하다. 이른바 뇌 정보통신 시대가 열리고 있다. 20년전에 무선전화기로 통화한다면 마술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무선 전화의 원리까지 알고 있다. 사람의 목소리를 9백㎒대역의 전파신호로 변조, 공기를 통해 전송하고 수신 측에서는 이를 복조하는 것이다. 뇌파를 이용한 정보통신도 그 과학적 원리가 매우 단순하다.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적 신호를 전송하고, 수신된 신호를 해석하여 기계를 조정하는 것이다. 뇌 정보통신의 발전은 향후 컴퓨터와 인간의 인터페이스를 혁신적인 형태로 바꾸어 놓을지도 모른다.
BCI(Brain Computer Interface)는 뇌파를 통해 컴퓨터를 통제하는 인터페이스 관련 기술을 말한다. 뇌파는 뇌 신경세포의 전기적 활동에 의해 누구에게나 발생하며 사람의 활동상태에 따라 서로 다른 신호가 발생된다. 예를 들어 휴식할 때는 알파파라고 알려진 8∼13㎐ 정도의 신호가 발생하고, 긴장이나 흥분시에는 베타파로 알려진 15∼30㎐ 정도의 신호가 발생한다. 무선통신에서 사용되는 신호가 9백㎒인 점을 감안하면 뇌파는 매우 미약한 신호다.
뇌파를 정보통신에 응용하는 원리는 무선통신과 같다. 즉 무선통신과 같이 수신된 아날로그 신호를 변조, 증폭하는 과정을 통해 컴퓨터에 전달하는 것이다. 수신된 신호는 복조하여, 컴퓨터의 명령어로 해석된다.
간단한 원리에 비해 BCI를 실용화하기까지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인간의 사고, 동작간 정확한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초보적이지만 1990년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학의 케이른(Keirn)과 오논(Aunon)은 컴퓨터를 이용해 사람이 하는 생각을 알아 맞추는 것을 과학적으로 실현해 보였다. 이른바 독심(讀心, Mind Reading)시스템의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다섯 가지의 서로 틀린 생각을 하게 하고 후두, 중심, 두정엽에서 발생하는 뇌파를 이용해 사람들이 다섯 가지 중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아 맞췄다. 정확성은 무려 95%에 달했다.
인간의 뇌는 약 1조에 달하는 신경세포를 갖고 있으며 중추신경계를 통해 다양한 인간의 사고와 동작을 통제한다. 오스트리아 제나(Jena) 대학의 한스 버거(Hans Berger)는 1929년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우 미약한 전기적 신호(셀룰러 무선전화의 10만분의 1정도), 즉 뇌파를 사람의 두피에서 측정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뇌파를 이용, 사람의 생각에 의해 동작되는 BCI 컴퓨터 연구의 기술적 근거를 제공하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BCI 연구는 기존의 컴퓨터 인터페이스에도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사람의 자연언어로 움직이는 BCI컴퓨터에 한 걸음 다가선 연구는 1990년 일본전신전화회사의 휴먼 인터페이스 연구실에 근무하는 히라이와(Hiraiwa) 연구팀에 의해 시도되었다.
이 연구는 일본어 다섯 자음 (아이우에오)을 발음할 때 전두, 중심, 측두, 후두엽에서 발생하는 뇌파를 인공 신경망 모델을 이용 분류하고 있다. 다섯 자음은 그 발음에 있어 서로 차이가 적어 그 정확성은 50%에 불과했다. 이러한 연구는 97년 일본에서 발표되어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말로 켜는 가전제품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의 연구 투자를 촉구하고 있다.
컴퓨터 입력 수단의 변혁을 예고하는 대표적인 연구로는 뇌파를 이용해 컴퓨터의 커서를 움직이는 시스템을 꼽을 수 있다. 1991년 뉴욕 주립대학의 월포(Wolpaw)교수팀은 뇌파를 이용해 컴퓨터 화면의 커서를 움직이는 실험에 성공하는 개가를 올렸다.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마우스 커서를 움직이듯 컴퓨터 커서를 움직이는 상상을 단순히 마음 속으로 열심히 했을 뿐이라고 술회했다.
수년이 지난후, 월포 교수는 컴퓨터 커서를 상, 하 뿐만 아니라 좌, 우로 움직이는 진일보한 실험을 시도했고 사람들은 컴퓨터 커서를 실험 절차에 따라 상, 하, 좌, 우로 움직여 보였다.
신체 장애인을 위한 BCI연구도 관심을 끌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그라츠(Graz) 대학은 사람의 동작과 관련 활발한 연구를 하고 있는 연구소의 하나로 꼽힌다. 이 대학의 퍼츠첼러(Pfurtscheller)교수는 정상인의 손, 발 동작을 가려내는 뇌파를 집중적으로 연구, 신체 장애인을 위한 의료장비의 개발에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1990년대 초반에는 왼쪽 손가락, 오른쪽 손가락, 발가락, 혀의 움직임을 50개 이상의 뇌파 채널을 이용해 구분하는 시험적 연구를 시도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에 들어서는 동작에 따른 상상만으로 중심엽의 6개 채널에서 측정된 뮤(μ)파만으로도 해당 동작을 구분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월포 교수 팀에서도 응용된 뮤(μ)파는 그 주기가 초당 9에서 11번 움직여서 뇌파 학습기에 많이 응용되는 알파(α)파와 유사하나, 주로 자발적인 동작과 관련성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BCI 시스템은 손발이 불편한 신체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 개발 뿐만 아니라, 가상 공간에서의 다양한 컴퓨터 게임에도 활용될 수 있다(예:IBVA시스템).
컴퓨터가 사람의 생각 뿐 아니라 감성을 이해한다면 어떨까. 현재의 컴퓨터 인터페이스는 지시(Command)와 복종(Response)의 매우 일방적이고 사무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감성공학과 BCI 기술을 접목하면 컴퓨터가 사람의 기분이나 감성을 이해하는 양방향 인터페이스가 가능해질 것이다.
감성공학은 인간의 감성을 측정, 분석해 제품 또는 환경을 인간생활에 편리, 안락, 쾌적하게 개발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감성을 공학적으로 응용하기 위해 인간의 감성에 대한 학제간 연구가 국내에서 시작되고 있다. 지난 94년 시작된 과기처 G7 프로젝트의 하나인 「감성공학기술개발」과제는 요소기술, 시뮬레이터기술, 제품기술 개발 등 세분야에서 약 30여개의 소단위 연구가 진행되어 현재 3년차로 접어들고 있다.
인간의 뇌 정보는 뇌에서 발생되는 전기적 생리신호인 뇌파, 뇌의 혈액이동을 이용한 양전자 방사 단층촬영을 이용한 정보, 뇌의 자기장 정보인 뇌자도 등으로 구별되지만 그 중 뇌파가 측정기기의 경제성과 범용성으로 인해 연구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뇌파는 주파수 대역을 델타(0.3∼3㎐), 세타(4∼7㎐), 알파(8∼13㎐), 베타파(15㎐이상)로 분류한다. 최근 한 연구는 긍정적인 감성을 가질 경우, 전두부에서 베타파가 많이 발생하며 이는 의사결정의 정확성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뇌 연구는 초기 단계에 있어 연구 결과를 일반화하기 어렵지만 좌뇌는 이성, 우뇌는 감성과 관련해 비대칭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감성과 관련, 우뇌는 부정적인 감성에 대해, 좌뇌는 긍정적인 감성에 대해 활성도가 높은 경향이 있다.
최근에는 뇌파를 통해 감성의 변화에 따른 오감각 정보처리를 관찰하여 감성의 쾌, 불쾌차원을 구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예를들어 시각 감각을 통해 인간의 감성을 유발하고 이때 발생된 긍정적인 감성과 부정적인 감성을 뇌정보를 통해 구분한다는 것이다. 향후에는 감성의 민감도를 연속적인 개념으로 「보다 쾌적」과 「보다 덜 쾌적」 등으로 세분화하는 연구를 진행, 뇌정보를 이용하여 감성의 정량화를 규명하는 것이 과제다. 연구결과로 산출된 인간의 오감 감각에 따른 뇌정보는 데이터베이스화가 추진되고 있다.
인간 감성을 인위적으로 유발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도 구축하고 있다. 이 시뮬레이터는 5층짜리 건물 크기로 인간의 오감을 통해 감지할 수 있는 환경과 제품을 가상적으로 제작, 감성을 체계적으로 제품에 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고 있다.
감성 공학의 핵심은 감성의 정량적 평가이다. 이러한 기술이 완성되면 인간 감성을 이해하고 반응하는 감성 컴퓨터의 개발에 응용될 수 있다.
감성 컴퓨터는 인간의 감성을 생체 신호를 이용해 그들의 감성을 파악하고 배려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미국의 MIT, 카네기 멜론 대학 등에서 감성 컴퓨터 개발을 위한 연구가 시작되고 있으며, 그 초기 과제로 인간 감성을 평가하는 것에 연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와 관련한 국내의 연구는 매우 취약하지만 감성 공학에서 얻어진 연구 결과는 향후 감성 컴퓨터의 개발에 긍정적인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은 1990년 「뇌의 10년」이라고 선포하여 뇌 연구에 다양한 연구 인력을 결집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97년 10월 뇌 연구에 대한 국회 입법 후 한국과학기술원과 한국표준연구소 등에서 뇌과학에 대한 연구가 태동하고 있다. 뇌 정보통신 분야는 일부 선진국에서 연구가 태동하는 단계에 불과하나 정보산업 및 미래의 과학세계의 많은 부분에서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정도로 그 성장 잠재력이 크다.
BCI는 컴퓨터를 사람의 뇌파로 조정하겠다는 기술로 기계, 정보통신, 의학, 컴퓨터과학 분야 등에서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현재 오스트리아, 호주, 미국, 일본, 대만 등에서 마인드 리딩, 컴퓨터 커서의 동작, 전기 스위치의 ON/OFF, 타이핑 등 제한된 범위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 호주, 일본 등에서는 이미 시제품이 제작, 상용화돼 관심을 끌고 있기도 하다 (예: 호주 UTS대학의 마인드스위치(MindSwitch)).
그러나 현재의 BCI기술 수준은 현재 입출력 도구를 대체할 정도의 정확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활발한 연구가 필요하다. 감성공학 기술은 인간의 감성을 뇌정보를 통해 정량화하여 감성 컴퓨터의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향후 감성평가 기술은 고급감성 추구를 위한 컴퓨터 인터페이스 개발에 이용될 전망이다. BCI와 감성컴퓨터는 차세대 인간, 기계 인터페이스, 의료진단 및 치료기술, 디자인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돼 인간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