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순 산업연구원 수석연구원
우리나라 공작기계산업을 둘러싼 최근의 환경변화를 살펴보면, IMF 관리체제 이후 설비투자의 극심한 부진과 금융경색으로 핵심 자본재인 공작기계 업체의 부도가 급증한 것을 들 수 있다. 작년 하반기의 8개사에 이어, 금년에도 6월말 현재 13개사에서 부도가 발생, 한국공작기계공업협회 회원사 1백12개 가운데 21개가 부도처리 되었다. 이 가운데 6개사는 폐업하였으며,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주요 기업들의 경우에도 경영여건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세계시장도 지난 90년을 정점으로 공작기계 수요가 답보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으며 시장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미국과 유럽지역을 중심으로 선진국 기업들의 M&A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에 따라 9월 9일부터 16일까지 8일간 미국 시카고 멕코믹 플레이스에서 열릴 IMTS 98에서는 선진 기업들의 신제품 출시와 마케팅 노력이 과거보다는 더 적극적인 양상을 띨것으로 전망되며 향후 2~3년간 공작기계 관련 기술 추이를 미리 가늠함으로써 세계 공작기계 산업이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호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무한경쟁 시대에 우리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계 공작기계 산업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IMTS 는 더욱 중요하다고 하겠다.
<세계 공장기계산업 흐름>
세계 공작기계 산업은 90년에 생산규모가 4백53억 달러로 최고의 호황을 누린 이후 선진국 중심의 수요둔화에 따라 감소세로 돌아섰으며, 97년 생산액이 3백70억 달러로 여전히 90년의 81.9%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한편 올해 세계 공작기계 산업의 생산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수요의 상승세와 우리나라, 대만, 동남아 국가들의 감소세가 맞물려 전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구조 측면에서 세계 공작기계 메이커의 판매고 랭킹 2백10개사를 국별로 살펴보면 독일(74개사), 이탈리아(53개사), 일본(41개사), 미국(22개사) 등 4개국이 전체의 90.5%를 점유하고 있고, 다음은 영국(6개사), 스위스(4개사), 프랑스(3개사) 등이 차지함으로써 선진국 메이커들이 세계시장을 거의 점유하고 있다고 하겠다. 우리나라는 대우중공업이 유일하게 52위에 랭크되어 있다.
판매고 랭킹 Top 10 가운데서는 일본기업이 야마자키마작(Yamazaki Mazak), 아마다(Amada), 파낙(Fanuc), 오쿠마(Okuma), 후지(Fuji) 등 5개사나 들어있으며, 이외에 미국 2개사,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각 1개사로서 일본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을 알 수 있다. 세계의 공작기계 시장이 답보상태를 보이면서 나타난 두드러진 특징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주요 선진국 기업들간에 M&A가 활발하게 추진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술개발을 통해서 생산력이 배가될 수 있는 복합기능 공작기계나 다기능화된 기계류들이 속속 소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 기업들의 M &A 현황과 전략
독일의 TPS(Thyssen Produktions Systeme)사는 작년에 미국 최대의 공작기계 메이커인 기딩 & 루이스사를 매수함으로써 연간 매상고가 16억달러에 이르게 되었다. 이로써 지금까지 세계 최대규모의 매출실적을 올린 일본의 야마자키마작(약11억달러)을 크게 앞서게 되었으며, 규모면에서 뿐만 아니라 양사간 일체화도 적극 도모하고 있다.
또한 독일의 엑스-셀-오사와 뵈링거사 등이 방위산업과 용접 플랜트 부문 메이커인 IWKA 그룹 산하에 흡수되었다.
그리고 과거에 여러차례 분리와 합병을 경험하였던 부르크하르트+베버사는 다른 독일, 영국의 절삭형 공작기계 메이커 6개사와 함께 BWH 그룹을 결성함으로써 구미 공작기계 메이커 가운데 12위 (매출규모 1억6천5백만달러)로 올라섰다.
비상장기업 가운데 지드메탈 가공기 분야에 특화한 독일의 트룸프 그룹은 세계 최대의 단압 판금메이커로서 높은 실적을 보이고 있다. 연간 매출액이 약 6억 5천만달러로 TPS 사에 이어 매상고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작년 9월 독일 하노버에서 개최된 유럽공작기계전시회(EMO)전시회에서 5축 가공기인 「Octahedral Hexapod」를 발표하여 화제를 모았던 미국의 잉거졸 그룹은 독일 기업들을 매수함으로써 EU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한편 독일 기업 가운데 주식비공개 기업인 인덱스 베르케사는 경영위기에 몰린 트라우프 그룹으로부터 선반부문 「Traub Drehmaschinen」을 작년 3월에 매수하였다.
세부 기종 분야에서도 M&A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기업 단위의 흡수합병을 통해서 주요 기종별로 특정 분야에 대한 거대기업이 탄생되고 있다. 연삭기, 치차가공기, 방전가공기 등이 이의 대표적인 예로서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연삭기의 경우 독일의 제지기계 메이커로서 쾨르버사의 계열업체인 샤우트사와 스위스의 쉬투더 등 유력 연삭기 메이커 7개로 구성된 쉴라이프링 그룹이 대표적인 예라고 하겠다. 이 그룹은 연간 매출규모가 2억 3천만달러(96년기준)로 EU업체 가운데 매출규모 10위를 차지하고 있다.
둘째, 치차가공기의 경우 작년 1월에 미국의 글리슨 그룹은 컴퓨터 수치제어(CNC)호빙기를 최초로 개발한 독일업체 파우터를 매수함으로써 연간 매출규모가 4억달러로 확대되었으며 기술력의 우위도 확보하게 되었다.
셋째, 방전가공기 분야에서는 스위스의 게오르그 피셔+GF+매뉴팩처링 테크놀로지사가 Agie사와 합병함으로써 Agie-Charmilles 그룹의 매출규모가 연간 6억6천만달러로 확대되었으며 일본을 포함한 세계 전체 기업의 매출순위를 놓고 볼 때 95년의 18위에서 96년에는 10위로 껑충 뛰어 올랐다. 마지막으로, 측정기기 부문에서는 미국에 거점을 마련해 놓고 적극적인 M&A를 전개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DEA사와, 독일의 라이츠사 등을 흡수 합병한 브라운 & 샤프 그룹 등이 전문분야의 기업군으로 등장하였다.
◇기술개발을 통한 신제품의 복합화·다기능화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공작기계의 개발은 고정도화와 고속화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그러나 수요업체를 중심으로 공작기계의 유연성과 효율성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면서 복합화된 다기능 제품의 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다.
여러 기계로 절삭작업을 비롯해 다양한 가공, 마무리 작업을 할 경우 작업물의 이송에 따른 반송시간의 낭비가 불가피한 반면에 복합기능을 갖춘 한 대의 기계로 작업을 수행할 경우 작업시간 단축을 통해서 효율성을 더욱 제고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도 내수부진으로 공작기계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미국을 중심으로 복합기종의 신규수요에 대비하여 제품개발을 서두른 업체들은 생산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시카와(石川)에 위치한 나카무라도메(中村留精密)가 대표적인 복합가공기 업체로서 이 회사의 주력제품은 선반 2대의 기능을 한 대에 집약시킨 2 스핀들 CNC 선반을 들 수 있다.
이외에 가공물 교체기능을 기계 내부에서 수행할 수 있는 반송기능 내장형 기계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각기 독립적인 2대의 기계와 반송용 로봇이 필요했던 공정을 한 대의 기계가 수행함으로써 가공물 교환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의 대응>
98년 공작기계 산업은 국내 설비투자의 극심한 부진으로 내수 및 생산이 각각 전년대비 39.7%, 10.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수출은 내수부진 타개의 유일한 방편으로 기업들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전년 대비 64.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상반기까지 비교적 수출이 잘 이루어진 미국시장에서 수요둔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주요 수출국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차원의 과제로서 시급한 것은 내수시장의 극심한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해외시장 수요 확대 및 개척을 우선 들 수 있다. 공작기계업계는 그동안 대기업들과 일부 중소기업을 제외하고는 내수 위주의 시장전략을 펼쳐 왔는데 현재와 같은 상황전개가 다수 기업들의 보수적인 성향을 수출쪽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하겠다.
공작기계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1) 공작기계의 수출산업화 정착 2) 전문생산체제의 구축 3)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전략적 제휴 확대 (제조 및 판매측면) 4)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구조조정의 적극적 추진 등을 들 수 있다.
먼저 수출산업화의 조기정착을 위해서는 기종의 다양화를 도모하여야 한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에는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는 복합가공기를 선호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지역별 특성을 감안한 수출전략형 제품의 개발추진이 요구된다. 중남미, 중국, 서남아시아 등 신규시장에 대한 공략강화도 중요하다.
한편 전문생산체제의 구축을 위해서는 동일 그룹 내의 여러 공작기계 생산시스템을 단일화하거나, 유사한 품목을 생산하는 국내 업체끼리의 인수 및 합병 추진이 바람직하다.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전략적 제휴와 관련해서는 우선 제조, 판매 및 수출 측면에서 선진국들의 경우와 같이 효율성 제고를 도모하는 것이 요청된다.
제조부문의 경우 자체 브랜드의 이미지 제고가 어려운 중소기업들은 대기업들과의 OEM 생산체제를 과감히 확대하고, 수출시장의 개척 및 비용절감을 위해서도 기업간 전략적 제휴(서비스 및 마케팅 측면)를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구조조정의 적극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NC선반, 머시닝센터, 레이저 가공기 및 터렛펀치 프레스 등 외국기업들의 관심이 높은 품목에 대해서 관련 협회를 중심으로 국내 생산업체와 외국자본의 연계기능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