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미국 캐스바 고문 강창술 박사

 실리콘밸리에 있는 벤처업체 캐스바의 고문역을 맡고 있는 엔지니어 출신의 재미실업가 강창술 박사(70)가 한국을 찾았다.

 『미국에선 지금 사이버경매가 최고의 인터넷 비즈니스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e베이와 온세일의 선두다툼에 아마존이 뛰어든데다 크리스티와 소더비 같은 전통적인 경매업체까지 가세했죠. 캐스바는 이처럼 화두가 되고 있는 인터넷 경매를 쉽고 편하게 해주는 멀티 에이전트 소프트웨어인 「I­Auction」을 개발해 실리콘밸리에서 주목받는 벤처업체입니다.』

 강 박사는 떠오르는 황금시장에서 과연 누가 금맥을 캐낼 것인가는 에이전트 프로그램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1만달러 이내로 도자기를 하나 구입하라고 컴퓨터에 시키는 겁니다. 그 다음엔 2500달러로 하와이 왕복 비행기표와 2박3일 호텔숙박권, 렌터카까지 해결하라고 주문을 내죠. 그러면 에이전트 프로그램이 뉴욕·워싱턴·도쿄·서울을 돌아다니며 최적의 조건으로 낙찰을 받아줍니다.』

 강 박사는 「I­Auction」은 사용자가 많은 주문을 해도 실시간으로 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멀티 에이전트라고 설명한다.

 현재 캐스바는 이 소프트웨어를 경매업체인 e베이에 공급하는 계약체결을 앞두고 있다. 객장과 인터넷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경매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진화된 에이전트 소프트웨어를 찾던 e베이사의 입맛에 꼭 맞는 솔루션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터넷 경매는 사실 사이버세계의 벼룩시장이라고 부를 만큼 값싼 물건만을 취급해왔다. 그러나 에이전트가 도입되면 중국산 도자기라든가 모딜리아니의 그림, 고가구처럼 전통적인 경매회사들이 수백년간 독점해온 품목들도 인터넷에서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요즘 강창술 박사는 엔지니어로, 벤처사업가로 쌓아온 오랜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 그리고 고희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열정을 가지고 캐스바의 펀드레이싱을 위해 뛰고 있다. 강 박사가 처음 미국으로 건너간 것은 60년대 초반이었다. 서울대 전기공학과 재학 중 6·25전쟁을 맞게 된 그는 미 해병대 통역으로 취직했다가 중공군에 밀려 마산으로 후퇴했다. 그곳의 군 교육프로그램에 참가해 발군의 실력을 보이자 눈여겨본 부대 사령관이 강 박사를 추천, 버지니아대 장학생으로 유학길에 오르게 된 것.

 강 박사는 국내 반도체업계와도 인연이 깊다. 코넬대 석사를 거쳐 64년 명문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HP연구소에서 갈륨반도체를 연구했던 60년대 후반, 물리학회지에 발표된 그의 논문을 본 KIST 전자공학연구실장 정만영 박사가 연락을 해온 것. 그때 제안받은 세미나를 위해 68년 고국을 방문한 것이 계기가 돼 강 박사는 중앙제약의 미아반도체 설립을 주도한다. 그 시도는 당시의 인프라 부족 때문에 실패로 돌아갔고 미국행 비행기를 타려는 그를 만류한 사람은 현재 전자·정보기술인클럽 부회장을 맡고 있는 윤정우씨였다. 당시 상공부 통신공업과장이던 윤정우씨는 한국의 반도체산업을 위해 다시 한번 일해보자고 설득했다.

 『무조건 비즈니스 플랜을 내놓으라고 하더군요. 끈질긴 권유에 결국 경북개발주식회사를 설립하게 됐죠. 베라다인과 합작사였는데 역시 인프라 부족으로 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때 윤 부회장이 저를 붙잡아준 덕택에 국내 반도체업계의 1세대 엔지니어로 일할 수 있었죠.』

 그후 삼성반도체 전무를 거쳐 80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 강 박사는 벤처사업가로 변신했고 지금은 스탠퍼드대 후배 박정근씨가 설립한 캐스바의 재정지원 및 고문역을 맡고 있다.

 이번에 강 박사가 한국을 방문한 직접적인 이유는 미국의 유명 경매업체 레이빈 브러더스의 요청으로 IMF 이후 리스트럭처링 과정에서 유휴시설이 된 기계나 공장을 해외에 판매할 수 있도록 경매를 주선하기 위해서다.(참조 한국기계공업진흥회 홈페이지 http://www.koami.or.kr)

 『인터넷만큼 짧은 기간에 사회를 변혁시킨 기술은 없었습니다. 이 새로운 물결을 잘 이용하면 투명한 신용사회, 선진화된 정보기술사회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을 잇는 인터넷 비즈니스로 저도 작은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