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규 DIC 사장
얼마전 인터넷 쇼핑몰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과 장시간의 토의를 가진 일이 있다. 아니 토의라기보다는 거의 질의·응답에 가까운 대화였다. 이 대화는 3∼4시간 계속되었고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의문이 생겨났다. 그 사람들은 반드시 인터넷 쇼핑몰을 자기 사업의 거의 유일하고 핵심적인 유통채널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국내에 인터넷 쇼핑몰을 개설, 해외에서 가격과 품질 경쟁력이 있는 상품을 확보해 판매하겠다는 게 사업계획의 주된 골자였는데 상품을 모집할 수 있는 소스는 확보돼 있고 이제는 인터넷 쇼핑몰만 개설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비용을 줄이면서 효과적으로 쇼핑몰을 개설·운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자문을 구하고자 한 것이 나를 찾은 이유였다.
우선 왜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서만 상품 판매를 계획하는지 그 이유를 물었다. 이에 대해서는 명쾌한 대답이 없었다. 또 대화를 마칠 즈음해서 우리 회사가 운영하는 사이트에도 그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는지, 또는 다른 쇼핑몰 사이트에서 그런 요청이 들어오면 수용할 것인지를 물었다. 내가 그렇게 마지막 질문을 던진 것은 상품 확보에 대한 욕심 때문이 아니었다. 그들의 사업적인 목표가 진정 어디에 있는가를 최종적으로 다시 한번 파악해서 가능한 한 성의 있는 방안을 제시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아무런 대답없이 약간의 미소만을 보이고 자리를 일어서는 그들에게 인터넷 쇼핑몰 사이트 개설을 다시 한번 검토해 보라고 권했지만 이미 나의 얘기는 귓전에 머물러 있지 못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자리를 떠나고도 나는 한참을 혼란스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회사나 나 자신은 분명 전자상거래와 인터넷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입장이지만 인터넷이 만능 해결사인 양 인식되고 있는 요즘 상황을 보면 답답하고 혼란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두 젊은이가 자신들의 새로운 꿈을 펼치는 데 인터넷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또는 인터넷이 아니고서는 대안이 없다고 판단한 근거는 무엇일까. 미래에 동종업계의 경쟁자일 수도 있는 나에게 속속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내비치지 않은 면도 있겠지만 사업을 위한 목표의식이 분명하게 잡혀 있지 못하다는 생각은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경쟁력을 가진 상품의 판매가 목표인지 아니면 인터넷 쇼핑몰 운영이 목표인지….
인터넷을 사업적으로 활용함에 있어 어떤 것이 수단이고 어떤 것이 목표인지를 명확히 해두지 않으면 인터넷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없다. 사이트의 구성 목적이나 목표에 따라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달라지고, 이에 따라 쇼핑몰의 구성방식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막연하게 어떤 경우에도 인터넷이 최상의 비즈니스 도구라고 생각하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다. 그리고 인터넷을 일종의 유행이나 패션처럼 여기기에도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
인터넷이 실세계의 비즈니스보다 비용 대비 효과가 반드시 높은 것은 아니다. 또한 인터넷이 실세계의 경제체제를 전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인터넷은 그 나름대로 독창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지만 모든 면에서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실세계의 경제체제와 융합될 때 훨씬 높은 시너지가 창출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최근의 인터넷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열기가 가져다주는 무지갯빛 이면에는 막연한 동경으로 얼룩진 혼란이 숨어 있다. 21세기 고도화된 정보통신의 시대에서 우리가 진정한 강국이 되고자 한다면 유행처럼 번져가는 인터넷 열기 속에서 다시 한번 인터넷의 활용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