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이 오는 2001년부터 지상파 디지털 방송을 본격 실시할 계획임에 따라 향후 디지털 방송의 「의무 재전송(MustCarry)」 문제가 방송계의 핫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디지털 방송을 시작한 미국도 지상파 디지털 방송의 의무 재전송 문제를 놓고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TV간에 심각한 갈등을 빚었던 전례에 비춰볼 때 우리나라도 이 문제를 놓고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디지털 방송의 재전송 문제는 사실 지상파 디지털 방송의 성패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우리나라처럼 고층 건물과 산악 지형이 많은 방송수신 환경하에서는 케이블TV와 중계유선사업자가 기존의 지상파 디지털 방송을 수신해 가입자에게 재전송해 주는 「의무 재전송」의 필요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의무 재전송 문제의 본질은 지상파 디지털 방송이 본격 실시되면 아날로그 1개 채널에서 4개 이상의 디지털 채널을 확보할 수 있는데다 오는 2005년까지는 방송사들이 디지털 방송과 아날로그 방송을 동시에 송출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케이블TV와 중계유선사업자들이 재전송할 수 있는 채널이 엄청나게 늘어난다는 데 있다.
지상파 방송사의 입장에서는 가능한 한 많은 케이블TV방송국(SO)과 중계유선사업자들이 자신들의 채널을 재전송해 디지털 방송이 조기에 뿌리 내리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케이블SO와 중계유선사업자들은 전송 대역폭이 제한돼 있어 무작정 디지털 채널을 재전송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현재 지상파 디지털 방송의 의무 재전송과 관련해 핵심 의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의무 재전송의 구체적인 실시 시기와 재전송 채널의 선정 문제.
우선 의무 재전송의 실시 시기와 관련해선 디지털 방송의 실시 시기에 맞춰 디지털과 아날로그 방송을 동시에 의무 재전송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안은 디지털 방송의 조기 정착에는 큰 도움이 되겠지만, 케이블SO와 전송망사업자(NO) 그리고 중계유선의 시설 투자부담이 적지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현재 중계유선과 케이블SO들은 KBS·MBC·SBS·EBS·지역민방의 프로그램을 재전송하고 있는데 이들 채널을 모두 디지털로 전환하면 케이블과 중계유선사업자가 전송할 수 있는 채널수는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이들 채널을 모두 재전송할 만한 시설을 SO와 중계유선사업자가 갖추고 있지 않은데다 설령 기술적으로 의무 재전송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계속 증가 추세에 있는 케이블 프로그램공급사(PP) 채널을 무시하고 재전송 채널에 편성상의 우대를 해주기 힘들다.
SO와 중계유선측은 만약 지상파 방송사들이 더 많은 전송 대역폭을 요구하는 HDTV를 재전송할 경우에는 표준화질(SD)급보다 채널 편성권이 더욱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디지털 방송의 의무 재전송을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중계유선사업자와 케이블SO에 채널 선택권을 부여해 디지털 방송의 재전송 여부를 업계의 완전 자율에 맡기는 것이다. 이 경우 중계와 SO측은 기존의 아날로그 방송만 의무 재전송해도 되나 디지털 방송을 조기에 정착시켜야 할 지상파 방송사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지상파 디지털 방송의 의무 재전송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검토 가능하다. 즉, 케이블TV와 중계유선의 디지털 분야 신규투자가 정상화되기 이전까지 의무 재전송 채널수와 실시 기간을 탄력적으로 적용하자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는 「디지털 의무 전송규칙」을 오는 2002년 5월1일까지 연기하고, 방송사가 디지털과 아날로그 전송을 병행할 경우에는 디지털 의무 재전송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우선 공영방송의 채널만 의무 재전송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KBS·EBS 등 공영방송의 디지털 방송 몇개 채널만 재전송하자는 것이다. KBS와 EBS의 디지털 방송 채널만 재전송하더라도 재전송 채널이 12개에 달하기 때문에 케이블SO와 중계유선사업자에 부담이 적지않다. 따라서 공영방송이 방송하는 종합 편성 채널만 재전송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밖에 △지상파 방송 중 HDTV 1개 채널만 의무 재전송하는 방안 △SDTV 1개 채널만을 의무 재전송하는 방안 △지상파 디지털 전환 시청자가 일정 비율 이상이 될 때까지 의무 재전송을 유예하는 방안 △재전송 채널을 매년 일정 비율씩 늘리는 방안 △의무 재전송 채널을 지역별로 차별화하는 방안 △중계유선과 케이블TV의 의무 재전송 채널을 차별화하는 방안 등이 제시되고 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