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창간17주년> 열리는 "IMT2000 시대"

 21세기 국내 통신산업 지도를 바꿀 차세대이동전화(IMT2000) 사업권 획득을 위한 통신업계의 레이스가 시작됐다. 특히 내년말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통신업계의 합종연횡이 한창인 가운데 기존 무선사업자는 물론 장비업체 및 비사업자까지 가세한 무차별 짝짓기가 진행되고 있어 이를 계기로 통신시장 구조조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언제 어떻게 몇 개 선정하나

 IMT2000사업자는 2000년 12월 최종 선정된다. 특히 이번 IMT2000 사업자 선정에는 사상 초유의 주파수 경매제가 도입될 가능성도 있어 통신업계의 일대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정통부는 오는 2002년 월드컵 축구경기 기간 중(5월말) 국내에서 IMT2000 상용서비스가 가능토록 할 계획이다. 사업자 수는 초미의 관심사다. 몇 개가 선정되느냐에 따라 기존 5개 이동전화사업자의 생사가 갈리는 것은 물론 이 시장 진입을 노리는 유선사업자 및 장비업계, 비정보통신업계의 이해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3개, 많아야 4개를 넘지 않으리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관심을 끄는 것은 비사업자군에 1개를 할당할지의 여부. 영국은 최근 비사업자 가운데 1개를 이 시장에 진입토록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우리도 이를 따를 경우 통신업계뿐 아니라 국내 재벌기업간 혈투가 예상되고 21세기 재계 판도변화까지 불러올 수 있다.

 정통부 석호익 전파방송국장은 『외국의 예를 볼 때 3∼5개 사업자가 적정 수준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하나도 없고 추후 공청회 등을 거쳐 여론수렴 작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통부는 그러나 전국망 구축에 1개 사업자당 1조1000억∼1조4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 사업자가 3개일 경우 전체 가입자가 581만명에 이르는 시점인 사업개시 후 3년 4개월, 4개라면 944만명에 도달하는 4년 8개월 후에 각각 손익분기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아 많아야 4개를 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석 국장은 비사업자군의 진입 여부를 결정짓게 되는 IMT2000의 신규서비스 지정 문제에 대해서도 『신규 서비스로 지정, 비사업자군의 진입을 허용하는 것과 그렇지 않을 경우에 대한 장단점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며 『이 역시 학계의 연구와 공청회 등을 통해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자 선정방식과 관련, 『이 시장 참여를 준비중인 대부분의 사업자는 추가 비용부담을 우려해 개인휴대통신(PCS)사업자 선정 때와 같은 심사방식을 선호하고 있지만 학계 및 연구계는 가격경쟁(주파수 경매)방식을 주장하고 있다』고 말해 주목된다.

엇갈리는 통신업계 반응

 정보통신업체들은 각 회사별로 처한 입장과 처지를 최대한 반영, 사업자수와 선정방식에서 각인각색의 반응을 보이고 있어 내년 말로 예정된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현재 사업자별 입장이 가장 크게 엇갈리는 부분은 IMT2000서비스를 이동전화서비스의 진화된 형태로 볼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사업분야로 규정지을 것인가의 문제다.

 이에 대해 이동전화사업자들은 「IMT2000이 현재 이동전화의 진화된 서비스」라고 주장하는 반면 유선사업자들은 「명백한 신규사업」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동전화사업자들은 IMT2000서비스가 현재 이동전화의 진화된 형태인 만큼 별도로 특정사업자를 영입하기보다는 기존 사업자를 최우선 배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데이콤 등 유선사업자들은 이동전화사업자에게 IMT2000 사업권을 불하하면 또다시 중복투자를 불러올 수 있으며 방식면에서도 국내 이동전화사업자들의 동기방식보다는 비동기방식을 표준으로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IMT2000사업으로 인한 중복투자에 대해서도 사업자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동전화사업자가 IMT2000사업을 추진하면 중복투자가 불가피하다는 유선 측 주장과 달리 이동전화 측은 기존 기지국 시설을 모두 활용, 비용절감은 물론 중복투자를 피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와 달리 사업권 부여 시기에 대해서는 사업자들 대부분이 내년말이 다소 성급할 수 있다며 같은 목소리다. 반면 삼성전자, 현대전자 등 제조사들은 IMT2000 사업자 선정과 방식 결정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는 입장이다. 제조사들은 특히 IMT2000이 세계적으로 3가지 방식으로 나뉘어 추진되고 있는 만큼 빨리 방식을 선정해주어야 장비 개발에 대한 시기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사업자간 짝짓기

 데이콤·하나로통신·신세기통신이 「IMT2000사업권 공동확보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 사업자간 컨소시엄 구성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신세기통신의 경우 SK텔레콤과 연합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의외로 데이콤, 하나로 연합군에 가세했다. 데이콤과 하나로는 사실상 「LG그룹 몫」으로 치부되고 있어 LG그룹이 LG텔레콤을 앞세워 이들을 함께 아우르는 그랜드 컨소시엄을 형성할 가능성도 있다.

 이동전화사업자 가운데 신세기를 제외하면 SK텔레콤·한국통신프리텔·한솔PCS가 남지만 이 가운데 단독사업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SK텔레콤을 제외한 프리텔과 한솔은 어떤 형식으로든 컨소시엄 구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들은 온세통신 등 기존 고정통신사업자나 장비업체, 혹은 비통신업체를 끌어들일 수도 있고 LG나 한국통신, 삼성전자와도 연합할 수 있다.

변수는 무엇인가

 무선시장 진출이 불허됐던 최대사업자 한국통신과 개인휴대통신(PCS)에서 탈락했지만 통신서비스 진출이 숙원인 삼성전자가 최대 변수로 꼽힌다. 양사가 통신시장에서 갖고 있는 파괴력이 워낙 커 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할 경우 즉각 시장 구조조정이 단행될 전망이다. 양사 모두 IMT2000 사업에 직접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다. 한국통신은 한국통신프리텔과의 연합이 확실하고 여기에 여타 이동전화사업자가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비사업자군 진입이 허용될 경우 가장 유력한 후보라는 점에서 단독 혹은 한솔PCS 등과의 컨소시엄 가능성이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결국 한국통신·LG·SK텔레콤·삼성을 4대 축으로 한 통신 및 비사업자간 연합 컨소시엄이 IMT2000 사업자를 두고 치열한 쟁탈전을 벌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보통신산업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는 현대그룹도 한전망을 인수하고 온세통신의 경영권을 장악할 경우 IMT2000사업에 적극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표준화 어디까지 왔나

 지난 수년간 동기 및 비동기식의 복수 표준이 유력시됐던 IMT2000의 국제표준은 이들을 절충하는 형태의 단일안으로 매듭지어질 전망이다. 이로써 그간 동기식에 중점을 두고 비동기식을 병행 개발해왔던 국내업계는 중복투자 부담은 덜게 됐으나 미국, 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 한 발 빠른 단일표준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정보통신부는 전세계 주요 이동통신사업자들이 동기식과 비동기식을 절충하는 IMT2000 단일 표준안을 만들기로 합의, 지난 6월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국제전기통신연맹(ITU) 표준화회의에 제안했다. 정통부는 통합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LG텔레콤, SK텔레콤, 한국통신프리텔, 신세기통신, 한솔PCS 등 국내 이동전화사업자들이 주장한 기존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망을 IMT2000서비스 도입시에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반영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번 단일안이 비동기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그간 동기식에 집중 투자한 국내업체가 다소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국내업체는 동기식에 초점을 맞춰 이 부문에서는 이미 시범시스템 개발을 완료하는 등 상당한 노하우를 축적했지만 비동기식의 경우 최근 한국통신 정도가 개발에 성공하는 등 상대적으로 연구개발이 취약한 실정이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