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TRS산업 돌파구 없나 (중);생존 전략

 TRS 시장이 뒤틀리기 시작한 이유는 이동전화의 급성장이나 장비도입의 문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정확한 시장예측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사업권 허가, 공정한 시장경쟁 토대의 붕괴, 서비스 초기 IMF 한파 등이 복합적으로 빚어낸 결과라 할 수 있다.

 TRS가 교통·물류·건설현장·기업영업활동 등에서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작업의 원활함을 보장하는 무선통신수단으로서 기존 이동전화를 뛰어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통신 특성에 맞는 틈새시장이 분명히 있었고 이에 대한 명확한 전망과 계획이 있었다면 오늘과 같은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또 한국통신TRS(현 한국통신파워텔)라는 우월적 사업자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너무 많은 사업자가 난립하다보니 경쟁 자체가 이전투구의 장이 될 수밖에 없었으며 상용 서비스를 위해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이익이 발생하기도 전에 불어닥친 IMF 한파는 사업자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충격탄이 되고 말았다.

 생존전략의 부재는 곧 퇴출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정도의 급박한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불완전한 전국망을 정비하는 일이 발등에 불이 되었고 높은 단말기 가격에 대해서는 다양한 부가서비스 제공계획을 사용자들에게 제시해야 했다.

 또 구제금융한파 속에서 업체별로 최대 30%에 가까운 인력절감과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감내해야 했다.

 한통파워텔·아남텔레콤·서울TRS·대구TRS 등 4개 사업자는 지난해 말 정보통신부에 회생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질의서를 보내기도 했다.

 이들은 △출연금 유예 △기지국 전파사용료 감면 △상호접속료 문제 개선 △추가 자가망 불허 등을 주장했고 정통부로부터 출연금을 매출규모에 따라 하향조정하고 전파사용료와 상호접속료율은 앞으로 개선시켜 나간다는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또 자가망과 관련 더 이상의 허가는 내주지 않는다는 정부방침을 확인함으로써 사업영역에 대한 숨통을 열어놓았다.

 아울러 일반공중전화교환망(PSTN) 접속이 업체들의 요구에 따라 지난해 허용되었으며 한통파워텔을 제외한 모든 업체가 이 접속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정지작업을 통해 각 업체는 사업전략의 혁신 및 자구노력에 나섰다.

 한통파워텔은 TRS 서비스를 무전기 개념을 완전히 탈피한 기업 대상 멀티무선전화서비스로 진화시켜 나간다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동형 통신장비를 선호하는 가입자들의 요구에 맞춰 TRS의 기본적인 기능인 급송기능과 그룹통화를 보장하되 여기에 인터넷과 데이터 전송을 부가적으로 제공하는 TRS 서비스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FHMA 진영의 업체들은 택시 시장을 중심으로 한 차량형 서비스에 더욱 집중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이들은 살아남기 위한 전쟁을 하는 마당에 이동형 장비가 아니면 어떠냐는 입장이다. 오히려 한통파워텔이 이동형 장비 중심의 서비스로 방향을 굳힘으로써 「틈새속의 틈새」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됐다는 점에서 안도하는 분위기마저 내비치고 있다.

 한통파워텔의 멀티무선전화 전략과 FHMA 진영의 택시시장 전략이 시장에서 어느정도 먹혀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전체 TRS 시장의 회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TRS에 대한 이미지 개선과 틈새시장 특성에 맞춘 대대적인 홍보없이는 신규 시장창출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이동통신이 확고한 시장장벽을 구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단의 회생전략이 없이는 공멸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