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오공 최신규 사장
『올해를 국산 애니메이션 산업의 기반을 다져놓는 해로 정했습니다. 토대가 마련되면 그 다음의 몫은 후배들에게 남겨놓을 생각입니다.』
자회사인 서울애니메이션을 통해 국산 창작 애니메이션 제작에 올해에만 약 6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손오공의 최신규 사장(44)의 올해 포부다.
완구업체인 손오공을 설립, 10여년만에 세계적인 완구업체로 성장시킨 최 사장은 그동안 자회사인 서울애니메이션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에 참여해 왔다.
하지만 대부분 완구 캐릭터 개발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져 왔기 때문에 외산 애니메이션을 수입하는 데만 주력해 왔다. 그래서 순수 국산 토종 캐릭터로 완구를 제작하는 게 그의 소원이었다.
그러나 최 사장이 관심을 갖고 있는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은 척박하기만 하다. 그는 이에 대해 『기획력의 부재와 안정적인 투자자금의 확보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최 사장은 그래서 안정적인 자금지원과 인재양성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최 사장이 투자비가 높고 위험부담이 적지않은 반면 수익성이 낮은 국산 애니메이션 제작에 적극적인 참여의지를 밝히고 있는 것은 자신이 나름대로 겪은 완구사업의 경험과 자신감 때문이다.
『국산 애니메이션 제작을 통해 큰 수익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만약 제작한 애니메이션이 흥행에 실패해도 투자비의 절반 정도는 완구제작을 통해 회수할 자신이 있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국산 애니메이션 산업 발전에 투자했다는 것만으로 만족하겠습니다』라고 최 사장은 밝힌다.
최 사장은 곧 애니메이션과 완구 캐릭터 개발을 병행할 수 있는 연구소 설립도 계획중이다. 일본의 경우 애니메이션 업체와 완구 업체가 협력을 통해 애니메이션 기획단계부터 완구개발을 동시에 진행하기 때문에 애니메이션과 완구의 상품성을 극대화하고 보다 다양한 형태의 수익창출에 나서고 있다는 게 최 사장의 설명이다.
최 사장은 이를 모델로 해 완구업체가 애니메이션 제작의 투자비를 부담하고 완구캐릭터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최 사장은 올해 「고인돌」시리즈, 「하얀마음 백구」 「유틸리티 파이터」 등 7∼8편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간접투자방식으로 3∼4편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계획이다.
또 TV시리즈물과 극장용 애니메이션 제작뿐만 아니라 비디오 전용 애니메이션을 제작, 애니메이션 비디오 시장의 활성화에 기여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올해 한번 지켜봐 주십시오. 손오공이 일을 저질렀다는 소리를 꼭 듣겠습니다.』 최 사장의 목소리가 유난히 단호하게 들려왔다.
강재윤기자 jy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