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가 새로운 경제정책으로 벤처기업 육성을 내세운 지 3년여가 흘렀다. 국민의 정부가 목표로 한 벤처기업 2만개 육성 공약으로 벤처기업의 설립이 급증하면서 지난 6월말 기준으로 벤처기업수가 7000여개에 이르고 있다. 그 이면에는 대학과 출연연의 연구성과를 상업화하는 이른바 창업보육센터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벤처기업의 성공이 국가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벤처기업 육성의 근간이 되고 있는 창업보육센터를 집중 해부해 본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
1. 프롤로그-돈이 샌다
2. 중구난방, 센터보육
3. 창업보육센터는 벤처의 밥
4. 업체선정, 잡음 많다
5. 센터입주도 학연이 우선
6. 출연연, 창업보육센터 제기능 하나
7. 에필로그-변해야 산다
벤처기업의 요람이 돼야 할 창업보육센터가 출범 3년여만에 궤도를 이탈하고 있다.
벤처기업들의 입주가 시들해지고 있는가 하면 창업보육센터가 대학동문들의 창업공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창업보육센터는 센터대로 입주기업을 상대로 돈벌이에 나서고 있고, 입주 벤처기업은 기업대로 센터 입주를 회사 가치 높이기에 악용하고 있다.
국민의 정부가 매년 막대한 예산을 들여 벤처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창업보육센터가 이제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재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고 있는 창업보육센터는 모두 270곳.
중기청 230군데를 비롯해 정통부 28군데, 산자부와 출연연이 각각 6군데로 각 지방자치단체가 이름만 다를 뿐 출연연과 대학에 창업보육센터를 경쟁적으로 운영중이다.
그러다 보니 벤처기업에 중요한 초기 창업지원이 중구난방식으로 되고 들러리 벤처기업들은 정부 정책의 혼선을 틈다 조건이 좋은 곳을 찾아 기웃거리고 있다.
창업보육센터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다.
정부가 지금까지 창업보육센터에 쏟아붓고 있는 예산은 1800억여원.
연구개발자금이나 생산설비확충자금이 아닌 초기 벤처기업의 창업보육에 지원된 돈이다.
신기술 창업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매년 중기청·산자부·과기부·정통부가 동시다발적으로 지원에 나서다 보니 창업보육센터에 벤처 이름만 걸어놓는 악덕 벤처기업주도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들이 흔히 벌이고 있는 선개발 후정부개발비 확보 등이 벤처기업을 보육한다는 창업보육센터에서도 빈발하고 있다.
창업보육센터의 또다른 문제는 학연 위주의 입주기업 선정.
정통부·산자부·중기청이 각각 지원하고 있는 전국 20개 대학내 창업보육센터가 「특정대학의 동문벤처클럽」화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대학들의 폐쇄적인 모교출신 교수 우대가 관습처럼 되고 있다. 대학창업보육센터의 입주기업 심사에서조차 기술력이나 시장성 등 벤처기업으로 갖춰야 할 미래가치를 우선해 선정하기보다는 「누구 교수 제자인가」가 입주심사 과정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끈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입주대상 업체를 선정하는 심사위원이 모두 그 대학 출신이기 때문이다.
대학은 물론 출연연·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창업보육센터도 기술지원을 맡고 있는 특정대학 출신들에게 알게 모르게 우선권이 보장되는 게 현실이다.
정부가 연구개발성과 확산을 위해 도입한 출연연 창업지원센터의 현실은 어떠한가.
거창하게 각 출연연이 시작했지만 입주기업을 적극 육성할 예산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각 출연연이 경쟁적으로 연구원 창업을 독려하고 있지만 정작 창업연구원들에게 마음으로만 도와줄 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가 앞장서 벤처 입국을 외치다 보니 미처 준비되고 검토되지도 않은 정책들을 각 부처가 앞다투어 내놓음에 따라 빚어진 결과다.
한마디로 성급히 옷을 입히려 들다보니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지느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해외소프트웨어지원센터. 대부분의 입주기업들이 현지적응도 못한 채 철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보력도 없고 마케팅능력도 없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운영하다보니 현지에 진출해 현지법인을 창업하려는 벤처기업들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벤처기업 관계자들은 『정부가 운영하는 창업보육센터라 해서 나름대로 기대를 하고 입주했으나 정작 지원은 말뿐이고 간섭만 심하다』고 하소연한다.
겉으로 내보이는 한건주의보다는 그야말로 벤처기업의 창의력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양질의 통합된 지원정책이 필요한 시점라는 게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한 벤처기업들의 지적이다.
벤처위기론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정부의 창업보육정책에 대한 냉철한 되새김이 요구되고 있다.
<과학기술팀 정창훈팀장 chjung@etnews.co.kr 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