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방송위원회에서 열린 위성방송 사업자 선정에 관한 기자 간담회장은 한마디로 한국통신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한국통신에 대한 불만은 발표문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방송위는 발표문을 통해 한국통신이 냉철한 분석과 전망보다는 자사 주도의 경영방식만 추구해 왔으며 방송위원회의 합리적 제안을 자사지분 유지라는 잣대로 재단하는 우를 범했을 뿐 아니라 공식적인 정책조정 과정을 밀실협약이라고 운운하는 등 방송위에 대한 공개적인 공격을 서슴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방송위의 불만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방송위는 『이후로 모든 사업자는 법이 정한 바에 따라 정당하게 허가추천 과정에 임해야 할 것이며 만일 사업자 선정을 둘러싸고 허위사실 유포 등의 언동이 이어질 경우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다분히 한국통신을 겨냥하고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단일화가 결렬된 것은 방송위에 대한 비난이나 허위사실 유포 등 지엽적인 문제보다는 지분 배정을 둘러싸고 방송위와 한국통신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방송위는 한국통신과 DSM·일진·KBS 등 위성방송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주도사들의 지분합계가 40%를 넘어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었다. 이 때문에 방송위는 여러 차례 조정을 거쳐 최근 한국통신 13%, DSM 10%, 일진 9%, KBS 10%(우호지분 3% 포함) 등을 협상안으로 내놨다.
방송위는 이 안을 놓고 약간의 조정만 거치면 단일화 협상이 마무리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했다.
그러나 한국통신이 지난 29일 「공공성과 공익성, 사업성공, 책임경영을 위해 한국통신과 공영방송사의 총합이 과도한 상업성을 저지할 최소한의 지분인 33%선을 반드시 넘어야 한다」는 최후통첩을 보내 협상은 더 이상 진전되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
단일화 협상이 결렬된 것은 표면적으로는 KDB측이 무리한 지분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방송위가 협상을 더 진행해 보겠다는 의지만 있었다면 좀더 시일이 걸리더라도 협상을 계속할 수 있는 여지는 있었다.
방송위가 그동안 총력을 기울이다시피한 단일화 협상을 포기한 것은 여기에 더 매달릴 경우 위성방송 전체 일정에 막대한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그동안 청문회 등을 통해 각 컨소시엄의 실체를 파악했기 때문에 RFP에 대해 자신감을 가졌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방송위가 단일화 협상에 나선 것 자체가 무리였다는 시각도 있다. 방송위가 주장하고 있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 등 일부 조항은 기업으로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항이라는 것이다.
또 한국통신 측에서는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위원회가 「기준과 원칙이 모호」한 상태에서 사업성보다 단일화에만 치중해 결국 합의점을 찾을 수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단일화가 무산된 것은 위원의 잘못된 운영 때문이라는 것이다.
단일화가 무산됨에 따라 향후 위성방송사업자 선정작업은 결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그동안 단일화라는 대세에 밀려 숨을 죽여왔던 3개 컨소시엄이 이제부터 제 목소리를 내려고 목청을 한 껏 드높일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