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간 또는 모기업이 같은 분사업체간 협력체계가 경쟁체제로 전환

최근 컴퓨터업계에 계열사간 또는 모기업이 같은 분사업체간 관계가 그동안 「협력체제」에서 「경쟁체제」로 바뀌고 있다.

LG·대우그룹 등은 그동안 업체간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서로 업종을 구분해 왔으나 최근 이 관행을 깨고 같은 사업을 전개함으로써 이들 업체가 경쟁관계로 전환되고 있다. 대우그룹 계열 3개사를 비롯해 현대전자의 2개 분사업체, LG전자와 투자회사 등이 그렇고 삼성전자내 컴퓨터사업부와 모니터사업부, 삼보컴퓨터와 계열사 등도 PC사업과 인터넷사업 주도권을 둘러싸고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그동안 철저하게 독립적인 사업을 견지해 오던 대우그룹 계열사들의 PC사업이 다른 어느 그룹보다 변화가 빠르다. 대우그룹의 PC사업은 이제 더 이상 대우통신의 전담사업이 아니다.

지난 6월 오리온전기가 일체형 PC사업에 참여한 데 이어 이달 초 대우전자가 더미PC를 기반으로 이 분야에 참여함으로써 협력관계를 유지해 온 3개사가 경쟁업체로 돌변하게 됐다.

이같은 배경에는 대우그룹의 해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나 이미 지난해 4월부터 관행이 깨졌다.

지난해 4월 오리온전기가 모니터사업에 진출함으로써 모니터업체와 패널 전문업체로 서로 협력해오던 두 업체의 관계가 경쟁체제로 바뀌었다.

현대전자이미지퀘스트와 현대멀티캡은 현대전자를 모기업으로 탄생한 분사업체지만 PC시장과 모니터시장서 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달 설립된 현대이미지퀘스트가 올해 말에 노트북컴퓨터를 기반으로 올해 말에 PC시장에 참여키로 함에 따라 지난 98년 현대전자 컴퓨터사업부문이 분사해 설립된 현대멀티캡과 경쟁자가 될 전망이다.

또 현대멀티캡도 최근 모니터사업을 추진할 예정이어서 이들 업체간 경쟁은 자칫 전면전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여기에 LG전자와 투자사인 LGIBM이 하반기 인터넷단말기 시장서 격돌이 예상된다.

LG전자가 사업을 크게 축소한 핸드헬드PC사업의 대를 이을 새로운 단말기를 내놓기로 했으며 LGIBM도 올해말 웹패드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삼성전자내 컴퓨터사업부와 모니터사업부간에도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모니터사업부에서 수요확대를 위해 모니터를 근간으로 한 웹모니터와 같은 더미PC 개발에 강한 의지를 보이자 컴퓨터사업부에서 강한 불만과 이의제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PC사업부내에서 모니터사업부가 PC시장에 발을 들여놓을 경우 자칫 PC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모니터사업부에서 사업추진을 최근 포기하거나 일시 중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보컴퓨터와 계열사간에도 인터넷사업을 두고 심상치 않은 조짐이 일고 있다.

삼보컴퓨터가 인터넷사업을 구체화할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이미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각 계열사에서 인터넷사업부와 경쟁체제로 이어지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컴퓨터업계 한 관계자는 이와관련, 『최근 분사업체간 또는 계열사간의 관계가 협력체계에서 경쟁체제로 바뀌고 있는 것은 기업간 의존성이 약화되는 반면 독자 생존기반 마련이 우선시되는 방향으로 시장환경이 바뀐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