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의 통신망 자회사인 파워콤 인수를 추진하던 포항제철이 이를 전격 포기했다.
유상부 포철 회장은 1일 포철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산업자원위 국정감사에서 한전의 파워콤 지분매각과 관련한 포항제철의 입장을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불참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파워콤 민영화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인수 대상자로 거론되는 SK텔레콤을 비롯한 기간통신사업자들은 당장 IMT2000에 소요되는 자금 마련이 시급, 1조원 이상이 필요한 파워콤 입찰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형편이다.
◇ 포철의 입장 =유 회장은 『포철은 철강산업의 성장한계에 대비해 파워콤 매입에 적극 나설 방침이었으나 최근 경제상황이 불투명하고 현 파워콤의 영업체계만으로는 수익성 확보가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 회장은 『새로운 통신사업을 성장엔진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며 『SK텔레콤의 IMT2000컨소시엄 전략주주로 12%의 지분을 확보, 전자상거래 등 파생산업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차질빚는 파워콤 민영화 =파워콤 완전 민영화는 상당기간동안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정부는 지난 6월 한전이 보유한 파워콤 지분 50%를 연말까지 국내기업에 매각하고 16%는 해외 주식예탁증서(DR)를 발행하며 내년중 나머지 34% 지분을 민간에 넘겨 완전 민영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었다.
지난 7월 24일 실시된 파워콤 1차입찰(20% 지분)에서는 포철이 SK텔레콤과 함께 5%씩을 매입, 민영화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9월말로 예정된 2차입찰(30%지분)이 관련업계의 참여저조로 연기되면서 민영화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특히 파워콤 인수를 추진했던 포철의 「포기선언」으로 한전이 지분 매도가를 크게 낮추지 않는 한 당분간 표류할 전망이다.
◇ 기간통신사업자도 무관심=포철과 함께 유력한 인수대상자로 거론됐던 SK텔레콤 및 LG그룹도 냉랭한 반응이다. 이들은 IMT2000사업에 소요되는 막대한 투자비를 비축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눈을 돌릴 여유가 없다.
특히 경제상황 악화를 전제로 내년 사업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두 그룹입장에서 유동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파워콤 지분 매입은 사실상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LG그룹의 한 관계자는 『IMT2000사업자금, LG전자의 합병비용 등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파워콤 지분의 고가매입은 관심없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 또 다른 인수대상자로 거론됐던 하나로통신과 두루넷도 파워콤 인수를 이미 포기한 상황이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 =파워콤 민영화 및 한전의 통신사업 정리는 최소한 올해말까지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전이 매각가격을 낮춰 내년중 재입찰을 시행한다 해도 통신시장의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경기활황이 이뤄지지 않는 한 파워콤 민영화는 제자리 걸음을 거듭할 전망이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