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물등급위원회(위원장 김수용, 이하 영등위)의 등급심의에 대해 업계는 총체적인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심의목적에서부터 심의기준, 시행방법, 절차 등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서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없다는 주장인 것이다.
업계에서 가장 강력하게 제기하는 불만은 『영등위가 아케이드 게임을 사행성 오락기와 같은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그 잣대 또한 꼭 같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행 아케이드 게임에 대한 등급심의는 제품을 만들지 못하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영화에 빗대어 이야기한다면 폭력성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결과물의 작품성이나 예술성에 관계없이 칼이나 총이 등장하는 장면은 무조건 안된다는 식으로 등급 보류 판정을 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정부는 아케이드 게임이 영화나 애니메이션과 같은 고부가가치의 문화상품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현행 등급심의 제도의 근간을 규제하는 것보다는 산
업 육성 차원에 맞춰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게임장 업주들의 모임인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의 은덕환 회장은 『등급 심의위원들이 오락산업의 등급기준을 청소년 보호라는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있다』며 『게임장 이용자들은 청소년만이 아니기 때문에 등급을 분류할 때 성인들을 위한 고려도 있어야 한다』고 아케이드게임에 대한 영등위의 인식전환을 촉구했다.
업계는 특히 지나치게 엄격한 등급 심의기준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를테면 영등위가 폭력성·선정성·사행성 게임을 거른다는 방침아래 너무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 98년 상반기 아케이드 게임에 대한 심의 업무가 문화관광부로 이관된 이후 등급보류 판정 비율은 무려 30∼40%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등급보류 판정을 받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개발업체들은 심의를 통과하지 못할 위험을 피하기 위해 항상 기존의 심의통과 사례를 염두에 두고 개발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창의성 저하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또한 영화·비디오 등 다른 문화상품에 비해 일관성과 형평성마저 잃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개발업체의 한 관계자는 『단지 릴 형태를 취하고 있다고해서 등급보류 판정을 받아 막대한 개발비를 날려야 했다』며 『하루에 수십만원 이상을 베팅할 수 있는 경마 게임기가 18세 이용가 판정을 받는 것과 형평성이 맞지 않다』며 영등위의 등급보류 기준을 강력히 비판했다.
영등위가 등급심의 후에 발급하는 필증도 논란을 빚고 있다. 출시되는 게임기 전체에 필증을 부착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상황에 탄력적으로 적응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한번 발부받으면 반환할 수 없어 업체들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행에 민감한 아케이드 게임의 경우 수시로 제품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한데 매번 필증을 다시 부착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는 주장인 것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이러한 아케이드게임에 대한 필증 수입이 정작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 쓰여지는 게 아니라 엉뚱하게도 영등위의 인건비 등 경상비에 충당되고 있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문화부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등급심의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는 한편 영등위에서도 사전심의를 대폭 완화하고 사후관리는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게임기산업협회 한춘기 회장은 『게임기의 사행성 문제는 게임기 개발 이전
의 사전심의보다는 사후관리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며 『현행 등급제도를 최대한 완화해 제작자들의 창의성을 살려주는 대신 불법게임물에 대해서는 강력한 단속을 통해 사행성을 방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임개발업체 이오리스의 전주영 사장도 『문화부는 사행성·음란성·폭력성 등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해 등급제도를 시행함으로써 업체들이 등급보류의 공포에서 벗어나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문화부가 성인용 게임에 대한 확고한 정책을 수립해 등급심의에서부터 「음비게법」 개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정책을 추진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