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로봇 열풍>(4)걷는 로봇을 개발하라

정형화된 산업현장 대신 인간이 거주하는 생활공간에 로봇이 자유롭게 투입되려면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할 과제가 로봇의 기동성 문제다.

현재 조그만 전동식바퀴로 움직이는 로봇은 대부분 시간당 2㎞ 이하로 매우 느릴 뿐만 아니라 평평한 바닥이 아닌 계단·비포장길 등에서는 전혀 움직이지 못한다.

현재보다 획기적으로 개선된 기동수단이 개발되지 못하면 로봇은 집 밖으로 나오기 힘들고 응용범위도 한정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탱크의 무한궤도나 6∼10개의 바퀴를 뱀처럼 연동시키는 특수차륜으로 기동하는 고기동성 로봇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다.

대전 원자력연구소는 지난해 6개의 독립적인 무한궤도를 장착한 원자로 감시로봇 「케로트-m2」를 개발했다.

로봇개발을 담당한 김승호 박사는 『장애물이 많은 원자로 건물 내부는 일반 바퀴로는 기동이 불가능해 가변성형 무한궤도라는 구동체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면서 오는 2010년경까지 사람보다 빠른 시속 8∼10㎞로 계단을 오르내리는 로봇용 특수차륜이 보편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이웃 일본에서는 관절을 이용해 사람처럼 두 발로 걷는 이족보행(바이페드) 로봇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족보행로봇은 이론적으로 인간의 모든 생활공간에 들어갈 수 있어 가장 이상적이지만 한쪽 로봇다리의 발목에 2개, 무릎에 1개, 대퇴부에 3개씩 총 12개의 관절모터가 필요해 배터리 소모가 극심하고 무게중심을 잡기 어려운 것이 단점이다.

지난 98년 혼다가 선보인 이족보행로봇 P3는 거의 완벽한 보행기능으로 세계 로봇업계에 일명 「혼다 쇼크」를 불러왔다.

관절로 움직이는 보행로봇 분야에서 일본이 축적한 경쟁력에 비해 국내 연구는 매우 낙후된 상황이다.

3년 전에 끝난 KIST의 4족 보행로봇 센토개발을 마지막으로 관절식 보행로봇연구는 중단된 상황이며 차세대 이족보행로봇은 아직 설계도상에서만 맴돌고 있다.

센토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항공대 홍예선 교수는 『혼다 P3의 이족보행 모습을 TV로 보고 연구진들이 허탈감에 빠졌다』고 당시를 술회하면서 보행로봇의 제어기술은 확보했지만 구동부인 서보모터, 감속기의 국내기술이 따라주지 못해 더 이상 개량된 보행로봇개발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국내 한 로봇벤처업체는 보행로봇개발을 위해 지난달 일본 소니사에 아이보에 들어가는 초경량 관절모터를 거액에 구매하겠다는 제의를 했으나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이미 일본은 보행로봇에 들어가는 경량모터와 고성능 감속기 등을 일종의 전략물자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전기산업의 기초부품인 모터분야에서 국내 기술향상이 시급한 것도 다가오는 차세대 로봇시장에서 더 가볍고 강력한 모터기술에 따라 제품경쟁력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모터전문가인 임태빈 박사는 『보행로봇용 관절을 만들려면 정밀급 서보모터 무게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면서 국가차원의 로봇용 부품소재개발이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