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IT비전>국가 백년대계-"IT 강대국 지도를 바꿔라"

 ‘포스트IT,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짜자.’

 IT가 전통 산업이나 또다른 뉴테크놀로지 분야에 포괄적으로 접목되고, IT 스스로 진화를 거듭하며 만들어낼 이른바 ‘포스트IT’시대가 도래하면 세계의 판도는 어떤 양상으로 나타날 것인가. 현재의 세계 지도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 미국, 유럽, 일본이 21세기에도 세계를 좌우할 것인가.

 한마디로 이는 장담하기 어렵다.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 일본이 폐허가 된 땅에서 전자·정보통신산업의 비약적인 성장으로 몇십년만에 패전의 아픔을 딛고 경제 대국으로 올라선 것처럼 IT의 막대한 영향력과 파급효과는 앞으로 언제 어디서 어떠한 초강대국을 만들어낼지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다.

 굳이 일본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핀란드가 ‘노키아(Nokia)’라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이동통신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것이나 이스라엘과 인도가 탁월한 소프트웨어 기술력으로 미국 하이테크산업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기술’과 ‘노동력’보다는 ‘지식(knowledge)’과 ‘정보(information)’가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21세기에는 한 국가의 미래를 점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IT의 확산과 심화가 반복돼 나타나게 되는 포스트IT시대가 활짝 열리면 세계의 지도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 분명하다.

 ‘포스트IT’에 대한 준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한 나라의 운명과 미래의 모습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포스트IT시대에 대비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장기 마스터 플랜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함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IT 초강대국인 미국을 비롯해 일본, 유럽 등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같은 21세기 변화의 흐름을 간파, 장기적인 국가 경영전략을 수립해 하나하나씩 시행에 옮기고 있다. 이들 국가는 특히 현재 다발적으로 추진중인 단기 IT기술 육성 정책과는 별개로 최대 100년 앞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포스트IT에 대비한 장기 플랜을 마련, 움직이기 시작했다.

 선진국들의 이같은 움직임에는 포스트IT시대에서 현재의 기득권을 유지해보겠다는 전략이 숨어 있다. 이는 반대로 포스트IT시대에는 누구도 세계의 주인자리가 보장돼 있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더구나 미국과 일본의 IT에 밀렸던 유럽이나 중국 등은 철저한 준비로 포스트IT시대의 새로운 맹주 자리를 노리며 추격해오고 있다. 일본과 유럽이 그동안 미국이 주도해온 인터넷 플랫폼에 대항해서 새로운 아키텍처인 IPv6 기반 차세대 인터넷을 적극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나 지구상의 모든 네트워크를 하나로 연결하기 위한 ‘그리드 프로젝트’ 등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우리나라도 이제부터라도 포스트IT에 대비한 국가 백년대계를 그려야 한다. 지금처럼 임시방편적, 근시안적 자세로는 포스트IT시대에 IT강국으로 명함을 내밀 수 없다. 우리 경제를 이끌고 있는 IT경기는 이제 세계적인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더욱이 수출지향 국가인 우리나라로서는 주기적으로 주변상황에 따라 요동을 치고 있는 IT 경기흐름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이제 36년간의 일제 식민통치와 한국전쟁 등으로 인한 폐허속에서도 ‘한강의 기적’을 연출하며 세계 5위권의 IT 강국으로 부상했던 20세기의 성과를 거울삼아 새로운 100년에 대한 ‘비전’을 만들 때가 됐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IMF관리체제 이후 신경제를 과감하게 도입하는 결단을 내렸고 이 과정에서 국가경쟁력 제고에 필요한 정보 인프라 구축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때문에 지금은 무엇보다 우리의 미래 국가경영 전략을 무리없이 담아낼 ‘큰 그림’을 만드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다. 지금까지의 전례처럼 고작 수년 앞을 내다보는 단기 전략만으로는 포스트IT시대에 제대로 대응하기 힘들다. 그만큼 세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포스트IT시대를 향해 빠르게 치닫고 있다.

 물론 정부는 한국전쟁 이후 최대 국란이라는 IMF관리체제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고 새로운 세기를 맞아 △창조적 지식국가 건설을 위한 사이버코리아21 구현 △지식기반경제발전 전략 △국가 그리드 기본계획 등 다양한 중장기 전략을 잇따라 내놓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앞으로 우리의 백년을 담보하기 힘들다. 현재 상황에서 예측하기 힘든 부분까지도 감안해 국가의 미래를 포괄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백년대계’를 그려야 한다.표참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정권이 바뀌거나 혹은 정부부처의 고위관료가 바뀔 때마다 정책변화가 심했다. 심지어 잦은 인사이동으로 실무 책임자만 바뀌어도 정책 내용이 바뀌는 후진국형 정책구조를 유지해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는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포스트IT시대에 강국으로 올라서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백년대계를 만드는 일은 정권교체나 어떤 상황변화가 오더라도 결코 중단되거나 변경돼선 안된다는 일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포스트IT시대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인프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도 지속적으로 병행돼야 할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IMF 이후 정보 인프라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단기간내에 e비즈니스 등 신경제 분야에서 강국으로 부상하는 데 일단은 성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도 IT분야의 핵심 기술이나 주요 장비나 소프트웨어의 상당부분을 외산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핵심 전문인력이 크게 부족하며, 앞으로도 핵심 인력의 수급구조는 갈수록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우선 정보화의 뿌리인 하드웨어 인프라 구축을 보다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추진해 나가야 한다. 가령 4차선 도로를 만들어 놓고 트래픽에 따라 도로를 확장하면 된다는 식으로는 엄청난 스피드로 진화할 포스트IT시대에 대응할 수 없다. 따라서 21세기 우리나라 국경쟁력을 좌우할 정보화 대동맥을 더욱 튼실히 하는 작업을 긴 안목에서 추진해야 한다. 또 기초과학에 대한 장기적인 육성 전략을 통해 각종 핵심 기술의 외산 의존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어야 한다.

 그러나 포스트IT 인프라에 대한 장기 대책은 궁국적으로 ‘사람’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누가 뭐래도 21세기는 ‘지식’ 그 자체가 돈이 되는 ‘창조적 지식기반 사회(creative knowledge based society)’다. 사람의 경쟁력, 즉 ‘맨파워’가 기업은 물론 국가경쟁력까지도 좌우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과감한 개혁을 통해 교육의 패러다임을 지식사회 환경에 맞게 전환해야 한다. 또 국가나 기업경영의 핵심 브레인 역할을 맡을 고급 인재육성을 국가의 백년대계로 간주, 강력하게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는 오로지 ‘성장’을 위해서만 전력 투구함으로써 미래에 대비한 장기 플랜을 짜는 데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성장률보다는 내실이 중시되는 외유내강형 시대가 도래했다. 보다 긴 안목에서 포스트IT를 겨냥한 백년대계를 짜는 데 정부와 우리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표 : 주요 중장기 정책 프로젝트 발표 현황

 과제명/발표시기/주요 내용/관계 부처

 21세기를 향한 과학기술정책 방향=99년 8월=과학기술정책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과기부

 차세대 신기술 개발=99년 2월=미래산업을 주도할 지식기반 신산업 창출=산자부

 사이버코리아21=99년 3월=창조적 지식기반 국가 건설을 위한 정보화 비전 및 추진 전략=정통부

 2025년을 향한 과학기술발전 장기비전=99년 12월=우리나라 기초과학기술의 발전 전략=과기부

 문화산업비전21=00년 5월=게임·영화·애니메이션 등 21세기 문화산업의 육성 전략=문화부

 디지털시대의 산업경쟁력 강화=00년 7월=효율적 국가혁신시스템 구축=산자부

 차세대 인터넷 기반 구축=01년 2월=인터넷 새 주소체계 IPv6 도입=정통부

 차세대 e비즈니스 기반 구축=01년 3월=차세대 e비즈니스 선도국가 도약 기틀 마련=정통부

 전통산업 기술혁신 전략=01년 4월=전통산업의 IT접목을 통한 디지털화=과기부·산자부 등 5개 부처

 국가 GRID기본계획=01년 5월=차세대 정보인프라를 통한 지식정보강국 진입=정통부

 차세대 유망 핵심기술 산업기술개발=01년 7월=IT, ET, NT 등 차세대 신기술 개발=산자부

 산업기술지도=01년 7월=단백질, 로봇, 광섬유 등 6개 미래 유망기술 작전지도 완성=산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