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후반부터 뉴미디어 시대의 총아로 급부상한 국내 인터넷 방송산업이 구체적인 수익모델 부재로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장기적인 육성 방안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인터넷 방송은 불특정다수에게 일방적으로 뿌려지는 브로드캐스팅의 개념보다는 특정 타깃을 대상으로 세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양방향서비스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내에서 인터넷 방송은 초고속인터넷서비스 인프라의 급속한 확대 및 스트리밍 관련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99년부터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여 올초 그 숫자가 1000여개에 육박할 정도였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지난 3월 발표한 ‘웹캐스팅업계 실태조사 및 전망연구’에 의하면 국내 인터넷 방송국의 80% 이상이 99년부터 2000년 사이에 설립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보고서는 국내 인터넷 방송업계의 매출액이 2000년 600억원, 2001년 948억원, 2002년 1467억원 등으로 연평균 58%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99년 하반기부터 올초까지 대기업은 물론 지상파방송사·인터넷 대형 포털사이트 등도 잇따라 인터넷 방송국을 개국하고 개인이 간단한 시설만을 갖추고 개인 음악방송국을 여는 사례도 점점 늘어나는 등 외형적으로는 큰 성장을 거둔 것이 사실이다.
인터넷 방송 인큐베이팅업체인 디투비(대표 김기호)와 시장조사업체인 IT리서치(대표 최승필)가 지난해 7월 인터넷 방송국 300여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80% 이상이 인터넷 방송 시장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점치는 등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이처럼 규모 면에서 비대해진 인터넷 방송 시장이 올초부터 주춤거리기 시작하더니 하반기 들어서는 급기야 문을 닫는 업체가 속출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사이트만 열어놨지 콘텐츠가 업그레이드되지 않은 영세한 인터넷 방송국들이 현재 100여개는 족히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비단 군소업체뿐 아니라 프랑켄슈타인과 같이 인지도나 규모 면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거둘 것이라 예상되던 인터넷 방송국들도 적절한 수익모델을 확보하지 못한 채 서비스를 중단했다.
지난 3년간 인터넷 방송국들이 매주 업그레이드하는 편성표를 취합해 서비스해온 캐스트서비스 관계자는 “올들어 편성표 및 이벤트 개최 자료를 보내오는 곳이 눈에 띄게 줄어들더니 하반기에는 고작 20여개에도 못미치는 업체가 자료를 보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캐스트서비스는 지난 9월부터 이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국내 인터넷 방송의 침체 원인을 장기적인 비즈니스모델 부재 및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편중 심화, 주먹구구식 시스템 설계 등에서 찾고 있다.
소프트웨어진흥원의 조사 결과 전체 조사 대상인 300여개 인터넷 방송국 중 1억원 이상의 분기매출이 발생하는 업체가 17% 정도에 불과한 반면 매출이 거의 없는 업체가 25%에 달하는 등 수익 양극화 현상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인터넷 방송국들은 말 그대로 ‘방송사업’의 연장선에서 수익모델을 찾고자 한다. 그러나 한정된 사용자에게 노출되는 인터넷 방송의 콘텐츠가 안정적인 광고 수익 창출로 이어지는 것은 쉽지 않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상파·케이블TV 등을 통해 이미 방송된 콘텐츠를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 등으로 재탕하는 데 의존하기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수익모델을 발굴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일부 지상파 인터넷 방송들이 최근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을 선정, VOD 서비스를 유료화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것이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SBSi(대표 윤석민)는 지난 9월 VOD 서비스 유료화 실시 이후 1일 1500만∼2000만원, 월 4억∼5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또 유료 콘텐츠 가입 회원도 1일 3000∼4000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 콘텐츠를 다시 보여주는 VOD 서비스를 통한 수익 창출은 지극히 일부 업체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아직은 대부분의 업체들이 콘텐츠 유료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별도의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양질의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유료회원 확보로 짭짤한 수익을 올린 성인방송국들은 최근 회원 감소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해 말 검찰의 대대적인 단속으로 위기를 맞은 성인방송국들은 올들어 서비스업체가 60여개에 달하는 등 충격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천편일률적인 내용에 식상한 가입자들이 발길을 끊고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외국에 서버를 둔 무삭제판 콘텐츠가 난립하면서 가입자들을 빼앗기고 있다. 한마디로 인기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인터넷 방송국의 콘텐츠가 엔터테인먼트부문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재 전체 방송국의 3분의 1 이상은 음악방송국이고 3분의 2가 엔터테인먼트부문에 집중돼 있다. 문제는 엔터테인먼트산업 투자에 대한 과열현상으로 조성된 이 같은 붐이 단기적인 열풍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다양한 부문의 틈새 콘텐츠들은 시작도 하기 전에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 방송이 세분화된 콘텐츠를 특정 마니아에게 선보이기 위해 자생적으로 성장한 풀뿌리 방송이라는 점을 생각해볼 때 이를 육성할 만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하겠다.
업계에서는 양질의 콘텐츠 육성을 위해 제도적인 장치 마련 및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인터넷 방송 관련 정책은 정보통신부가 주도하고는 있으나 제도적인 자금 지원 및 대책은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가장 시급한 디지털 저작권보호 등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각 사업자들이 나름대로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고 인터넷 방송국 운영에 나서는 동시에 정부 차원의 자금 지원 및 관련 법안 수립을 통한 산업의 체계적인 육성 방안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예컨대 웹캐스팅 창업지원센터 및 웹캐스팅 콘텐츠유통센터 설립 등은 하나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