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분야 전문임원이 왜 필요한가

 전략적인 분야에 전문 임원을 육성·배치하지 못하는 것은 국내 기업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국내 기업들은 CEO가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기업의 모든 업무분야를 관장해왔지만 최근들어 전문경영인에 대한 필요성이 늘면서 CIO, CTO, CMO 등 전문임원의 역할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정착된 상태다. 그러나 아직도 물류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각 분야에서 여전히 전문성이 없는 임원이 책임을 맡거나 실무자급에서 업무처리를 하고 있어 힘이 실리지 못하고 있다.

 ◇CRM분야=CRM시스템 구축사례는 많지만 성공사례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CRM을 바라보는 일반인의 시각이다. 시스템 구축시에 명확한 요구사항과 목적없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는데다 시스템 구축 이후에도 지속적인 운영관리가 안되고 있는 것이 그 첫번째 이유로 꼽힌다. 그러나 이는 CRM이나 고객서비스를 책임지는 전담 임원이 없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부장급이나 차장급이 CRM팀장을 맡고 있으며 그나마 프로젝트 후 해산되거나 다른 일을 하면서 겸직하는 경우가 많아 한계가 뚜렷하다. 일부 기업에서는 CMO가 CCO 역할을 일부 맡고 있으나 이 역시 전반적인 마케팅 총괄 역할이기 때문에 고객 측면의 전문관리에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이에 반해 외국 선진기업은 CCO라는 직제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주요 금융권과 대기업에서는 CCO를 두고 상층부에서 지속적인 고객관리 정책과 운영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캐나다로열뱅크는 일찍이 CCO라는 직제를 두고 지속적인 고객서비스와 IT시스템 운영을 관장토록 하고 있어 고객관리에서 상당히 앞서간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이 회사 CCO인 리처드 맥로프린은 “CRM은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고객관리 프로세스기 때문에 일정 규모가 있는 기업이라면 임원급의 책임있는 운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DNI컨설팅 장동인 사장은 “국내에서 CRM 도입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CRM 성공의 관건은 시스템 구축이 아니라 구축 이후의 운영과 관리인 만큼 비중있는 인사의 관여와 책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IT아키텍처=국내 기업들이 가장 간과하고 있는 분야 가운데 하나다. 대부분의 외국 업체들은 정보시스템을 구축할 때 건물을 짓듯 뼈대에 해당하는 IT아키텍처를 세우는 것에 가장 큰 역점을 두고 있다. 이 같은 IT아키텍처 분야만을 관장하는 임원이 바로 CSA.

 마이크로소프트(MS) 빌 게이츠 회장이 CEO를 그만두면서 CSA 역할을 맡은 것은 상당히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그만큼 기업 정보시스템이나 상품 개발에서 IT아키텍처가 중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NCR의 경우도 CSA 역할을 하는 임원을 두고 있으며 그 밑에 수많은 아키텍트 전문가를 두고 신제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IT아키텍처라는 개념 자체를 거의 갖고 있지 않아 주먹구구식 IT프로젝트를 양산하고 있다. IT아키텍처 전문업체인 한국솔루션센터 박성범 사장은 “미국의 경우 전체 정보시스템 구축비용의 30%를 IT아키텍처에 쏟아붓고 있을 정도로 이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CSA제도가 정착돼있고 CSA 역할이 중요하게 부각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조만간 ITA협회가 설립되고 IT아키텍처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만큼 CSA의 중요성이 생겨날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물류부문=미국에서는 물류 총괄임원인 CLO제도가 정착돼있으며 CLO 출신 인물이 해당기업 CEO가 되는 사례가 많지만 국내에서는 전무한 실정. 대부분의 제조 및 유통업체에서는 CLO를 두고 물류부문을 강화하고 있으며 월마트는 아예 CLO 출신이 CEO를 맡고 있다. 아동용품 소매업체인 e토이스는 CLO가 부사장을 겸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물류임원의 비중이 상당히 큰 편이다.

 이에 반해 국내기업의 경우 물류가 강조되는 유통분야에서조차 부장급선에서 업무를 책임지고 있으며 일반기업의 경우에는 대리나 과장급선에 그치는 경우도 있어 물류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부분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물류솔루션 전문업체인 EXE테크놀로지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아직 제조가 너무 강해 물류발전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며 “국내 기업도 판매 중심의 기업으로 가려면 CLO직제를 두고 글로벌물류와 공급망관리(SCM)부문을 전략적으로 사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