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부터 많은 시장 전문가들과 언론으로부터 과할 정도로 관심을 받았던 개인휴대단말기(PDA)의 올해 국내시장은 대략 14만여대의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50만대(산자부), 33만대(정통부) 등의 장밋빛 전망치와는 적지 않은 거리가 있지만 지난해 시장규모에 비해서는 100% 가량 성장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당초 기대치만큼은 성장하지 못했지만 PC나 통신장비 등 대부분의 IT시장이 커다란 역신장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위안거리로 삼고 있다.
그럼 내년 국내 PDA시장은 어떻게 될까.
한차례 열풍이 지나간 지금, 시장조사기관이나 업체에서는 국내 PDA산업에 대해 보다 냉철하면서도 여전히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다.
◇통신사업자들이 나선다=내년 국내 PDA시장 활성화 여부를 가늠하는 것은 이동통신사업자들의 PDA 마케팅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까지는 이통사들이 시동을 거는 데 그쳤다면 내년에는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한다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자사의 포털사이트를 PDA에서도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는 유무선포털인 네이트를 오픈했으며 KTF·LG텔레콤 등도 이에 맞서 매직엔PDA포털, PDA전용 게임포털 등을 개설했거나 개설할 예정이다. 이동통신사업자들이 PDA마케팅에 착수함으로써 국내 PDA산업의 걸림돌로 작용됐던 콘텐츠 부족, 비싼 단말기 가격 등이 상당부분 해결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이통사들이 마련한 PDA포털은 게임부터 전자북·커뮤니티·e메일서비스 등을 포괄, 넓은 화면을 이용한 진정한 무선인터넷이라는 PDA의 장점을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비싼 단말기 가격도 상당부분 해결된다. SKT나 KTF 등 모두 내년 상반기에 40만원대 후반의 컬러PDA폰을 자사의 전용 PDA로 출시, 소비자들의 가격부담을 줄여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컬러PDA폰의 가격이 대략 80만원을 호가한다는 점에서 절반가량 가격이 떨어지는 셈.
게다가 정부에서는 엄격히 금지하고 있지만 우회적인 방법으로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단말기 구입비용은 더 줄어들게 된다. LG텔레콤의 M플러스카드, SKT의 모네타카드 사업으로 소비자들은 30만원에서 15만원까지 단말기에 대한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통사들과 별도로 유선통신사업자들이 PDA를 주목했다는 점도 수요확대의 긍정적인 요인이다. 한국통신은 PDA와 무선랜을 이용한 고속무선인터넷서비스인 넷스팟을 내년에 시범서비스하며 데이콤·하나로통신 등도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시작했거나 준비중이다.
통신사업자들과 함께 대형 수요처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내년 시장의 긍정적인 요인이다. 6개 증권사가 연합,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무선인터넷 증권거래인 ‘모바일로’사업, 정통부 우정사업본부의 집배원 PDA 보급, 경찰청 등의 PDA 도입 움직임 등 대형사업이 속속 발주될 전망이다. 모바일로의 경우는 내년까지 6만대의 PDA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며 단말기 가격도 증권거래 수수료로 상쇄, 사실상 무료로 나눠주는 방식이다.
기업측에서도 PDA 도입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마케팅의 민경선 차장은 “기업들이 모바일오피스를 구현하기 위한 도구로 이제는 PDA를 적극 검토하기 시작했다”며 “기업시장에서의 PDA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걸림돌은 여전히 존재=이같은 긍정적인 요인에도 여전히 걸림돌은 남아있다. PDA 포털업체인 PDA벤치의 김병윤 실장은 “여전히 PDA의 장점을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눈에 띄지 않아 소비자들의 구매를 유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아무리 단말기 가격이 내려가더라도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없다면 소비자들은 이를 외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동전화단말기의 ‘전화’, PC의 강력한 멀티미디어기능 등을 대체하기에는 어중간한 위치에 있다는 얘기다. PDA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무선인터넷기능도 아직까지는 힘에 부치는 모습이 역력하다. cdma 1x 모뎀이 PDA에 내장되거나 모듈로 지원되기는 하지만 최대속도가 70∼80Kbps에 그치고 있고 최악의 경우에는 10Kbps대에 머무르는 예도 발생, 소비자들의 기대를 실망으로 바꾸게 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또 과금체제가 패킷단위로 변경돼 요금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무선인터넷을 통해 멀티미디어기능을 이용하기에는 비싼 것도 걸림돌이다. 현재 요금체계로는 MP3파일 하나를 다운로드하는데도 몇천원을 지불해야 한다.
또 마이크로소프트가 차세대 PDA의 운용체계로 선보인 포켓PC 2002 운용체계가 한글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내년 시장의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예전에는 디오텍 등과 같은 한글인식 프로그램이 이를 대체해 왔으나 새 운용체계에서는 국가코드가 삭제돼 한글인식 프로그램을 깔더라도 캘린더나 노트에서 한글이 깨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호재와 악재를 감안할 때 시장조사기관이나 업계 전문가들은 내년 국내 PDA시장 규모를 올해보다 약 50% 증가한 20만대 전후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만대를, 시장조사기관인 소프트뱅크리서치는 21만2000대를, 이동통신사업자들도 20만대 초반 정도의 시장규모를 예상하고 있다. 이미 시장에 제품을 선보인 기업들이 다국적기업을 포함, 10여개사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치상으로는 대략 업체당 2만대 정도가 배정되는 셈이다. 물론 이것은 수치놀음에 불과하다. 실제 내년 기업들의 실적은 통신사업자의 단말기로 선정되느냐의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이며 여기에 선정되지 못한 기업이라 할지라도 살인적인 가격인하 압력을 받게 된다. 어쩌면 내년이 PDA단말기업체에는 더욱 혹독한 한해가 될지도 모른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