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6일 영국의 BBC는 멕시코 재무부가 탄산음료에 대해 20%의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이 법안은 1인당 가장 많은 코카콜라를 소비하는 국가에서 매우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 제안이다. 이 조치는 폭스 행정부가 비효율적인 멕시코의 세제를 개혁하려는 노력 가운데 가장 최근의 것으로 폭스 대통령이 추진하는 개혁 전반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멕시코는 경제둔화와 세계 원유가의 하락으로 개혁에 대한 논의가 더욱 시급해지고 있다. 세수의 실질적인 개선이 없다면 폭스정부는 더욱 무능력해 보일 것이고 뚜렷한 치적없이 집권 2년째에 들어설 것이다. 주요 개혁과 사회복지 공약이 의회에서 방치되거나 예산삭감의 희생물로 전락할 때 폭스 대통령에 대한 대중의 지지는 약화될 것이다.
폭스는 1년전 멕시코의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6년 임기 동안 연간 7%의 경제를 성장시키고 매년 125만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미국의 특혜이민협상을 성사시키고 라틴아메리카에서 부시행정부의 가장 가까운 우방이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폭스 대통령이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게 하는 주요 요인은 경제상황이다. 멕시코 경제는 지난해만 해도 6.9%의 높은 연간성장률을 기록했으나 올해 경제는 성장을 멈췄다. 정부는 최근 2001년 경제성장률에 대한 전망을 4.5%에 이어 0%로 하향조정했다.
멕시코의 경제적 곤란은 지난 9월까지 지난해 동기 대비 3.2%의 감소를 기록한 산업생산 감소때문이라고 한다. 수출상품을 생산하는 노동집약적 ‘매퀼라도라스(Maquiladoras·값싼 노동력을 이용하는 미국의 회사)센터’가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멕시코 수출의 85%를 차지하는 주요 수출대상국인 미국의 경제둔화는 반제품과 완제품 모두의 수요가 둔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에 따라 많은 매퀼라도라스는 종업원을 해고하고 있으며 일부는 문을 닫았다.
관광산업은 멕시코 일자리의 6.5%와 GDP의 9%를 차지하는데, 9월 11일 테러공격 이후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으로부터 평상시보다 많은 멕시코 이민자가 돌아옴으로써 악화되고 있는 실업상황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요인은 결과적으로 세수를 감소시켜 연방예산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멕시코는 기업과 개인의 탈세가 성행하고 있기 때문에 세수감소를 견딜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세계 30대 선진경제 평균의 반에도 못미치는 GDP의 11% 정도만을 세수로 징수했다.
멕시코정부는 세수부족의 상당부분을 국유 정유업체로부터 보충하는데, 전체 정부수입의 3분의 1 가량이 원유산업의 이윤으로부터 나온다. 그러나 세계 원유가격은 테러사태 이후 급격히 하락했고 가격은 더 하락할 전망이며, 특히 OPEC이 주도하는 가격전쟁의 조짐과 함께 더욱 하락할 것이다. 정부가 영구적으로 세수를 늘릴 수 없을 경우 멕시코정부는 세계 원유가격의 변동에 더욱 취약해질 것이다.
멕시코의회는 현재 면세인 식료품과 의약품에 15%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정부안을 놓고 지난 4월 이후 교착상태에 있다. 다우존스뉴스에 의하면 새 부가가치세가 시행될 경우 정부수입은 연간 GDP의 약 1.5%(약 70억달러)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새 부가가치세가 빈곤층에 대한 역진세라는 의견이 많지만 그러한 추가적 수입이 없을 경우 새로운 사회복지정책 또한 없을 것이다.
이것은 단지 국내문제가 아니다. 외국투자자는 세무개혁 논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피치(Fitch)와 S&P는 신용등급 상향조정을 세무개혁과 연결시키고 있다. 피치는 11월 5일 발표문에서 국가의 개발 필요성과 빈약한 세수기반을 고려해 볼 때 국가의 연간 비원유 세수를 확충하는 세무개혁을 통과시키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주장하면서 세무개혁없이 멕시코의 신용등급이 ‘투자적격’으로 상향조정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암시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순조롭게 이뤄진다고 해도, 즉 세무개혁이 통과되고 미국경제가 조만간 회복세로 돌아서 세수가 증가한다고 해도 외부사건이 사회개혁을 불가능하게 할 수 있다. 내년 정부예산은 배럴당 17달러의 유가와 일일 10만배럴의 생산증가를 기준으로 작성됐다. 하지만 현재 나타나고 있는 가격전쟁으로 그러한 가정은 비현실적으로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따라서 폭스 대통령의 선거공약 또한 비현실적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양승욱부장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