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전략적 제휴 추진을 선언한 지 하루만인 4일 마이크론 협상팀이 방한, 5일부터 협상이 들어가는 등 ‘전광석화’처럼 진행되고 있다. 두 회사는 올 연말까지 기본적인 협상을 마무리하겠다고 했으나 이 속도라면 당장 다음주 중으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업계 일각에선 “이번 협상이 한국과 미국 정부 그리고 국내외 금융기관의 사전 교감이 이뤄진 상태에서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돈다.
물론 반도체 업계 사상 최대의 ‘빅딜’인데다 두 회사는 물론 채권단, 주주, 종업원, 정부 등 관계 그룹간의 이해가 실타래처럼 얽혀 결론을 내리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사전 교감이 있는 듯=협상 진척 속도만 놓고 보면 두 회사는 어느 정도 방향을 정해놓은 듯하다.
보수적인 색채의 마이크론이 몹시 서둘고 있다. 또 동등해야 할 협상이 마이크론은 갑, 하이닉스는 을처럼 이뤄지는 것도 이상한 대목이다.
이를 두고 업계는 협상의 주도권을 마이크론이 쥐고 있으며 하이닉스와 채권단이 어느 정도 마이크론을 서두르게 할 정도의 ‘당근’을 이미 제시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를테면 정부나 채권단이 하이닉스의 부실액을 상당수 털어내 마이크론의 인수 부담을 줄이거나 인수 자금 일부를 대주는 방안이다.
정부로선 반도체 빅딜의 실패를 만회하고 통상 마찰의 빌미를 없애기 위해 하이닉스와 마이크론 통합을 원하고 있다.
이 점에서 박종섭 사장의 기자회견날 진념 재경부 장관,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기자회견을 갖고 ‘부실기업 조기 매듭’을 강조한 것도 ‘오비이락’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물론 파이낸셜타임스와 같은 일부 외신은 마이크론이 일단 하이닉스를 인수해 폐쇄한다는 ‘새로운 하이닉스 죽이기’로 풀이한다.
◇자본 제휴가 유력=전문가들은 두 회사의 제휴 형태가 지분 맞교환과 같은 자본 제휴로 갈 공산이 크다고 본다. 공조 감산이나 기술 교류 등도 방법이 되나 채권단으로선 그다지 속시원한 해결책은 아니다. 합병 방안도 종업원 문제, 감자 등의 복잡한 절차 등으로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마이크론은 지난 90년대 중반 텍사스인스트루먼츠의 메모리사업을 인수할 때에도 일정지분 인수 방식을 취했다.
구조조정특위의 한 관계자는 “두 회사가 경영파트너로서 함께 손을 잡고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해 자본 제휴에 대한 운을 띄웠다.
업계 관계자도 “마이크론으로서는 합병보다는 하이닉스의 대주주로서 경영에 관여하는 게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절대 대주주가 없는 상태에서 마이크론이 하이닉스의 대주주가 되려면 15∼20%의 지분만 확보해도 충분할 것이라는 게 금융계의 분석이다.
매각할 지분은 출자전환할 채권단의 지분과 현대그룹 지분 일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론이 지분을 인수하는데 드는 금액은 지분 맞교환 절차와 만에 하나 있을 국내외 금융기관의 자금 지원 규모가 변수로 작용해 매우 유동적이다.
현재로선 마이크론이 최소의 투자로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 방식도 마이크론이 내년초 유상증자시 지분 참여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유력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일부 주주의 반발과 마이크론의 의도대로 하이닉스를 하청업체로 전환하는 데 따른 저항과 ‘헐값 매각 시비’가 제기될 전망이다.
또 마이크론의 지분 인수과정에서 개입될지 모르는 ‘공적 자금’의 문제가 정부의 ‘반도체 빅딜 실패 희석’ 논란과 아울러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