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코리아, 월드컵 향해뛴다]내손안의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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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4일 밤 9시 경복궁역. 지하철 3호선을 타고 집으로 가는 대학생 K씨는 발을 동동 구른다. 16강 진출의 첫 시험대가 될 폴란드와의 일전을 놓친다는 것은 축구광 K씨로선 있을 수 없는 일. 그러나 퇴근 시간대의 지하철은 평소보다 늦어지고, 라디오 중계도 잡히지 않는다. 답답한 순간 갑자기 신호음이 울린다. “골, 골, 골이에요.” 월드컵을 기념해 새로 다운로드한 신문선 해설위원 목소리다. 이동전화를 열자 월드컵 멀티미디어 메시지가 와있다. 확인 버튼을 누른다. 윤정환의 날카로운 패스, 황선홍의 절묘한 논스톱 슛, 골인이다. 400원 가량의 이용료를 내는 20초 정도의 짧은 서비스지만 K씨는 골의 순간을 놓치지 않는 리얼타임의 감동을 얻었다.

 처음으로 2개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64개 경기로 뜨겁게 달아오르는 곳은 한일 양국의 20개 월드컵 경기장만은 아니다. SK텔레콤·KTF·LG텔레콤 이동통신 3사는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월드컵 기간중 이동통신 강국의 면모를 과시한다는 계획에 분주하다. 월드컵 기간에 맞춰 IMT2000 1x EVDO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한 것.

 최대 2.4Mbps까지 전송속도를 낼 수 있는 이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초당 4∼5프레임 정도의 동영상(TV는 24프레임)을 무선으로 받아보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야말로 뜨거운 경기장의 열기를 손바닥위에 올려놓는 ’내 손안의 월드컵’을 실현하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월드컵 개최지를 포함한 전국 26개 도시에서, KTF도 개최지역과 수도권·광역시 지역에서 EVDO를 시연하기 위한 완벽한 준비를 자신한다. LG텔레콤도 서울 등 월드컵이 열리는 일부지역에서 EVDO 시험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월드컵 동영상 서비스를 준비중인 SK텔레콤과 KTF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독일 키르히미디어사와의 라이선스 계약만 해결된다면 실시간 중계를 포함한 모든 서비스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장담한다. 또 라이선스 계약이 결렬된다 하더라도 ‘월드컵 관련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얼마든지 기술력을 뽐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서비스가 제공되면 경기장에서 이동전화기에 부착된 카메라로 생생한 멀티미디어 메시지를 친구에게 날려보낼 수도 있고 경기의 실시간 생중계는 물론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내주는 서비스, 선수관련 영상자료나 예전 경기를 주문형비디오(VOD)로 볼 수도 있다. SK텔레콤과 KTF는 실시간 중계는 비현실적이라고 보고 클립 형태의 짧은 동영상을 멀티미디어 메시지나 VOD로 제공한다는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다.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cdma2000 1x EVDO 단말기를 구입하거나 휴대전화에서 동영상을 구현할 수 있는 VOD폰을 마련해야 한다. 이 단말기는 삼성전자와 LG전자에서 5월경 출시할 예정이다. 이미 출시된 cdma2000 단말기를 이용해도 10∼20초의 동영상을 받아보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서비스 사용료는 패킷당 2.5원의 기준이 고시로 정해졌으나 각 사업자들은 아직 정확한 요금을 정하지 않았다. 서비스에 대한 구상을 구체화하면서 차근차근 가격을 정하겠다는 것. 최소한 ‘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기준인 2.5원을 기준으로 해도 1분 미만의 동영상을 보는 데는 1000원 가량만 지불하면 된다.

 K씨의 경우처럼 선제골을 넣었다는 기분소식에 1000원이 아까우랴! 더구나 e코리아가 IT 최강국임을 마음껏 뽐내는 ‘IT월드컵’인데 말이다.

 

◆준비를 위해 뛰는 사람들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휘슬이 울리기만 기다린다.’

 EVDO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담당 팀장들은 푸른빛의 잔디위에서 구릿빛이 되도록 땀흘리는 국가대표팀과 다를 바 없다. 후회없는 실력발휘를 위해 미리 땀을 흘리고 있는 이들은 그만큼 기대도 크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놓칠 수 없는 기회에 이동통신 강국의 이미지를 인상적인 대포알 슛처럼 날리겠다는 것.

 KTF 한성복 월드컵 팀장(40)은 “공식후원업체인 KTF는 중계기뿐만 아니라 표준기지국 시스템을 직접 설치하고 경기장 안팎의 홍보와 단말기 무료제공 등이 가능해 다른 업체보다 유리한 입장”이라고 자신한다.

 “상용화된 상태의 기술을 시연하는 것이고 망 연동 테스트를 완벽히 하고 있기 때문에 서비스 시연은 원활히 이루어지게 될 것”이라는 한 팀장은 “특히 피파 관계자 등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제공되는 EVDO 단말기는 KTF 기술의 우수성을 체험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팀장은 “월드컵 이후에도 영상전화, VOD, 멀티미디어 메시징 서비스 등 다양한 후속타가 제공될 예정”이라며 “우선은 월드컵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구상해 세계의 축구 축제를 동시에 IT축제로 만들기 위해 땀흘리고 있다”고 전했다.

 SK텔레콤 디지털컨텐츠사업팀 박민진 과장(31)은 “중계권 문제만 원만히 해결되면 모든 준비는 다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세계 최초의 모바일 스포츠 생중계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과장은 이용가격에 대해 “서비스 가격을 확실히 정하지는 않았지만 할인요율을 적용하면 당초 비용의 75%까지 할인이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비교대상인 일본의 FOMA 서비스보다 빠른 속도를 과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 과장은 “현재도 VOD의 대중화가 진척되는 만큼 월드컵을 계기로 EVDO 상용화가 속도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며 “6월 이후 서비스 활성화 단계에서는 대중을 대상으로 생활정보나 엔터테인먼트 등 킬러 콘텐츠를 모바일화해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걸림돌, 중계권 라이선스 협상 해결돼야

 월드컵 기간중 cdma2000 1x EVDO 시연을 돋보이게 하려면 당연히 세계인의 관심을 끄는 경기장면을 이동전화기 화면에 담아야 한다. 그러나 월드컵 본선경기의 영상중계에 대한 라이선스를 보유한 독일 키르히미디어사와의 협상이 답보상태여서 자칫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유는 키르히미디어측이 모바일 동영상의 라이선스에 대해 과도한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

 비교적 적극적으로 협상을 진행중인 KTF 관계자는 “동영상 제공을 통해 수익사업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의 시연 수단으로 사용하겠다는 입장에서 수용할 수 없는 금액을 제시하고 있다”며 “처음에는 1000만달러에서 시작해 현재는 600만달러까지 내려간 상황이라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까지 협상의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KTF는 키르히미디어측에서 라이선스 비용을 추가 인하하기를 기다리면서 합동방송시행세칙(코리아풀)을 구성한 국내 방송사와의 물밑협상도 진행중이다.

 SK텔레콤은 “600만달러 가량의 비용을 부담할 수는 없다”는 확고한 입장과 함께 “월드컵 경기장면을 중계하겠다는 공언을 하지 않았으니 다른 대안도 충분히 있지 않겠느냐”는 여유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마지막 순간까지 양측이 버티기로 일관하는 최악의 경우 세계 최초 월드컵 모바일 동영상 중계는 과거의 경기장면이나 경기외의 장면, 한국에 대한 동영상 정보, 선수 동영상 정보 등으로 대체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에 따른 실시간 스포츠 중계는 처음으로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시도되는 것이라 모바일 영상에 대한 중계권 협상도 전례가 없다”며 “최초의 사례인 만큼 협상이 쉽지는 않겠지만 현재의 가격보다는 낮은 선에서 협상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계권 협상 담당자는 “키르히미디어의 파산신청 이후에도 협상 당사자는 바뀌지 않았으며 월드컵 경기이전 적정한 선에서 합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