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Pv6 서밋]"인터넷은 지금 21세기 새옷을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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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세대 인터넷 주소체계인 IPv6가 서서히 생활 속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IPv6는 ‘Internet Protocol version6’의 약자로 기존의 주소체계인 IPv4가 안고 있는 치명적인 문제점, 즉 배정할 IP주소의 고갈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다. 인터넷 시대가 열리서면 귀가 따갑도록 들어온 IP가 이제 21세기를 맞아 새옷으로 갈아입으려고 하고 있다.

 

 사실 일반인의 시각에서 볼 때는 IPv4든 IPv6든 문제될 것이 없다. 인터넷이 잘 되기만 하면 별 문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PC가 인터넷 이용의 유일한 도구였고 인터넷 이용자수가 미미할 때는 IP주소의 부족함을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휴대폰, PDA, 게임기, 자동차용 PC, 심지어 냉장고로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되고 전세계적으로 수억명 이상이 인터넷을 밤낮없이 사용하게 된 지금 주소자원 고갈문제는 더이상 묵과할 수 없는 과제로 떠오르고 말았다.

 ◇IPv6 등장은 필연=IP는 인터넷이 작동되는데 기초가 되는 주소자원이다. 주소가 없으면 편지가 배달되지 않듯이 IP가 없으면 인터넷에서 정보전달이 불가능하다. 그동안 인터넷은 IPv4를 기본으로 작동됐으나 32비트 체계인 탓에 배정할 수 있는 주소가 42억개에 불과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늦어도 10년 내에 할당할 수 있는 주소가 바닥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IPv4의 주소할당방법이 비효율적이고 모바일이나 웹캐스팅 환경에서 구현하기에는 곤란하다는 점 등 활용성 및 확장성에서 많은 한계를 노출하면서 새로운 주소체계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IPv6는 128비트 체계이기 때문에 배정할 수 있는 IP주소의 개수는 거의 무한대로 확장된다. IPv4와 달리 네트워크 규모와 단말기수에 따라 IP주소를 순차적으로 할당하기 때문에 운영면에서도 효율적이다. 개수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기능과 확장성도 풍부해진다. 패킷 전송시 서비스를 차등화할 수 있기 때문에 서비스 업체가 네트워크의 품질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사용자수가 증가하면 전송속도가 급격히 저하되는 현재의 망서비스를 개선하는 데도 일조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바꿔 말하면 서비스품질(QoS:Quality of Service)을 보장해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IPv6의 등장은 95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지난 95년 미국 인터넷활동위원회(IAB)가 32비트 체계의 IPv4를 128비트 체계로 확장한 IETF 권고안을 마련했고 97년에는 미국의 FTP소프트웨어가 IPv6를 개발한 것. 이후 2000년까지만 해도 표준이나 기반기술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뤘으나 지난해를 거치면서 표준화단계를 넘어 상용화단계로 접어들었다. 현재 추세라면 2002년은 분명 IPv6 상용화의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 확실시 된다.

 차세대 인터넷 기반기술을 확보하는 데 있어서 IPv6 주소의 조기확보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IPv6 환경에서의 네트워크 운용기술과 응용소프트웨어 개발력을 확보하려면 주소확보가 선결돼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무선분야에서 IPv6 기술의 확보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IPv6 프로토콜의 창시자인 스티브 디어링은 지난해 본지에 기고한 글에서 “IPv6는 WCDMA 기술을 이용한 제3세대 이동통신인 IMT2000에도 새로운 길을 열어줄 수 것”이라며 “이처럼 IPv6 시장은 기존 IPv4와 함께 연동하기 위한 제품뿐만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제품들이 태어날 기반이 되므로 연구가치가 크다”고 말한 바 있다.

 ◇세계각국 주도권 다툼 치열=세계 각국은 장비개발뿐 아니라 IPv6 주소확보와 시험망 구축 및 관련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의 경우 IPv6 주소의 안정적인 확보 및 체계적인 할당을 위해 지난해 2월 정보통신부에서 ‘인터넷 신주소체계(IPv6) 도입을 통한 차세대 인터넷기반 구축계획’에 근거해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를 IPv6 주소 총괄관리기관으로 지정한 바 있다. KRNIC는 국내 ISP들이 IPv6 주소확보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고, 나아가 IPv6 포럼과 연계해 국내 실험망을 구축·운영하면서 기반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세계 각국의 IPv6 주소 보유량을 살펴보면 일본이 30개, 미국 23개, 독일 12개, 영국 6개, 스웨덴 4개, 멕시코 3개 순이다. 한국은 올 3월 현재 한국통신·ETRI·하나로통신·SK텔레콤·하이텔 등 12개 기관이 13개의 주소를 보유하고 있어 세계 3위다.

 시험망 구축을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미국은 지난 98년 vBNS라는 백본망을 구축해 IPv6 기반의 차세대 인터넷망을 시험운용 중이다. vBNS에 접속된 국내외 기관은 이미 100여개에 이른다. 캐나다는 인터넷인프라 개선을 위해 구축된 학술연구전산망 CANARIE를 기반으로 ‘CA*net’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두번째 단계에서부터 IPv6를 구현해 운용 중이다. 유럽은 2000년부터 유럽의 ATM백본망을 기반으로 IPv6망을 구축한 6INIT(IPv6 Internet iNITiative) 프로젝트를 시작한 데 이어 2001년부터는 무선인터넷 분야를 연구하는 6WINIT, 6NET, Euro6IX 등 유럽 전체를 묶는 IPv6망 구축프로젝트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일본은 지난 98년부터 WIDE IPv6, NSPIXP-6, NTT IPv6 등 IPv6 전용망 구축프로젝트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한국전산원이 IPv6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IPv6망간 연동 교환노드와 IPv6 가입자서비스망(6NGIX) 구축을 완료했고 ETRI는 98년 6Bone-KR라는 실험망을 구축했다. 현재 국외 10개 기관, 국내 28개 기관에 연동돼 있다. 이밖에 KOREN IPv6망 등도 가동돼 KAIST·KT·ETRI·6TAP·SingAREN·WIDE·APAN 등에 연결돼 있다.

  

 ◇국내업체 상용화에 더욱 매진해야=IPv6 환경에서의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구현 등에는 벌써부터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셋째날 공개되는 IPv6망에 손쉽게 접속 가능한 ‘터널브로커(tunnel broker)’ 서비스를 비롯해 모바일 IPv6 기반의 무선랜 서비스와 IPv6 멀티캐스트를 이용한 실시간 가상학술회의 시스템 및 IPv4/IPv6 애플리케이션 변환솔루션 등 상용화 기술들은 개발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과 유럽은 이미 IPv6 상용망 서비스를 시작했고 사업화에 본격적으로 나선 상태다. 지난 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넷월드+인터롭 2002 도쿄’에서는 IPv6전시관이 지난해보다 3배나 넓게 마련돼 IPv6 관련제품이 대거 소개됐다. 소니는 가정용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2(PS2)에서 IPv6 기반 네트워크를 이용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신개념 서비스 ‘하니컴 월드’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에서는 PS2 사용자들이 IPv6 네트워크에서 채팅을 즐기거나 동영상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산요는 디지털카메라로 IPv6 네트워크에 접속해 TV에 촬영한 사진을 전송할 수 있는 서비스를 소개했다. 또 휴렛패커드재팬과 샤프 등은 PDA를 통해 IPv6를 이용하는 시연을 통해 눈길을 모았다.

 한편 현재 IPv6 관련제품 중 상용화가 가장 빨리 진척되고 있는 것은 라우터 등 네트워크 장비 분야다. IPv6 운용을 위해서는 통신망 연결장비가 가장 시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스코·주니퍼·히타치·6윈드·NEC·야마하·노텔네트웍스·후지쯔 등을 비롯한 많은 외국 통신장비 업체들이 관련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반면 국내업체들은 제품개발이 저조한 실정이다. 이 분야에서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국내시장은 기존의 IPv4용 라우터 시장과 마찬가지로 외산에 점령당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시장 진출에도 어려움이 가중된다.

 국내의 경우 ETRI를 중심으로 LG전자·삼성전자·다산인터넷 등 IPv6 전용장비가 아닌 차세대 인터넷 백본용 테라비트급 라우터를 통해 IPv6를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또 삼성전자와 아이투소프트는 IPv6 기반의 정보가전, 아이엠넷피아는 IPv6 기반의 무선랜, 주인네트는 멀티캐스팅 네트워크, 위즈정보기술은 정보가전 및 계측제어시스템 통합 인터페이스, 미루정보통신은 멀티미디어 기반의 응급진료시스템, 기산텔레콤은 IPv6 기반의 유무선 망통시스템을 각각 개발 중이다.

  

 ◇국제기구 참여에 적극 나서야=한편 10일 개막되는 글로벌IPv6서밋 서울행사를 기점으로 국내업체들의 IPv6 관련 국제기구 활동도 눈에 띄게 늘 것으로 기대된다.

 IPv6는 국제적으로 통용될 코드인 만큼 한 국가 내에서만 연구 및 운용되는 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국은 국제단체인 IPv6 포럼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IPv6 포럼은 지난 99년 4월 IPv6의 도입 및 관련시장 활성화를 위해 전세계 관련기업과 연구소 등이 주축이 돼 설립된 명실상부한 IPv6분야 연구의 중심체다. ISOC와 IETF 및 IPng 등 IT표준화 및 네트워크 관련 국제기구와 원활히 교류함으로써 이 분야 연구의 방향타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국제단체인 IPv6 포럼에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시스코·선마이크로시스템스·HP·AT&T 등과 유럽의 케이스테크놀로지·톰슨-CSF를 비롯해 일본의 히타치·WIDE 등 100여개 주요 기업 및 기관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ETRI·한국통신·삼성전자·KOREN·아이투소프트·오피콤 등 6개 기관만이 참여하고 있을 뿐이다.

 국내업체들 대부분은 IPv6 포럼 코리아에서 활동 중이다. 현재 약 60여개의 기업, 연구소,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수시로 콘퍼런스를 열어 정보공유의 장을 마련함으로써 IPv6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는 데 힘쓰는 한편 IPv6 포럼과 IETF(Internet Engineering Task Force) 등 국제기구의 표준화 활동에 참여해 국내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힘쓰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 IPv6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ETRI 관계자는 “유럽과 미국 및 일본은 IPv6를 통해 인터넷 주도권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국내의 경우 아직 대응이 미흡하다”며 “우리도 체계적인 도입정책 수립, 핵심기술 개발, 표준화 및 지적재산권 확보, IPv6 주소확보, 효율적인 테스트베드 구축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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