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게임문화 현장을 가다>(4)천하통일 노리는 게임업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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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들은 대개 중국의 민족문화는 BC 8세기부터 BC 3세기까지 이어진 춘추전국시대에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주나라가 서북 오랑캐의 침입으로 수도를 동쪽 뤄양(洛陽)으로 옮기면서 시작된 이 시기는 영웅들이 난세를 틈타 도시국가를 세우고 치열한 토지쟁탈전을 벌인 약육강식의 시대로 잘 알려져 있다. 스스로 왕이라 칭한 각국의 군주들은 관료기구를 정비하는 한편 인재등용을 통한 부국강병의 기치를 내걸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였다.  

 특히 군주들은 천하통일 대업을 위해 서민은 물론 타국의 인재까지 적극 등용, 이른바 ‘제자백가(諸子百家)의 시대’를 열기도 했다. 공자, 맹자, 묵자, 노자, 장자 등 숱한 사상가들이 새로운 질서 모색을 위해 활발한 논쟁을 벌인 것도 바로 이 시기다. 중국의 사상과 민족문화가 난세를 거치면서 여명기를 맞은 셈이다.

 요즘 중국 게임시장은 2800여년전 춘추전국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온라인게임을 주축으로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덩치를 키운 게임업체들이 속속 등장, 치열한 시장쟁탈전에 돌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주요 도시와 성을 거점으로 덩치를 키우며 ‘군웅할거시대’를 재연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력 스카우트 경쟁도 심심찮게 벌어져 ‘제자백가’와 비슷한 상황을 연출중이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아직 지역별 맹주가 완전히 자리를 잡지 않은데다 외국 업체들까지 가세,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는 것. 한국, 대만, 일본 등 아시아지역 업체는 물론 EA, 유비아이소프트 등 다국적 기업까지 폭발하는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실정이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온라인게임의 경우 베이징과 상하이에 본사를 둔 게임 서비스업체들이 정상을 놓고 격돌중이다.

 이 가운데 가장 오랜 연륜을 자랑하는 업체는 베이징에 본사를 둔 아시아게임을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00년 중국업체로는 가장 먼저 한국 온라인게임인 ‘천년’을 중국에서 서비스하면서 온라인게임의 한류열풍을 선도한 주역이다. 당시 ‘킹오브킹’ 등 대만 온라인게임이 먼저 중국에 들어왔지만 중국인들 대부분이 대만 게임을 외산게임으로 여기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외산 온라인게임을 최초로 중국에 선보인 업체이기도 하다.

 아시아게임은 이후 ‘레드문’ ‘헬브레스’ 등 한국 온라인게임을 잇따라 서비스하면서 베이징에서 가장 많은 온라인게임을 서비스하는 업체로 발돋움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게임이 외산게임 퍼블리싱에 주도적으로 나선 것은 모기업인 하이훙(海紅)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훙은 오랫동안 중국 정부에 군수물자를 납품하면서 재력을 쌓아 차스닥에 상장한 업체이기도 하다. 따라서 아시아게임은 중국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관료와의 관계가 어느 업체보다 원만할 뿐 아니라 자본력까지 갖추고 있다는 평이다.

 더구나 이 회사는 중국 최대 게임포털사이트 서비스업체 ‘연중(Our Game·회원 5000만명)’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어 베이징지역 온라인게임 맹주로서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베이징에 아시아게임이 버티고 있다면 상하이에는 싼다가 절대강자로서 군림하고 있다. 싼다는 한국 온라인게임 ‘미르의 전설2’ 서비스를 통해 중국 온라인게임시장의 65%를 점유한 선두기업이다. 싼다가 서비스중인 ‘미르의 전설2’는 지난달 동시접속자 50만명을 돌파하는가 하면 중국 전체 PC방 20만여개 가운데 16만여개를 ‘미르의 전설2’ 가맹점으로 거느릴 만큼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 회사는 이같은 여세를 몰아 최근에 ‘포트리스2블루’ ‘신영웅문’ 등 한국 온라인게임 2종을 새로 서비스하는 등 대세몰이에 돌입했다.

 하지만 매출의 70% 가량이 상하이와 그 주변 지역에서 발생하는 등 지역적 한계를 아직 뛰어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 흠이다.

 아시아게임과 싼다가 각각 베이징과 상하이의 맹주로 자리매김하는 동안 후발업체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특히 징허스다이(晶合時代)와 유비아이소프트차이나 등과 같이 PC게임유통에서 온라인게임 서비스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업체들은 적지 않은 파괴력을 갖고 있다. 이들은 지난 95년부터 8년 남짓 동안 PC게임을 전문적으로 유통해온 ‘1세대’ 중국 게임업체들이다. 특히 중국시장에서 온라인게임의 경우 선불카드 등 오프라인 패키지 상품으로 대부분 유통되는 것을 감안할 때 전국 유통망을 갖춘 이들은 짧은 시간에 온라인게임 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점쳐진다.

 징허스다이는 현재 한국 온라인게임 ‘샤이닝로어’ 서비스를 준비중이며 이를 위해 아시아게임의 핵심인력을 스카우트한 상태다. 유비아이소프트차이나는 일단 모기업의 온라인게임포털사이트 유비아이닷컴을 중국에 서비스하는 것을 계기로 ‘미르의 전설2’ 차기버전과 ‘에버퀘스트’ 등 해외 유명 게임을 퍼블리싱할 계획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더나인닷컴, 넷이지닷컴, 시나닷컴 등 중국 최대포털사이트들이 온라인게임 서비스 시장에 뛰어든 것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더나인닷컴은 한국에서 한참 주가를 올리고 있는 3D 온라인게임 ‘뮤’를 서비스하기 위해 한국의 웹젠과 오는 10월께 합작법인을 설립키로 했고, 넷이지닷컴은 이달부터 한국 3D 온라인게임 ‘프리스톤테일’의 상용서비스를 개시, 동시접속자 10만명을 돌파하는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또한 ‘프리스톤테일’로 스타덤에 오르고 있는 넷이지닷컴의 경우 유비아이소프트 출신 게임마케팅 전문가를 부총재로 영입하는 등 닷컴기업들은 신규 게임사업을 위해 ‘인재사냥’에도 적극적이다.  

 이밖에 중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감마니아, 소프트월드, 소프트스타 등 대만업체들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특히 지난 6월 출범한 감마니아차이나는 지난달 한국 3D 온라인게임 ‘라그하임’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연말까지 ‘거상’ ‘포레스티아’ ‘아타나시아’ ‘D.O온라인’ 등 외산게임을 잇따라 서비스하는 등 물량공세에 나설 채비다. 이를 위해 1200평 규모의 큰 사무실을 마련하는 한편 10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력까지 확충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게임업계의 판도는 온라인게임 서비스분야에 많은 업체들이 몰리는 반면 게임개발사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양면성을 보이고 있다. 이는 작품성이 뛰어난 외산게임이 쏟아지면서 중국게임이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메이저 게임개발사로는 킹소프트(金山公司)와 오브젝트소프트를 꼽을 수 있다. 킹소프트의 경우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이지만 게임뿐 아니라 사무용 및 교육용 소프트웨어까지 개발, 순수한 게임 전문개발사로 분류하기는 힘들다. 그나마 오브젝트소프트는 지난 2000년 PC게임 ‘페이트 오브 드래곤’을 개발, 영국 에이도스를 통해 전세계에 배급함으로써 세계무대에 명함을 내밀기도 했다. 이 회사는 올 연말 중국업체가 자체개발한 온라인게임으로는 두번째에 해당하는 온라인게임 ‘진시황의 아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하이훙 장저민 부총재는 “중국 게임시장은 온라인게임을 중심으로 시장개화기를 맞고 있는 만큼 당분간 이 분야에서 시장지배력을 넓히려는 업체간 치열한 공방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현재 과열경쟁 양상은 시간이 흐르면 지역별 몇몇 메이저업체들이 시장을 분점하는 부익부빈익빈 구조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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