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인터넷사업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최근 KT와 하나로통신이 장군 멍군을 주고받으며 전선을 넓혀가고 있다.
KT는 아파트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하나로통신의 가입고객을 빼앗기 위해 지난해부터 ADSL을 다운로드와 업로드 속도를 보장해주는 VDSL로 전환하는 작업을 주도하면서 기세를 올렸다. 올해 초에는 이같은 투자에 힘입어 49%선까지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정도로 선전했다.
하지만 최근 무료 서비스 등 하나로통신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점유율은 원점으로 돌아왔다. 하나로통신은 나아가 시내전화 서비스와 초고속인터넷서비스, 콘텐츠서비스 등을 묶은 결합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아예 시장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내보였다.
결합서비스는 몇 가지 상품을 결합해 상대적으로 낮은 금액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지배적사업자인 KT는 법에 의해 원천적으로 묶여 있다. 특히 KT가 주도한 전화요금 정액제의 경우 시장의 지배력을 이용해 수익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시작해 당초의 목표는 달성했으나 하나로 결합서비스의 위력에 눌려 빛이 바랬다.
이에 KT는 하나로의 하부유통망을 초토화시키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하부유통망이란 하나로통신이 영업의 효율화를 위해 영업사원이 자신의 영업목표에 따라 일반모집인이나 대리점 같은 소규모 기업을 자신의 밑에 두는 최하단 영업사원(기업)을 의미한다. 이 최하단 영업사원은 가입자를 유치해주고 4만∼5만원의 수수료를 받는 게 관례다.
KT는 최근 아파트 밀집지역을 대상으로 이 최하단 영업사원이 가입자를 유치할 경우 그동안 4만∼6만원의 수수료를 줬으나 최근 10만∼12만원으로 대폭 높였다. 하나로로부터 4만∼5만원의 수수료를 받는 최하단 영업사원의 경우 당연히 수수료가 많은 KT의 초고속인터넷서비스 영업에 나서게 됐다. 하나로의 경우 이같은 KT측의 ‘물량공세’에는 속수무책이다. 하반기 흑자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하나로가 두 배 이상 올릴 경우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1000만가입자 시대를 맞을 정도로 포화상태에 접어든 초고속인터넷시장을 놓고 업체간 가입자 유치경쟁은 앞으로 더욱 달아오를 전망이다. 벌써부터 업계에서는 가입자 유치를 놓고 벌이는 업체간 출혈경쟁이 위험수위에 올랐다고 보고 이로 인한 서비스 품질의 하락 등 가입자 불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