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주목받는 신인이 많이 나와야 발전한다. 만약 어떤 곳이 뻗어나가질 못하고 정체돼 있다는 말을 듣는다면 새 얼굴이 등장하지 못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새 얼굴이 의미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신진대사’이며, 그것이 활발해야 사람이든 사회든 제대로 가동하고 또 성장하게 된다.
음악계도 다를 게 없다. 쓸만한 신인이 나오지 못하면 그것은 고인 물이나 다름없다. 더욱이 신인은 때로 세상을 흔들고 바꾸는 ‘변화의 축’이 되기도 한다. 비틀스는 절대 강자 엘비스 프레슬리가 있는 상황을 뚫고 록 밴드 시대를 열었고 서태지와 아이들은 랩과 록을 뒤섞은 창조적인 음악으로 포크와 발라드라는 어법을 뒤집으며 역사의 새 물꼬를 텄다. 신인의 힘을 증명한 사례들이다.
미국의 최대 음악제전인 그래미상이 신인상을 본상 4개 부문의 하나에 포함시키며 중요하게 취급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이러한 예들은 그러나 그만큼 신인이 나오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인을 이곳저곳에 알려 스타로 키워내기란 제작자와 매니저 입장에서 참으로 버겁다. 잘 모르는 노래와 사람을 ‘잘 알려진’ 상태로 바꾸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신인가수 조은. 좋은 노래를 지향한다는 뜻에서 붙인 예명인지 아니면 본명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1982년생의 새내기다. 지금 라디오에는 그가 부른 ‘I will try’라는 발라드가 많이 흘러나온다. 두께가 굵어 넉넉하면서도 감성적인 목소리 톤이 인상적이다. 얼핏 임재범 박효신 JK김동욱 계열의 노래를 들려주지만 부드러움을 주무기로 그들과는 또 다른 개성을 드러내고 있다. 노래로 정면승부를 거는 것이다.
근래 들어 우리 음악계는 전에 비해 ‘노래’에 많이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댄스능력과 비주얼이 가창력을 압도하던 질곡을 딛고 라이브 시대를 맞아 노래를 잘하는 신인가수를 찾아내려는 쪽으로 제작과 홍보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신인가수 조은도 그러한 사고의 전환이 낳은 산물이다.
하지만 변화가 쉽지는 않다. 한동안 노래보다는 얼굴을 내세운 미소녀 미소년들이 판치더니 이효리가 떠오른 지금에는 섹시함을 무기로 한 여가수들이 줄을 잇고 있다. 어떤 경우든 노래에 덜 신경쓰는 것은 확실하다. 가수는 노래를 잘해야 한다는 평범하지만 중요한 ‘참 기본’을 회복하는 것 같더니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듯한 양상이다.
그런 현실은 신인을 알리는 일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조은 앨범의 제작자는 코요태, CB 매스, 하늘 등을 키워낸 기자 출신 조대원씨다. 그는 “늘 신인은 힘들지만 요즘에는 인쇄매체나 전파매체나 기존 스타에만 중점을 두기 때문에 상황이 더 여의치 않다”며 “특히 노래로 승부하는 신인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그래도 그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신인의 부재는 퇴보의 징후로 작용한다. 때문에 미디어든 대중이든 의도적으로라도 신인의 노래를 들어주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외면해서 그렇지 실제로 찾아보면 좋은 신인, 가능성 있는 새 얼굴은 의외로 많다. 가요의 성장을 원한다면 먼저 신인에게 귀를 열어줘야 한다.
임진모(www.iz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