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로니 웨스턴의 히어로.’
명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하면 ‘황야의 무법자’가 연상될 정도로 두 눈을 강하게 찌프린 채 성냥을 꼬나물고 있는 모습은 그의 전형적인 트레이드 마크가 돼 버렸다.
그렇다고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잔뜩 폼 잡고 때려부수기만 하는 액션스타라고 단정 짓는다면 이 시대 최고의 감독이자 배우 중 한 명을 무시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제작 편수가 늘어날수록 배우로서 다면적인 연기력을 발산하며 감독으로서도 노련함과 역량을 더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액션·코미디·스릴러·드라마 등 장르에 구분도 없다. 그는 배우, 감독, 음악 등에 이르기까지 영화에 관한한 팔방미인의 자질을 발휘하고 있다.
워너홈비디오코리아가 이달 크린트 이스트우드의 작품 7편을 DVD로 내놓을 계획이어서 그의 숨겨진 작품세계를 한껏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이지만 그의 연기세계를 폭 넓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이번에 소개되는 작품 중 크린트 이스트우드를 진정한 감독으로 인정받게 해 준 ‘추악한 사냥꾼(90년)’이 포함돼 있다. 이 작품은 그가 주연, 감독을 맡은 작품 가운데 수작으로 꼽힌다. 창작자의 철학과 아집을 다룬 피터 베릴의 원작소설을 극화한 ‘추악한...’은 인간 내면세계에 초첨을 맞춰 진지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 작품으로 ‘칸 영화제’에 초대받는 등 과거 액션스타로서의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했다는 평을 얻기도 했다.
그가 주연, 감독을 맡았던 또다른 작품 ‘홍키 통크 맨(82년)’은 1930년대 말 대공황이 휩쓸고 지나간 미국 중서부 농촌 지역을 배경으로 떠돌이 컨트리 가수의 삶을 통해 당시 지역문화의 일면과 생활상을 조명한 영화다. 특히 결핵을 앓고 있는 주인공의 심리묘사와 함께 주인공 옆에서 함께 연기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친아들 카일 이스트우드의 모습은 이야기에 진지함을 더해준다.
이 영화에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노래를 직접 들어볼 수 있는 재미도 있다. 이미 ‘버드’로 음악에 대해서는 수준급임을 과시한 바 있는 그는 이 영화에서 직접 노래를 부르는 것 외에도 미국의 전설적인 컨트리 가수 ‘마티 로빈스’와 ’멀 트레비스’를 등장시켜 좋은 음악을 선사한다.
이에 비하면 ‘후계자(90년)’는 가벼운 변주곡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릴적 형을 죽게했다는 자책감으로 가족과도 멀어진 ‘데이빗’은 아버지 회사도 마다하고 경찰이 된다. 어리버리한 신참 형사 데이빗은 노련한 고참 형사인 ‘닉’과 팀을 이룬다. 성격 차이 때문에 티격태격하지만 어느새 둘은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며 결국 우정을 나누게 된다.
이외에 ‘핑크 캐딜락(89년)’이나 ‘로프를 찾아라(84년)’ ‘시티 히트(84년)’ ‘독수리 요새(69년)’에서도 그의 풍부한 연기력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도시의 열기속으로’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소개된 바 있는 액션 수사물 ‘시티 히트’는 2000대 이후의 할리우드 콤비 수사물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또 ‘핑크 캐딜락’에서는 코믹 연기도 멋지게 소화해 내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새로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