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니 베르사체·조르지오 아르마니·캘빈 클라인. 이들은 세계 패션계를 쥐락펴락하는 거장들이다.
국내에서도 이들의 이름이 친숙해진지 이미 오래다. 진품이건 짝퉁이건 누구나 이 브랜드의 제품을 한 두 개는 갖고 있을 만큼 유명한 상품이 됐다.
그러나 패션계에서의 화려한 명성과 달리 이들 명품 디자이너들도 역시 평범한 인간들이 겪어야 하는 사랑과 슬픔, 좌절 등으로 고통스런 삶을 살아야 했음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캘빈 클라인은 사업에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순탄치 못한 가정생활로 알콜중독자가 됐고 베르사체가 실은 동성애자였다.
히스토리채널은 명품을 창조한 디자이너들의 진솔한 삶의 모습과 성공스토리를 담아 내달 1일까지 3부작으로 소개한다.
16일에 이어 18일에 방영되는 ‘베르사체, 그의 패션 왕국’편은 산토·지아니·도나텔라 베르사체 삼남매가 패션 왕국을 설립하기까지의 과정과 오늘날까지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배경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지금은 막내인 도나텔라가 왕국을 운영하고 있으나 베르사체 왕국의 오늘을 있게 한 장본인은 1997년 사망한 지아니 베르사체다.
1946년 이탈리아 항구도시에 태어난 지아니는 미술과 음악만 좋아하고 학교에는 별 관심이 없던 문제아였다. 파리 패션을 모방해서 팔았던 어머니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디자인 수업을 받은 그는 10살 때 처음으로 옷을 디자인하며 성공의 기반을 닦았다.
동성애자였던 지아니는 디자이너로서, 사업가로서 승승장구의 길을 걸었지만 허망하게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병마(암)와 싸우던 그는 저택 앞에서 동성애자 스토커에게 살해되는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두번째로 소개되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편은 23일과 25일 이틀에 걸쳐 방영된다. 전문가들은 아르마니에 대해 ‘남성복과 여성복에 일대 혁명을 몰고 왔다’고 평하곤 한다. 세련미와 우아함을 동시에 추구하는 독특한 스타일 탓이다. 하지만 그의 이런 남다른 통찰력이 암울했던 전쟁기간 중에 생겨났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아르마니가 태어난 1934년, 이탈리아는 뭇솔리니의 냉혹한 독재하에서 한창 고통받던 시기였다. 어렸을 때부터 옷을 즐겨 그린 아르마니는 한동안 배우를 꿈꾸기도 하지만 부모의 뜻을 따라 밀라노대학 의대에 입학한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탈출구였던 셈이다.
하지만 2년만에 중퇴하고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윈도 디스플레이를 맡았던 그는 곧 능력을 인정받아 신사복 코너를 담당하게 되면서 디자이너가 될 것을 결심한다.
그는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반려자로 갈레오띠를 만나면서 세계적인 패션 거장으로 거듭나게 된다.
마지막으로 30일과 11월 1일 방영되는 ‘캘빈 클라인’ 편은 1942년 뉴욕 빈민가에서 태어나 가난뱅이 소년이 최고의 디자이너로 성공하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인생 드라마를 보여준다. 옷입기를 즐겼던 어머니와 그에게 바느질하는 법을 가르쳤던 할머니 영향으로 캘빈 클라인은 어린 시절부터 디자이너를 꿈꿨다.
패션 공과대학을 졸업한 그는 26세에 회사를 세웠지만 어려움이 계속된다. 그러다 한 백화점 상품부장이 엘리베이터를 잘못 내려 캘빈 클라인의 쇼룸에 들어오면서 그의 인생이 역전된다. 주문이 쏟아지면서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그는 이후로도 승승장구하며 뉴욕의 패션계를 평정했다.
이처럼 사업에는 크게 성공했지만 그의 사생활은 순탄치 못했다. 두 번의 이혼, 알콜과 약물중독 치료 등은 그의 화려한 이면에 숨어 있는 고뇌와 절망이 어느정도였나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