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적인 금융연구기관인 금융연구연수센터가 최근 국회에 계류중인 우리나라의 ‘전자금융거래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발간, 화제가 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일본의 법을 참고한 적은 많지만 우리나라의 법률이 공식적으로 일본에서 벤치마킹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일본 금융업계가 정보기술(IT) 기반을 바탕으로 앞서가는 한국의 전자금융인프라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을 방증한다.
금융연구연수센터의 스기우라 노부히코 연구원 등이 작성한 이 보고서를 통해 “일본에서 전자금융거래를 둘러싼 본격적인 법연구는 기본 결제시스템의 전자화 연구 수준에 불과하고 전자금융 상품이나 서비스의 정의가 법적으로 불명확하다”며 한국의 전자금융거래법을 검토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보고서는 ‘전자거래기본법’ ‘전자서명법’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전자금융거래약관’ ‘금융기관 전자금융업무 감독규정’ 등 우리나라의 전자금융을 둘러싼 환경 및 관련법제 및 제·개정 현황을 개괄한 후 ‘전자금융거래법(안)’의 주요내용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보고서는 우선 이 법안의 대표 용어로 ‘직불전자지급수단’ ‘선불전자지급수단’ ‘전자화폐’ 등을 꼽았다. 또 “시행령에서부터 구체적인 범위를 정할 수 있도록 한 입법 양식은 향후 기술발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돼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용자 보호에 대해 배려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높은 점수를 줬다. 예컨대 이용자 보호를 위해 이용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는 경우 접근장치의 위조나 변조 등으로 인한 손실을 금융기관이 부담하도록 한 이용자 보호제도는 참고할만한 조항이라는 것이다. 반면 일본의 경우 전자금융거래의 이용자보호를 위해 은행법 등에 약관의 명시 및 통지의무 등을 부여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아웃소싱 업체를 포함한 전자금융보조업자를 법규제 대상으로 삼은 것도 이용자 보호를 위해서 바람직한다고 평가했다.
끝으로 이 보고서는 “일본은 기존 금융기관이 전자금융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별도의 입법은 필요없다”면서도 그러나 “‘전자금융거래법(안) 개념의 정의, 이용자 보호, 안전성 확보 등에 대한 조항들을 도입할 만한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금융감독원 김용범 IT업무실장은 “한국의 법에 대해 해외 연구기관이 검토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우리나라의 앞선 전자금융환경을 선진국에서도 눈여겨 보고 있다고 해석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기국회에 상정된 ‘전자금융거래법(안)’은 해킹·전산장애 등에 따른 전자금융거래의 피해는 원칙적으로 금융기관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또 금융기관 등은 금융감독위원회가 정하는 안전성 기준을 의무적으로 준수해야 하며 전자금융거래 기록은 5년간 보존해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