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을 넘게 지속된 자동차 상식이 변하고 있다.
운전대 옆에 놓여있던 디스플레이가 앞유리로 이동하고 있다. 운전석은 엑셀레이터와 핸들도 없이 마치 비행기 조종실을 닮았다. 가솔린 없이도 달린다. 전기모터를 병용한 하이브리드차는 연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주행 성능에서 가솔린차와 경쟁하는 수준에 다다랐다.
자동차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끄는 것이 바로 ‘정보기술(IT)’. 이제 IT는 자동차에서 삶을 즐기려는 운전자들에게 새로운 운전방법을 제시한다.
세계의 자동차가 IT로 승부하는 시점에서 24일 개막하는 도쿄모터쇼는 자동차의 미래상을 살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에 틀림없다.
◇자동차와 IT=닛산자동차의 컨셉트카 ‘시레너티(SERENITY)’는 운전 중에 도로정보를 알려주는 기능을 탑재했다. 차량정보센터에서 발신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신, 앞 유리 밑에 있는 디스플레이에 표시한다.
도요타의 1인승 전기자동차 ‘PM’은 새로운 도시교통 방법을 제시했다. PM은 스스로 판단해 형태를 바꾼다. 예를 들어 고속 주행시 전장은 넓게, 차 높이는 낮게 해 안정성을 높혔다. 반대로 시가지에서는 차 높이를 높게, 전장은 낮게 해 회전력 향상을 기했다. 특히 PM은 같은 차종끼리 통신으로 연결돼 정보를 공유한다. 가는 곳을 사전에 정해진 1대가 먼저 달리면 뒷차들이 병렬로 줄서 자동으로 주행하는 기능이다. 4명이 이동할 경우 1대의 차에 다 타는 것이 아니라 4대로 움직인다. 자동차의 ‘개인화’가 실현됐다.
자동차의 첨단 기술은 운전의 즐거움 뿐만 아니라 운전 자체를 바꾼다. 독일 BMW의 스포츠형 고급 승용차 ‘6시리즈’ 최신 모델은 ‘생각하는 차륜’에 만전을 기했다. 운전자가 속도를 충분히 떨어뜨리지 않은 상태에서 곡선 길을 돌 때 자동차 스스로가 전륜의 방향을 일부러 반대쪽으로 바꿔 미끄럼을 방지한다. 사실 이 기술은 자동차 경주에서 구사되는 ‘카운터’라고 부르는 고도의 운전기술이다. BMW 관계자는 “운전자는 특별히 느끼지 못하지만 ‘차안에 탑재된 컴퓨터가 레이서와 같은 반응 속도로 차의 방향을 조작해준다’”고 설명한다.
◇하이브리드카와 연료전지차 시대가 왔다=일본 혼다가 출품한 소형 하이브리드카 ‘IMAS’는 탄소섬유(카본)가 주 소재로 유선형 차체가 특징이다. 경량화와 공기저항 절감을 추구해 700㎏의 차량 중량을 실현했다. 이는 이 회사의 현재 하이브리드카 ‘인사이트’보다 약 120㎏ 가볍다. 연비는 무려 리터당 40㎞ 이상이다. 도요타가 지난 9월 발표한 ‘프리우스’는 리터당 35.5㎞였다. 세계 최고 연비차의 자리를 혼다가 재탈환했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카의 차종을 대거 확대해 선보였다. 최고급차 ‘렉서스’ 외에 SUV·스포츠차 등에도 하이브리드를 적용했다. 오는 2005년까지 하이브리드카의 세계 판매대수를 작년에 비해 7배 늘어난 30만대로 높힌다는 야심찬 전략이다.
연료전지차도 ‘가격’과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도요타는 수소탱크의 고압화 등으로 단 한번의 연료충전으로 500㎞를 달릴 수 있는 ‘파인-N’을 공개했다. 혼다도 독자개발 연료전지를 탑재한 ‘KIWAMI’를 출품했다. “지금까지 대당 10∼20억원 정도였던 연료전지차의 가격을 10분의 1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혼다 측은 전망했다.
◇자동차의 미래상=‘발을 길게 뻗어주세요’. 미국 제너럴모터즈(GM)가 이번 모터쇼를 앞두고 공개한 연료전지차 ‘하이와이어’. 이 차는 비행기 조종실과 같은 장치로 ‘달리고, 돌고, 멈춘다’는 자동차 기본기능을 조종한다.
전기의 힘을 구동용 모터 뿐만 아니라 조종장치 및 엑셀레이터의 제어에도 응용한다. 핸들과 같이 돌리고 각 부분을 기계적으로 연결하지 않아 조정장치의 위치를 고정할 필요없이 운전석을 좌우 어느 쪽으로도 바꿀 수 있다. 이 회사 래리번즈 부회장은 “연료전지의 등장을 기회로 자동차를 재발명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술혁신의 물결은 ‘핸들을 잡고 발은 엑셀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밟는다’라는 자동차의 고정관념을 바꾸고 있다.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등장하던 ‘미래차’, 상식을 벗어난 자동차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